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곰돌이 태권동자와 함께.
곰돌이 태권동자와 함께. ⓒ 나관호
어머니라는 존재는 신묘막측(神妙莫測 : 감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신기하고 오묘하다)하다.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퍼내고 퍼내도 늘 새롭다. 인생 숨바꼭질 중에도 어머니라는 존재는 그 이름만으로도 해법을 찾게 해준다. 신기할 정도다.

어느 날 점심 무렵 책상에 앉아 어떤 해법을 찾기 위해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데, 어머니가 서재로 들어오셨다. 이유는 집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아서 여기저기 문을 열어 보신 것이다. 어머니의 활동 무대는 주로 거실인데, 낮에 거실에 혼자 계신 시간이 길어지면 집에 당신 홀로 있다는 생각을 하신다.

"아들 여기 있네?"
"거실 계시지. 다리도 불편하시면서 그러세요."
"아니. 내가 혼자 있는 줄 알고."

이런 상황이 되면 내가 조금 큰 목소리로 늘 하는 말이 있다.

"어머니! 힘내세요. 눈에 힘 주시고, 똑바로 뜨시고, 아셨죠?"
"알았어."

그리고 나면 어머니는 거실로 나가셔서 소파에 앉아 기도하신다. 가만히 기도 소리를 들어보니 정신이 또랑또랑하실 때 했던 기도를 반복하듯이 하신다. 물론 가족들을 위한 기도다.

특히 아들인 나를 위한 어머니의 소원을 말씀하신다. 그런데 기도 끝 부분에 "우리 아들이 모든 것을 이길 줄 믿습니다"라고 하신다. 그 순간 어머니의 말이 내 마음을 파고 들었다. "내가 이긴다!"

이 말은 내가 최근에 고민하고 있던 해법의 길을 찾게 해주었다. 어머니의 말을 좀 업그레이드해 "나는 이길 수밖에 없다"라는 어휘를 그 즉시 만들어냈다. 그 말을 여러 번 되새겨 보았다. 말 자체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나는 기쁨 가득한 마음으로 혼자서 말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바로 이거예요."

역시 어머니라는 존재는 마치 천사와 같아서 자식이 가장 필요로 할 때 무엇인가를 유익을 주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다시 말했다.

"어머니! 어머니! 고맙습니다."
"뭐가 고마워? 내가 고맙지."
"어머니, 최고예요. 건강하셔야 해요. 우리 어머니 참 예쁘셔."
"그럼, 아들이 매일 우유도 주고 예쁘다고 해주니까 나도 좋아."
"딸기 우유 드세요."

어머니는 내가 기뻐하는 진짜 이유도 모르시면서 마냥 즐거워하신다. 그때 큰손녀 예나의 전화가 왔다. 아빠보다 할머니를 먼저 찾는다. 어머니는 손녀의 전화에 친구처럼, 기뻐하시고 대화도 어린 아기처럼 하신다.

"예나야! 예나야!"만 자꾸 하신다. 손녀 이름이 좋으신가 보다. 어머니는 기분이 업(UP)되셔서 노래까지 부르신다. 그런데 그 노래가 나를 미소 짓게 하였다. 가사는 찬송가인데 가락은 아리랑 비슷하다. 어머니의 작사 작곡이다.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이런 것도 행복인 것 같다.

어머니가 기분이 좋으실 때는 무엇인가 일을 하시려고 하신다. 살림살이를 만지작거리시고 설거지도 하시려고 하고 당신의 옷장을 정리도 하신다. 그리고 동영상을 보실 때도 손뼉을 치며 복음성가를 따라 부르신다. 헤드폰 착용하셨기 때문에 내 귀에는 음정이 엉망이지만 마냥 즐거워하신다.

이런 어머니의 '작은 행복잔치'를 보면 나도 즐겁다. 이런 어머니가 감독이 되어 만드신 행복잔치는 머릿속 지우개를 이기시는 어머니만의 비결인지도 모른다.

"어머니, 기분 좋으세요?"
"좋지."
"얼만큼 좋으세요?"
"어∼, 이만큼 좋지."

그러시면서 어린아이같이 양손으로 원을 그리신다. 우리 어머니 같은 분들과 생활하는 가족들에게 이런 환경들은 '유머 1번지'가 되고 웃음이 그치지 않게 된다.

우리 어머니가 남기신 말, "나는 이길 수밖에 없다"라는 이 어휘가 치매 노인들과 그 가족들의 마음 속에 새겨지기를 바란다. 어렵고 힘든 환경 앞에 굴복하지 말고 어떤 난관과 어려움도 "이길 수밖에 없다"는 강한 의지와 신념으로 문제와 어려움 위에서 사는 행복을 누리기를 바란다.

치매 노인 모시며 받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 10가지를 소개한다.

1. 어떤 상황에도 긍정적인 생각으로 해석한다. - 더 나빠지지 않은 것에 감사.
2. 부정적인 감정(짜증, 분노, 신경질 등)을 노래로 푼다. - 쌓아두면 병이 된다.
3. 치매 노인의 이상행동을 당연하게 여긴다. - 일상생활 습관으로 여긴다.
4. 부모님의 살아계신 존재 자체에 감사한다. - 떠난 후 후회는 물거품이다.
5. 인생 훈련 학교로 생각한다. - 인격 훈련의 교과서로 삼는다.
6. 고통보다 행복조건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 행복은 만드는 것이고 선택이다.
7. 노인들의 혼동된 언어를 이야기로 생각한다. - 옛날이야기처럼 여긴다.
8. 치매 노인과 외출(산책)을 한다. - 새로운 공간은 마음의 변화를 준다.
9. 좋은 가족영화나 드라마를 같이 본다 - 생각을 다른 곳에 집중시킨다.
10. 사진이나 비디오로 기념촬영을 한다. - 즐거움은 새로운 마음을 만든다.


독수리가 새의 제왕인 까닭은 강한 힘도 있지만 높이 날기 때문이다. 독수리는 비바람과 폭풍이 불 때 구름 위로 올라가 비를 피한다. 그리고 햇볕을 맞으며 유유히 창공을 날아다닌다.

치매 노인을 둔 가족들에게는 독수리의 기질이 필요하다. 치매 노인으로 인해 오는 스트레스를 가슴에 담아두면 안 된다. 독수리가 되어 긍정적인 생각과 행복의 마음으로 고통의 폭풍 위에서 날아다니는 독수리가 되기 바란다.

"독수리들 아자!"

덧붙이는 글 | 나관호 기자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뉴스제이 발행인, 칼럼니스트다. 치매어머니 모신 경험으로 치매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다.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로 '생각과 말의 힘'에 대해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연구교수이며 심리치료 상담으로 사람들을 돕고 있는 교수목사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과속운전은 살인무기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