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남북 간에는 '제2의 6·15'와 '제2의 6·25'가 공존하고 있다"고 조총련계 기관지인 <조선신보> 일본어판(인터넷판)이 8월 25일자 기사 '2006년 상반기 남북관계 진단'(이하 '진단')에서 보도했다.
여기서 '제2의 6·25'라는 표현은 <조선신보>가 처음 사용한 표현이 아니라, 지난 8월 3일 북측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성명을 발표할 때에 사용한 표현이다. 이날 조평통은 "북남 간에는 제2의 6·25 전쟁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며 미국과 남측의 정세 악화 조치를 비판한 바 있다.
<조선신보>의 진단은 크게 2부분으로 전개되었다. 첫째 부분은 남북 관계의 현상 소개이고, 둘째 부분은 남북 관계 교착의 원인 분석이다.
첫째 부분에서는 남북 관계의 현상을 스케치했다. 이 부분은 다시 2부분으로 세분된다. 한 가지는 제2의 6·15가 존재하는 민간 및 경제 분야에 관한 것이고, 또 한 가지는 제2의 6·25가 존재하는 남북 당국 간 관계에 관한 것이다.
먼저, <조선신보>는 민간 및 경제 분야에서 남북 관계가 확대되고 있는 점을 들며, 이 부문에서는 제2의 6·15가 존재한다고 지적하였다. 이 신문은 상설 통일운동기구인 '6·15 공동선언실천 공동위원회'가 2005년에 출범함으로써 통일운동이 한 단계 격상되었다고 평가한 뒤에, 그 증거로 아래와 같은 사례들을 열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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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단체 간 교류 확대 : 2006년 들어 노동자(3월 및 5월), 농민(4월), 여성(3월), 청년·학생(3월), 종교단체(4월) 간의 교류가 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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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단위의 교류 확대 : 경상북도와 북한이 올해 1월 농업 분야 교류에 합의하였으며, 작년에 이미 합의를 이룬 바 있는 경기도는 올해 3월에 새로운 합의를 한 데 이어 북에 대표단을 파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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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공업 교류 확대 : 4월 황해도 연안군 정촌리에서 남북 협력 속에 정촌천연흑연광산 낙성식이 있었다. 또, 개성공단의 노동자 수는 8천 명을 넘어섰다.
한편, <조선신보>는 그에 비해 남북 당국 간 관계는 순조롭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이 분야에서는 민간 및 경제 분야와 달리 '제2의 6·25 국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신문이 그 증거로 열거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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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장관급 회담 문제 : 3월 말 개최 예정이었던 제18차 남북장관급회담이 한미합동군사훈련 때문에 4월 말로 연기되었으며, 7월 11~14일 부산에서 열린 제19차 회담은 남측이 의제 밖의 문제(미사일·핵 문제)를 거론하는 바람에 차기 일정도 잡지 못한 채 결렬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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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장관급(將官級) 군사회담 등 : 3월 및 5월에 열린 제3차·제4차 군사회담은 북방한계선 문제 때문에 결렬되었다. 그리고 남북 당국 간에 군사적 보장조치가 취해지지 않음에 따라 5월 25일로 예정된 남북철도 시험운행이 보류되었다. 또 6월 말로 조정되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도 연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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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적 문제 파행 : 7월 19일 장관급회담에서 남측이 인도적 지원의 일환인 쌀과 비료의 제공을 일방적으로 거부했다. 때문에 북측은 남측이 인도적 문제를 불순한 목적에 악용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역시 인도적 문제의 하나인 이산가족 면회를 시행할 수 없다고 통고하였다.
지금까지 소개한 바와 같이 민간 및 경제 부문에서는 교류가 확대됨에 따라 제2의 6·15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남북 당국 간에는 각종 회담이 결렬되고, 거기에다가 인도적 문제까지 파행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측이 미국과 함께 대결적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제2의 6·25가 존재한다는 것이 <조선신보>의 인식이다.
그리고 이 신문은 광주 6·15 민족통일대회 당시 안경호 북측 조평통 서기장의 말을 빌려 "현재의 북남 관계는 대단히 불안정하면서도 초보적인 (교류·협력) 상태의 공존 관계"라고 말하였다.
그럼, 제2의 6·15와 제2의 6·25가 공존하는 이 같은 모순이 발생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그 원인에 관한 <조선신보>의 진단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반도 긴장 조성의 주범이 누구인가와 관련하여 남북 간에 인식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조선신보>는 "제18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남측은 '북의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라고 지적한 반면, 북측은 '군사적 위협과 전쟁의 위험이 누구로부터 오고 있는지를 남측은 모르고 있다'고 지적"한 것을 그 일례로 들었다. 북측은 한반도 긴장 조성의 주범이 미국이라고 인식하는 반면, 남측은 북측이 그 주범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둘째, 누가 먼저 변해야 하는가와 관련하여 남북 간에 인식의 차이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조선신보>는 "햇볕정책이나 포용정책이라는 표현으로 상징되는 바와 같이, 남측은 경제지원을 통해 북의 정치적·군사적 양보를 이끌어내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반면에, 북측은 남측이 변하지 않는 한 통일문제는 진전될 수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셋째,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해 인식의 차이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북측 및 미국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남측의 민간부분과 달리, 남측 당국은 북한을 통일의 대상이라고 말하면서도 그 통일의 대상을 겨냥하는 전쟁연습을 하고 있다고 <조선신보>는 지적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남측 당국은 아직도 우리를 적대시하고 있다는 북측의 경계심에 대해 (남측이) 반론을 댈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이 신문은 지적하였다.
넷째, 통일의 핵심 전제에 관한 인식의 차이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북측은 한반도의 근본문제인 정치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경제교류 등은 큰 의미가 없으며 근본문제가 해결되어야만 남북관계가 비약적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남측 당국에는 이러한 인식이 없다는 게 <조선신보>의 지적이다.
여기서 <조선신보>가 말한 '근본적인 정치문제'라는 것은 북측을 적대시하며,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는 미국의 핵우산정책과 그런 미국을 추종하는 남측 당국의 사대주의적 굴종을 가리키는 것이다.
위와 같은 인식의 차이가 해소되지 않는 한 남북관계는 질적 변화를 이룩할 수 없다는 것이 <조선신보>의 기본 인식이다. 이 신문은 다음 코멘트로 결론을 맺었다.
"북남 관계는 북을 적대시하는 미국의 간섭과 남측 당국의 배신적 행위 때문에 중단과 재개를 되풀이해 왔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 제2의 6·15와 제2의 6·25가 공존하고 있다. 만약 앞으로 대화가 시작된다 하여도, 근본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중단과 재개는 (계속)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