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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시민기자는 부드럽고 편안한 첫인상과는 달리, 6시그마에 대해 사기라며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최인철 시민기자는 부드럽고 편안한 첫인상과는 달리, 6시그마에 대해 사기라며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 최육상
시민기자들의 글쓰기는 어디까지일까. 사는 이야기와 문화·정치·사회 등의 분야에서 글을 쓰는 시민기자들은 많다. 그에 비해 경제를 다루는 시민기자의 수는 적다. 아무래도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국내기업들이 '6시그마'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행태에 대해 냉정하게 지적한 시민기자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 최인철(44)씨의 공식 직함은 '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 경영지원팀 차장'이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삼성본관에서 최인철 시민기자를 만나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기업혁신을 담당하고 있는 그는 많은 국내기업들이 앞장서 받아들인 '6시그마'에 대해 부드럽고 편안한 첫인상과는 달리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무비판적 6시그마 수용은 사기"

"6시그마는 품질관리로 비용을 절감하는 기업경영전략입니다. 그런데 국내기업들은 6시그마를 제조공정뿐만 아니라 연구개발·마케팅·서비스 등 분야를 안 가리고 적용하고 있어요. 6시그마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국내기업들의 이러한 행태는 사기입니다."

1980년대 말 미국의 모토로라에서 마이클 해리가 창시한 '6시그마'. 국내외 여러 기업들도 품질관리에 제조공정의 통계분석을 적용해 비용절감 등의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사기'라니? 아무리 기업혁신을 담당하는 전문가라고는 하지만 너무 심한 주장은 아닐까.

"성공사례로 미국 GE사의 금융부문을 꼽는데, 이는 성공한 지점의 고객 상대요령을 비롯해 전화기 위치까지도 통계분석을 통해 다른 지점에 적용했던 경우예요. 하지만 1년에 2~3건 하는 연구개발의 경우 통계분석은 의미가 없어요. 마케팅·서비스 등도 마찬가지인데 무조건 6시그마로 해결하려고 하니까 사기라고 하는 겁니다."

최씨는 지난 94년부터 6시그마 연구를 해왔다. 국내에 6시그마가 도입된 것이 불과 10여 년 전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른 시기다. 그는 또한 삼성경제연구소 사이트에 6시그마를 연구하는 포럼인 'ICRA 연구회(http://www.seri.org/forum/icra)'를 만들어,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최씨는 2003년 4월에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올린 뒤 경제기사 등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들을 주로 다루며 지금까지 모두 70개의 기사를 썼다.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며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조심스런 물음에 돌아온 답변은 호쾌한 웃음이었다.

"거대언론과 기득권 세력의 목소리가 너무 커 한국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하다가 글을 쓰기 시작했죠. 6시그마도 옳지 않은 논리가 경제현상을 지배한다는 생각에 강하게 비판했던 것이고요. 사실 삼성 내에서 함께 일하는 주변 사람들은 제가 글을 쓰는지조차 잘 모릅니다(웃음)."

삼성 상대로 한 '천지인' 특허권 소송의 주인공

알고 보면 최씨는 우리에게 익숙한 사람이다. 바로 삼성전자 휴대폰의 문자기능인 '천지인'을 개발한 주인공. 오랫동안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권 소송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천지인 이야기를 꺼내자 최씨는 "적은 금액이지만 지난 2003년에 합의를 봤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소송의 핵심은 삼성에 근무하며 한 발명이 직무관련 발명이냐 아니면 자유발명이냐 하는 것이었어요. 회사는 직무와 관련됐다고 주장하면서 일방적으로 전출을 시키기도 했는데, 발명은 발명자에게 권리를 인정해 주는 게 우선이지 보상은 다음 문제예요. 하루 빨리 발명진흥법을 보완해 발명자의 권리를 향상시켜야 합니다."

최씨의 말에 의하면 지난 2005년 개정된 발명진흥법은 개악이라고 한다. 법에 따라 현재 회사의 직무관련 발명은 신고의무가 있고, 그 신고를 접수한 회사는 발명 인정 여부를 발명자에게 통보하는 체계를 갖췄다는 것. 최씨는 이 대목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만들어 놓으면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높은 창의력이 요구되는 발명을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기업의 혁신도 창의력이 좌우하죠. 과학과 기술을 바탕으로 한 기업의 창의력은 곧 제품을 말하니까요. 창의력의 전제 조건은 도덕성이에요. 도덕성이 확보되지 않은 창의력은 모두 범죄입니다. 황우석 박사의 연구나 '바다이야기' 같은 것들이 그것을 증명하죠."

"받아쓰는 경제기사는 엉터리... <오마이뉴스>는 달라야"

혁신은 기업과 정부, 연구개발에 반드시 요구된다는 최인철 시민기자
혁신은 기업과 정부, 연구개발에 반드시 요구된다는 최인철 시민기자 ⓒ 최육상
기계공학을 전공했다는 최씨는 '발명'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발명은 사회발전을 이끄는 힘이라며, 특허나 발명가에 대한 심층 취재에 <오마이뉴스>가 앞장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한 언론의 경제기사 쓰기에 대한 비판과 함께 대안도 내놓았다.

"경제기사는 기자가 아니라 기업의 홍보팀이 쓴다고 봅니다. 대부분 받아적기에 급급하니까 기사가 엉터리예요.

<오마이뉴스>는 달라야 해요. 예를 들어 기획원의 보도자료가 들어오면 관련 업무를 하는 시민기자들에게 공개해 기사를 쓰게 하는 방법이 있어요. 경제기사는 시의성보다 분석과 대안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시민기자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대화를 하다 보니 최씨의 몸엔 '실사구시'가 깊게 배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6시그마든 발명이든, 기자든 현장의 문제를 진단하는 것이 우선이기에. 그는 6시그마 관련 기사를 통해 "기업의 혁신은 이공계출신이 주도해야 한다"는 매우 강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 역시 실사구시의 연장일까.

"이공계는 허황된 상상이나 공상이 아닌 실질학문을 다룹니다. 반면 극단적으로 말하면, 상경계는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자는 목표를 정하고 그 틀에 맞춰가죠. 기업의 혁신은 목표도 중요하지만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대안이 우선이기에 이공계 출신이 주도해야 한다는 겁니다.

참여정부를 봐도 그래요. 법률가와 386운동권들이 주축이다 보니 가치판단과 사리분별력은 매우 뛰어나도 그것을 실적으로 연결하는 힘이 부족하잖아요. 정부의 혁신과 개혁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진단과 대안이 필요한데, 현장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으니까 문제해결이 어려운 겁니다."

"기업혁신은 이공계가 주도해야 한다"

정치에도 6시그마의 문제가 있다. 자료를 수집하고 보고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다 보면 현장의 문제가 뒷전으로 밀린다는 것. 이는 6시그마가 통계분석이 안 되는 분야까지도 통계에 목을 매게 하는 경영이데올로기로 악용되는 것과 같다. 과연 6시그마에 대한 그의 비판은 어디까지일까.

"분명한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 되는 6시그마가 광범위하게 퍼진 것은 기득권들의 지배이데올로기 때문입니다. 경영자들은 물론이고 문제점을 비판하지 않는 보수 언론의 합작품인 셈이죠. 6시그마를 잘못 적용하면, 황우석 박사가 연구와 제품이 아닌 홍보에만 창의력을 발휘한 것처럼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게 됩니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의 6시그마는 사기입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최씨는 "돈이 되는 방향으로만 사회가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두 명의 아들 이야기를 꺼냈다. 10여 년 전 부인을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고, 기나 긴 소송과 전출이라는 압력을 이겨내고 6시그마를 비판하는 그의 모습엔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을 터.

그는 <오마이뉴스>에 대한 당부와 다짐으로 말을 맺었다.

"창간정신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자본의 냄새가 너무 진한 것 같아요. 물론 글을 쓰는 사람들의 성향이 다양하니 그렇다고 이해는 하지만, 예전에는 사회적 불이익을 감수하고도 글을 썼었는데 지금은 그런 면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사회의 소금이 됐으면 좋겠어요. 저의 글쓰기도 그렇게 함께 하고 싶고요."

덧붙이는 글 | 최인철 시민기자가 대표로 있는 '6시그마 ICRA연구회'http://www.seri.org/forum/ic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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