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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꽃이 있습니다. '꽃기린'이라고도 합니다. 이 꽃은 꽃잎보다 가시가 더 두드러져 보입니다. 가시가 엄청 크고 날카롭습니다. 장미가시보다 더 무섭게 생겼습니다. 가시 면류관과 보혈(補血)을 뜻합니다. 그래서 예수님 꽃이라고 하나 봅니다.
이런 꽃나무로 가시관을 만들었다면 예수님이 쓰신 가시관은 엄청 아팠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수님은 고난의 길을 마다하지 않으셨으니 고통도 다른 사람보다 더 컸을 것입니다. 이런 고난과 고통을 당하셨으니 당연이 부활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도 작은 고난이나 고통은 즐겁게 이겨내야 하는 게 아닐까요. 고통과 고난이 없는 생활에서 무엇을 얻겠습니까? 사소한 기쁨이나 순간적인 쾌락밖에 없을 것입니다.
꽃기린의 꽃은 자극적입니다. 피처럼 빨갛습니다. 예수님꽃을 처음 보았을 때 아찔한 느낌이었습니다. 꽃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완벽하게 균형 잡힌 두 개의 꽃잎이 나 있어,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꽃처럼 보였습니다. 수술처럼 보이는 노란 색의 작은 꽃잎이 안쪽에 다소곳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선혈(鮮血)처럼 빨간 꽃잎이 더욱 커 보입니다.
꽃기린은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잘 자랍니다. 딸내미가 학교에 가져갈 화분을 달라고 해서 이 예수님꽃 화분을 학교에 보냈습니다. 꽃이 자주 필뿐만 아니라 관리하기 쉽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쁜 화분에 옮겨 심어 보냈는데, 꽃은 죽지 않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딸내미에게 화분 관리하느라 고생했다고 말했더니, 물을 두 번밖에 주지 않았다고 답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잘 살아있는 것을 보면 척박한 곳이나 사막에서도 잘 자랄 것 같습니다.
아파트 발코니에는 내 키보다 더 큰 행운목이 있습니다. 엄지 손가락만한 잎사귀 두 개를 토끼 귀처럼 달고 있는 작은 행운목을 14년 전 구입했습니다. 딸내미 낳은 기념으로 산 것입니다. 그런데 한 쪽 잎사귀는 죽어버리고 나머지 하나만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참 신기하게 잘 자랐습니다. 물만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주었습니다. 10년이 지나자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난생 처음 본 행운목 꽃이었습니다.
'행운목 꽃이 피다니 우리 집에 행운이 있으려나 보다'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꽃을 피우기 전 10여년 동안에도 행복목이 우리 집에 많은 행운을 주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큰 일이 생기지 않고 온 집안이 잘 지내왔으니까요. 행운목은 키우기 쉬운 나무입니다. 그렇지만 꽃을 피우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화원을 하시는 분들도 행운목 꽃을 보기가 어렵다고 말합니다.
행운목 꽃을 보려면 인내와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행운목은 키가 컸다고 해서, 꽃을 피우는 게 아닙니다. 한 곳에서 기후와 풍토에 적응해야 꽃이 피는 것 같습니다. 10년 정도 한 곳에서 키워야 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행운목은 한 번 꽃을 피우면, 그 후 매년 꽃이 핍니다.
행운목 꽃은 수수합니다. 하얗고 작은 꽃잎들이 모여 아기 팔뚝만한 꽃을 만듭니다. 줄기 끝에 산방상(揀房狀)의 꽃 이삭이 달리며 꽃잎이 6개인 꽃들이 군생합니다. 그래서 꽃봉오리가 여러 개 만들어집니다. 한 줄기에 붙어 있는 이런 꽃봉오리들은 까치수염 꽃처럼 길게 뻗어 있습니다.
행운목 꽃은 향기가 진합니다. 문을 닫아 놓으면 아카시아 향기보다 더 진한 향기가 방안에 그득합니다. 꿀처럼 보이는 꿀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입니다. 개미들이 모여드는 것을 보면 꿀처럼 달콤한가 봅니다.
행운목은 푸른 잎사귀가 많아서 좋습니다. 잘 자란 행운목은 집안을 식물원처럼 싱그럽게 만듭니다. 잎이 넓어서 먼지가 많이 앉습니다. 일주일에 1번 정도 물을 뿌려 먼지를 털어내야 잎사귀에 윤기가 흐릅니다. 한여름엔 직사광선을 피해야 합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놓으면 잎이 말라버립니다. 여름에도 실내에 놓아도 괜찮습니다. 겨울 추위엔 매우 약한 편입니다.
행운목을 거실에서 키우면 가족들의 마음속에 생명을 배려하고 생명과 공존하는 의미를 심어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손바닥만한 크기의 행운목 한 그루를 화분에 심어 거실에 놓았습니다. 우리 가족의 마음속에 생명에 대한 배려와 경외심을 심어주기 위해서입니다.
덧붙이는 글 | 노태영기자는 남성고 교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