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범 노무현 대통령 지지 세력이 전열을 정비하면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40대 비서관 두 명을 축으로 하는 정무팀을 신설했다.(자료사진)
범 노무현 대통령 지지 세력이 전열을 정비하면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40대 비서관 두 명을 축으로 하는 정무팀을 신설했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청와대가 정무팀을 신설했다. 비서실장 직속이다.

청와대의 설명은 '소통'이다. 정태호 정무팀장은 "국회 및 정당의 의견을 수렴하고 당청간 상호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무팀을 신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태호 정무팀장의 이동으로 새로 청와대의 '입'이 된 윤태영 대변인도 "당 쪽에서 당청 관계를 활성화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청와대에서도 정무 업무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설명이 흡족하지가 않다. 당청간 소통구조는 이미 있다. 총리와 청와대 비서실장, 그리고 열린우리당 의장과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4인 회의'다.

'4인 회의'는 굵직한 현안을 조정하는 테이블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당청 소통을 관리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긴 하다. 그렇다 해도 정무팀을 주축으로 해서 일상 소통을 관리한다는 건 무리다. <중앙일보>의 말마따나 "40대 비서관 2명이 포진한 정무팀 만으로 여야 의원들과의 소통이 원활해질지는 의문이다." 정무팀에는 정태호 정무비서관과 소문상 정무기획비서관이 배치됐다.

정무팀의 주 동선이 열린우리당이 아니라면 어디일까? 눈에 띄는 흐름이 있다. '참여정치실천연대'가 어제(27일) 총회를 열어 김형주 의원을 새 대표로 선출했다. 그의 취임 일성은 '창당정신 사수' 였다.

지난 16일에는 이기명·명계남씨가 주도하는 '1219포럼'이 창립됐다. 이날 창립대회에서 축사를 한 이기명씨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범 노무현 대통령 지지 세력이 전열을 정비하면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40대 비서관 두 명을 축으로 하는 정무팀을 신설했다. 이를 우연의 일치로 볼 수 있을까?

기지개 켜는 범 노무현 지지 세력과 정무팀

정무팀이 당 외곽에 포진해 있는 범 노무현 지지 세력과의 소통 창구라면 당과의 소통 창구는 뭘까?

청와대는 현재 이강철 특보 한 사람인 정무 특보를 서너 명의 특보단으로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광복절 특사 때 복권된 신계륜 전 의원이 특보단장을 맡을 것이란 말도 나돌고 있다.

정무 특보단의 면면이 이렇게 짜여진다면 상당한 중량감을 얻게 된다. 열린우리당 내 여러 세력, 여러 의원과 소통을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얼개가 완성된다. 정무 특보단이 당 내를, 정무팀이 당 외곽을 관장하는 구도다.

관심사는 목적지다. 이 양 날개를 퍼득여 노무현 대통령이 날아가고자 하는 곳이 어디냐 하는 점이다.

국정을 조율하려는 걸까? 지난 23일 열린 4인 회의에서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사학법의 유연한 처리'를 당부했지만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거부한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절박성은 분명히 있다. 특히 가을 정기국회가 국정 마무리를 위한 마지막 입법 기회라는 점에서 보면 절박성은 더욱 배가된다.

하지만 이 점 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국정 조율용이라고만 해석하면 두 가지 점이 설명되지 않는다. 하나는 너무 늦었다는 점이다. 가을 정기국회를 목전에 두고 부랴부랴 정무팀을 신설하고, 정무 특보단 구성을 시도한다? 굼떠도 너무 굼뜬 발검음이다.

또 하나는 명분상 손해를 본다는 점이다. 국정 조율이라면 당청이 아니라 당정 정책협의회를 통해 푸는 게 순리다.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천명한 당청분리 원칙을 깨면서까지 정무팀과 정무 특보단을 만들 이유가 없다. 그렇잖아도 오늘자 신문은 너나 할 것 없이 당청분리원칙 훼손을 거론하고 나섰다.

다른 측면을 봐야 한다. 차기 대선구도와의 상관성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4일 열린우리당 재선 의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들이 차기 대선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는데 희망을 가져라. 지금은 어렵지만 내실을 다져가고 노력하면 선거가 지금처럼 어렵게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다."

무슨 말인가? 대선판이 요동칠 가능성이 충분하며, 거기서 대선 승리의 희망이 싹틀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이 정계개편을 뜻하는 것 같지는 않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에 끝까지 남겠다고 여러 차례 다짐한 바 있다.

지난 16일 열린 1219포럼 강연회에서 국참 상임고문인 이기명씨가 "우리는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행동을 하지는 않지만 개혁정권을 창출에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고 많은 국민들이 검증한 정치인을 지지할 것"이라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지난 16일 열린 1219포럼 강연회에서 국참 상임고문인 이기명씨가 "우리는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행동을 하지는 않지만 개혁정권을 창출에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고 많은 국민들이 검증한 정치인을 지지할 것"이라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대안은 이슈 대결구도?

이 말에 비춰보면 대선판의 변화가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뜻하는 건 아니다. '외부선장론'을 언급한 바 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선장 교체'이지 '선박 교체'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열린우리당 틀을 고수한 채로 흔들 수 있는 대선판은 뭘까? 인물 대결구도가 아니라 이슈 대결구도다. 노무현 대통령의 그간의 발언을 종합하면 좌와 우,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는 새 패러다임의 이슈일 것이다.

시점도 중요하다. 대선판을 이슈 대결구도로 끌고가려면, 그리고 그것의 성공을 보증하려면 인물, 즉 대선주자의 보폭이 넓어질 즈음에 이슈를 제기하는 게 좋다. 그래야 대선주자들을 이슈에 대한 찬반 대열로 도열시킬 수 있다. '인위적'이지 않은, '원칙 있는' 정계 개편 가능성도 타진할 수 있다. 가장 좋은 시점은 내년 초, 또는 내년 봄이다.

구도가 이렇게 짜여진다면 당내 분란과 이탈 움직임은 약화될 것이다. 관리만 잘 하면 된다. 정무 특보단의 전방위 접촉은 이 지점에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추상적이다. 아직까지 구도는 그림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것이 실물 지형이 되려면 힘을 갖춰야 한다. 국민 지지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민 여론이 쉽게 돌아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설득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당 외곽조직은 소중한 존재다.

당 외곽조직이 소중하긴 하나 그들이 모든 걸 보증하지는 못한다. 국민 이탈이 구조화된 수준이기 때문이다.

구조화 됐다면 그 구조를 깨려하기보다는 새 구조를 만드는 게 낫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를 이슈에 대한 지지 여부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반대하는 사람도 찬성하지 않을 수 없는 이슈를 제시하는 것이다.

탐구 대상은 바로 이것이다. 블랙홀 수준의 이슈, 그것은 무엇인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