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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방콕. 오토바이를 개조한 택시. 말 없는 작은 마차를 연상시킨다.
타이 방콕. 오토바이를 개조한 택시. 말 없는 작은 마차를 연상시킨다. ⓒ 박태신
타이의 교통수단

도로에는 한국의 시내버스보다 길쭉하거나 짧은 버스들이 다닙니다. 냉방도 안 되는 것 같았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더위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더워도 긴소매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긴소매 옷을 입는 것을 신사로 생각하고, 더욱이 우리를 안내한 현지인 가이드처럼 코르덴 옷을 입는 것을 멋으로 여깁니다.

우리는 모두 우매(?)하게도 반소매 옷과 반바지를 입고서 긴소매 옷 입은 타이인들을 측은하게 여깁니다.

오토바이는 이곳에서 우리나라처럼 주로 배달이나 택배용이 아니라 자가용으로 애용됨을 거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수많은 오토바이 중에서 짐을 싣고 가는 오토바이는 발견하기 힘듭니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이 긴소매의 점퍼를 입고 있어 의아해했습니다. 오히려 긴소매 옷을 입어야 피부도 타지 않고 시원하기까지 하다고 합니다.

이곳에는 택시가 3종류나 됩니다. 오토바이를 고친 삼륜차 모양의 택시, 용달차를 고쳐서 짐을 싣는 트렁크에 승객이 타게 되어 있는 택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택시. 아마도 순서에 따라 요금이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휘황찬란한 야시장을 둘러본 둘째 날 저녁 우리 일행 8명은 이 용달차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맨 끝에 앉은 저는 조금은 겁이 났습니다.

또 이곳에는 이층버스를 가끔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2층 버스 높이의 단층(!) 버스를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로 관광버스인데, 버스에 오르고 나서 다시 계단을 이용해 위로 올라가야 좌석에 앉을 수 있습니다. 높이 보라고 이곳 버스는 무척 높은 것입니다. 구름다리가 드물고 관광이 활성화되어 있는 이곳의 특징적인 모습 중 하나입니다.

타이에서 볼 수 있는 지붕 높은 버스. 승객들은 운전수 옆의 계단을 올라가야 좌석에 앉을 수 있다. 높이 보라고 이렇게 만들었다는데, 나는 타보지 못해서 창밖으로 얼마나 높이 볼 수 있는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
타이에서 볼 수 있는 지붕 높은 버스. 승객들은 운전수 옆의 계단을 올라가야 좌석에 앉을 수 있다. 높이 보라고 이렇게 만들었다는데, 나는 타보지 못해서 창밖으로 얼마나 높이 볼 수 있는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 ⓒ 박태신
교통 문화

타이의 차들은 전부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습니다. 일본과 영국만이 그런 줄 알고 있던 저에게 닥친 처음 생소함 중의 하나였습니다. 국왕이 있는 것도 위 두 나라와 비슷합니다. 이곳 국왕이 젊었을 때 영국 유학을 했었는데, 그 영향으로 영국 문화가 많이 들어온 것이라 합니다.

영국에서 처음 자동차가 들어왔을 때는 채찍을 휘두르는 마부의 팔이 귀족의 몸에 닿지 않기 위해 마부가 마차 오른쪽에 자리 잡았던 것에 연유하여 오른쪽 운전석이 정착된 것이라는 추측이 있습니다.

타이의 커피는 아메리칸 커피와 다르게 맛이 진합니다(개인적으로 무척 좋았습니다). 조명도 은은한 형광등이 주로 설치돼 있습니다. 도로도 건널목이 드물고 (그래서 무단횡단이 흔하죠) 일방통행 길이 잦습니다. 차량이 많아 정체하기는 해도 신호등에 걸리는 경우는 적었습니다. 제가 간 빳따야 거리는 번화가가 아니면 가로등도 드물어 어둠침침합니다. 상가의 불빛도 드문 거리가 길게 이어졌습니다.

영국 자동차의 영향을 받은 타이는 나중에 일본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자동차의 70퍼센트가 일제 자동차인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도로에는 우리를 태운 도요타 승합차를 비롯하여 미쓰비시 등 일본 자동차 일색입니다. 그리고 벤츠가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으로 많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차는 눈을 씻고 봐야 가끔 볼 수 있는데, 나는 두어 대를 보았을 뿐입니다.

반면에 한글로 관광객 단체명이 쓰인 관광버스는 무척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어딜 가나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습니다. 관광상품이 그렇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한국인들을 대하는 현지 상인들도 한두 마디 한국말은 할 줄 압니다. 덤으로 주거나 깎아주는 것을 모르는 이곳 사람들이 한국인 영향을 받고서 달라져 있는 모습들이 조금은 서글픕니다.

시외로 나가면 국도 중앙에 공간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처럼 차선 한가운데에 노란 중앙선이 그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4차선 폭 넓이의 공간이 있는 것입니다. 나중에 교통량이 많아지면 이곳을 포장해 도로로 만들 계획으로 미리 확보해 놓은 것이고, 실제로 그런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선견지명인데, 땅이 남한의 5배 정도로 큰 나라여서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자동차 값은 우리보다 2배 정도 비싸서 구하기 어렵지만, 기름값은 반 정도라 유지비는 적게 듭니다. 오토바이 자가용이 많은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방콕이라는 도시

우리가 한밤에 도착한 돈므앙 방콕 국제공항은 타이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지어진 곳입니다. 비가 많은 이 나라에서 침수 손해를 입지 않으려 선택한 장소라고 합니다. 이곳 공항 지하에 주차장이 있습니다. 땅이 넓은 이 나라에서 지하주차장이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가이드가 말했습니다.

방콕은 서울의 두 배 넓이이고, 1500만의 인구가 삽니다. 타이 여느 지방처럼 평지에 이 인구가 퍼져 살고 있어 서울처럼 붐비지 않습니다. 타이는 평지의 나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충청도나 호남평야나 가야 볼 수 있는 먼 지평선이 보이는 평지를 이곳에서는 어딜 가나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부산쯤 해당하는 관광도시 빳따야에 가야 산지를 볼 수 있는 정도입니다.

서울에서 한강을 사이에 두고 강북과 강남이 있듯이 이곳은 차오푸라야 강을 사이에 두고 강서와 강동이 있습니다. 서울은 중산층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곳은 두 가지 물가가 있을 정도로 빈부의 격차가 심하고 중산층이 없습니다. 호텔 같은 곳의 커피 값은 서울보다 비쌉니다. 서민들은 빗물을 받아먹고 삽니다. 서민들은 우리 돈으로 500원이면 밥 한 끼를 해결합니다. 부유층과 서민층이 이용하는 문화가 다르고 서로 상대편의 문화를 누릴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타이라는 나라

타이는 '공장'이 없는 나라입니다. 1차 산업과 3차 산업은 발달해 있지만, 2차 산업이 무척 약합니다. 흔하디 흔한 아이스크림조차 외국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비쌉니다. 가공품은 대부분이 수입품입니다.

천연고무 등의 천연자원이 풍부해서 수출용품으로 큰 몫을 차지합니다. 관광지 어딜 가나 상인들이 많고, 우리처럼 인건비가 비싸지 않아 종사하는 종업들 수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보면 3차 산업의 한 면모를 볼 수 있습니다. 아시아에서 관광지로서 차지하는 비중도 큽니다.

날씨가 더워서 논농사는 3모작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한쪽은 모내기를 하고 한쪽은 추수를 하는 모습이 연출됩니다. 이곳 밥알은 우리보다 길쭉한 편인데 불면 날아갈 정도로 끈기가 없습니다.

여행 기간이었던 5월 5일은 이 나라 국왕의 즉위 기념일로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더욱이 올해는 즉위 60주년이 되는 해라 더욱 뜻깊었습니다.

불교 국가라 사원이 많은데 전국에 6만여 개나 된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착하고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제가 봐도 상인들이나 호텔, 식당 종업원들이 다들 착하고 온순해 보였습니다. 손을 모아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도 그래 보입니다. 음성 문화라고 할 것도 없을 정도로 야시장에 가보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드러나 있습니다. 7살 조카까지 같이 노천 바에 가고 격투기까지 봤습니다.

비가 많이 내리고 강도 많아 물은 많지만 먹을 수 있는 물은 흔하지 않아서 어딜 가나 생수를 사 마셔야 합니다. 그래서 생수가 흔합니다.

타이는 아직도 야생이 살아 있습니다. 호랑이도 뱀도 악어도 많습니다. 야자열매나 바나나는 따지 않으면 저절로 떨어져 버려져도 상관하지 않을 정도로 풍부한 나라. 곳곳에 있는 전신주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직육면체 모양입니다. 뱀이 기어올라가 정전사고를 일으키기 때문에 그걸 방지하려고 이런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첫날 점심은 '시골집'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는 한식집에서 해결했습니다. 제육 볶음을 푸짐하게 먹었습니다.

차는 곧장 빳따야로 향합니다. 2시간 정도의 거리. 길고 긴 거리를 가이드 설명을 들며, 졸면서 갑니다. 도시를 빠져나와 차는 막힘없이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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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 번역가이자, 산문 쓰기를 즐기는 자칭 낭만주의자입니다. ‘오마이뉴스’에 여행, 책 소개, 전시 평 등의 글을 썼습니다. 『보따니스트』 등 다섯 권의 번역서가 있고, 다음 ‘브런치’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https://brunch.co.kr/@brunocloud). 번역은 지금 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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