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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예산정책처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논의가 갑자기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옮겨붙었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보낸 편지에서 방위비 분담금의 공평한 부담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부터다.

미국 입장에서는 '다다익선' 일 것이다. 미국은 현재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주한 미군 주둔 비용의 40%에 불과하며 최소한 50%로 늘려야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물론 국회 보고서에서도 과도하다는 지적은 일찍부터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 국방부의 '2003 공동방위 동맹기여도 보고서'는 "동맹들에 대해 국방비 지출·군 현대화·수송능력·주둔비용 분담 등에서 책임분담을 유지·증대해가도록 지속 촉구해나갈 것"이라며 특히 "미군 주둔비용을 동맹이 50% 분담토록 하는 것을 잠정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의 '2004 동맹기여도 보고서'는 한국이 직접 경비 4억8600여만 달러, 간접 경비 3억5600여만달러 등 총 8억4200여만달러로 주한 미군 주둔비의 40%를 분담했다고 소개했다.

나토를 포함해 미국의 전 세계 26개 동맹이 부담한 미군주둔 비용은 총 85억달러다. 이 가운데 일본은 직·간접 경비 44억1000만달러를 지원해 주일 미군 경비의 74.5%를 부담했다.

방위비 분담, 이미 50% 넘어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평가를 삼가고 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지난 6월 20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2005년 세입·세출 결산 분석'이라는 보고서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첫째, 우선 보고서는 분담금 성격으로 분류될 만한 예산 비중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6983억원(이월분 포함 7310억원)인데 이는 한국 국방비의 3.3%, 전력 투자비의 9.6%를 차지한다. 여기에 지난해 이라크 파병예산 1546억원, 주한미군기지 이전 사업 예산(정부 잠정 추계 53억달러)을 포함하면 분담금 성격의 예산 비중은 막대하다.

이를 합산하면 이미 방위비 분담금은 미국이 말하는 50%를 훨씬 넘는다.

보고서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전체 국방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그 증가율이 국방비 증가율을 상회해 국방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소 가운데 하나"라고 분석했다. 지난 1991년 한국 국방비 대비 1.12% 였던 방위비 분담금은 2005년 3.3%까지 늘었다.

둘째는 방위비 분담금의 사용 내역 문제다. 방위비 분담금은 고용원 인건비·군사(용 건물)건설·연합방위 증강·군수 지원 등에 쓰인다. 그런데 2005년의 경우 인건비가 45.5%, 군사건설 31.0%, 연합방위증강 8.4%, 군수지원 14.2%다.

보고서는 "전력 증강과 직결되는 연합방위 증강 지원사업과 군수지원의 비중은 낮은 반면 인건비와 군사 건설 비중이 매우 높다"며 "이는 방위비 분담이 동맹국간의 전력유지나 증강보다는 주둔군의 안정성 측면에 비중을 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996년 이후 방위비 분담 급증, 미국은 모른 척

셋째는 방위비 분담금이 1996년 이후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래 방위비 분담금의 법적 근거는 모호하다. 한미행정협정(소파) 제5조는 '주한 미군이 사용하는 공항이나 항만 등의 시설·구역 및 통행권과 관련된 경비를 제외하고는 한국이 주한미군의 주둔경비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미국이 재정악화를 이유로 주둔비 부담을 요구해 지난 1991년 한시적 소파특별협정이 체결됐다. 방위비 분담금은 1991년 835억원이었으나 이후 2400억원(1995년)→4003억원(1999년)→6983억원(2005년)으로 급증했다.

이유는 우선 방위비 분담금 산정 방식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원화로 발생하는 주한미군 주둔 경비의 3분의 1선에서 점진적으로 증액하는 것이었으나 2002년 이후에는 '고정 인상률 8.8% + 전 전년도 GDP 디플레이터'를 적용했다.

또 일본이 주일 미군 주둔 비용의 75%까지 늘려나가겠다고 합의 한 뒤 미국은 이를 근거로 한국에 압박을 가했다.

보고서는 "한국·독일·일본 가운데 한국만이 다른 국가가 제공하지 않는 다양한 지원을 미국에게 주고 있다"며 "군사시설 제공 및 군수지원, 카투사 등이 그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미군은 카투사가 인건비 절감에 크게 기여하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주둔군 지원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은 분명히 모순이라고 국방연구원도 지적했다"고 소개했다. 현재 카투사는 4000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네번째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규모가 GPD에 비하면 과다한 데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미국의 압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2004년 미 국방부의 '공동방위 동맹 기여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8억4200여만 달러의 분담금을 냈다. 이는 일본의 44억1100만달러, 나토의 24억8400만달러에 이어 세계 3번째다. 그러나 26개 동맹국 전체 GDP 가운데 한국의 비중은 1.88%로 9위에 불과했다. 1인당 GDP는 21위에 그쳤다. 한국은 경제규모에 비해 과다한 방위비 분담금을 내고 있다는 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보고서는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주한 미군은 언제든지 타 지역으로 이동하게 되며, 한국 방위에 대한 기여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한국의 자체 안보 부담도 늘어나는 만큼 이는 방위비 분담금에서 상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삭감해야 한다는 말이다.

시민단체 "방위비, 그거 다 국민 혈세"

시민단체들의 입장은 더 강경하다.

'평화와 통일을 열어가는 사람들'(이하 평통사)은 지난 29일 낸 성명에서 "한국은 방위비분담금뿐 아니라 국회의 동의를 얻어 지원되어야 할 전시예비탄약(WRSA) 저장시설 유지비용, 증원군 관리대 운영비, 미군시설 경계지원 등도 특별협정에 의해 편법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평통사는 "여기에 카투사 인력 비용, 기지로 제공된 토지와 군사시설보호용 토지, 훈련장 등 한·미공용 토지 등 방대한 면적의 토지와 시설에 대한 무상 임대, 각종 세금의 면제 및 감세를 통한 지원 등을 합하면 주한미군에 대한 지원은 이미 75%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평통사는 "평택미군기지 확장, WRSA탄 구매, 반환 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 등 십 수 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국민혈세로 내놓아야 할 형편"이라며 "미국은 '공평한 분담' 운운하며 방위비 증액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제 더 이상 방위비분담금을 줄 수 없다는 한국민의 뜻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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