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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서울 1945>
KBS <서울 1945> ⓒ KBS

KBS 드라마 <서울 1945>는 격변의 시대 상황 속에서 묻히고 잊혀져간 민족주의자의 삶의 모습을 삼각의 멜로라인을 중심으로 보여주고 있다. 주요등장 인물인 해경을 중심으로 운혁과 동우가 만드는 삼각관계 속에 벌어지는 심리묘사나 스토리는 시청자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사회주의자 최운혁의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소홀히 했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해경이와의 사랑과 가족들을 위해 몇 번이나 정치에 발을 들여놓기를 꺼리다가 운혁은 결국 시대적 양심을 선택한다. 이 과정에서 그가 왜 사랑을 놓을 수밖에 없었는지, 조국통일과 시대양심을 좇을 수밖에 없었는지, 그 아름다운 희생에 따른 휴머니즘을 충분히 부각시키지 못했다.

반면 동우의 가치인 로맨스는 시종일관 대사와 독백을 통해 유감없이 발휘된다. 한 여자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은 집착이라는 표현이 무색하리만큼 동우의 캐릭터는 로맨티스트의 전형으로 잘 묘사되고 있다.

동우의 통속적 사랑 못지 않게 중요한 최운혁 캐릭터의 생명력은 ‘시대적 양심’이다. 그런데 이를 제대로 그려내지 못하고 생략되면서 이 드라마는 갑자기 멜로라인만이 부상한다. 1948년 월북 이후 운혁이를 통해 사회주의자의 삶과 고뇌를 충분히 설명해줬어야 했다.

여운형의 죽음 이후로 실제로 운혁이가 활동할 수 있는 2년 동안은 민족통일을 향한 역사적인 사건들이 꽤 있었다. 김구나 김규식의 남북협상, 여수순천 반란사건, 제주도 4.3사건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이 그것이다.

하지만 민족의 분열을 막고자 고뇌하고 희생하는 운혁이의 대의는 여운형 기고문에서 한 사건만 보여주고 묻히고 만다.

해방공간과 한국전쟁의 격동의 시대에 작은 영웅들의 치열한 삶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드라마의 기획의도 중 하나였다면, 이 드라마의 결정적인 모티브가 될 운혁이가 어떻게 공산주의에 몸을 담게 됐는지를 시대적 상황과 함께 충분히 명징하게 드러냈더라면 작품의 완성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계룡신문(http://www.grnews.co.kr)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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