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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동연 열린우리당 의원.
염동연 열린우리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염동연 열린우리당 의원이 정계개편을 주장했다. 당내 호남세력의 좌장이고, 사무총장을 지낸 대표적인 조직통인 그다. 무게감이 적잖다.

무게는 있지만 깔끔하지는 않다. 바로 이 대목 때문이다.

염동연 의원은 친노 세력과 함께 가야 한다고 했다. 당위가 아니라 현실적 계산에 따른 주장이다. 이것이다.

어차피 대선은 100만표 안팎에서 당락이 갈린다. 노무현 대통령이 아무리 인기가 없어도 이 정도의 지지 세력은 있다. 친노 세력의 지지를 받지 않고는 여권 후보가 승리할 수 없다.

현실적인 계산 같다. 그래서 궁금하다. 친노 세력을 아우르는 정계개편 방법은 뭘까?

염동연의 '함께 가자', 과연...

염동연 의원은 제3지대론을 폈다. 열린우리당이 민주당 밑으로 들어가는 것이나, 민주당이 열린우리당 밑으로 들어오는 것 모두 비현실적이니까 두 당 모두 발전적으로 해체한 뒤에 제3지대에서 새 집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렵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민주당은 여권 통합의 전제조건을 분명히 제시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분당에 책임 있는 사람들을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권 통합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으름장의 성격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민주당원들에게 통합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주장할 명분은 필요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염동연 의원은 친노 세력과 함께 가야 한다고 했다. 어떻게 풀려고 하는 걸까?

눈길을 끄는 발언이 있다. 염동연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은 과거 민주당 분당 과정에 절대 개입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문제를 풀려는 게 아니라 문제가 애초부터 없었음을 확인시키려는 발언이다.

이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함께 가야 할 친노 세력이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을 절대 탈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번 말했다. 열린우리당이 한국 정치의 양대 산맥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열린우리당의 발전적 해체를 아예 생각도 안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만이 아니다. 친노 세력의 생각도 비슷하다. '참여정치실천연대' 대표인 김형주 의원은 염동연 의원의 제3지대 통합론을 반대하고 나섰다. 김형주 의원은 "열린우리당에도 통합에 반대하는 기류가 3분의 1 정도 된다"며 "민주당과 통합을 하자고 하면 공격을 많이 받으니까 '새 집을 짓자'는 수사로 예봉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염동연 의원은 김칫국물 그릇을 집어 들었다. 노회한 그의 면모와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걸까? 염동연 의원이 설정한 연말까지의 물밑 논의에서 뭔가 소득이 나올 것이라고 믿는 걸까? 아니면 대선 승리에 대한 절박감이 너무 사무쳐 착시 현상으로 이어진 걸까?

노장은 죽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 오마이뉴스 강성관
지켜봐야 결론이 날 일이니까 뭐라 말할 수 없다. 그래도 새삼 확인되는 게 있다. 시쳇말로, 노무현 대통령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죽기는커녕 펄펄 날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책의 중심에 굳건히 서 있다. 전시 작전통제권, 한미FTA, 비전2030 등 정치권을 골치 아프게 만드는 굵직한 현안은 모두 노무현 대통령이 설정했거나 조정한 의제들이다.

여기에다가 염동연 의원 진단에 따르면 대선 캐스팅 보트 권까지 쥐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결심 여하에 따라 대선 구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물론 끝까지 날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 순간 날개를 접을 것이다. 하지만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일각에서 레임덕 운운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날갯짓을 계속 하는 현실이 중요하다. 관심은 언제까지냐는 점이다.

관건은 친노 세력의 결집 여부다. 염동연 의원의 계산이 맞다면 친노 세력의 결집 정도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지구력을 좌우한다. 더 나아가 대선구도와 이후의 정치구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 달 27일에 노사모 핵심 멤버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만났다. 청와대는 광복절 특사에서 빠진 '희망돼지 저금통' 주역들을 위로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설명했지만 단지 그것 뿐이었을까?

친노 세력이 뿔뿔이 흩어져 있다고들 한다. '참여정치실천연대'와 '국민참여연대', '의정연구센터' 등이 제각각 걸음을 놓고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꼭 그렇게 볼 일만은 아니다.

출타 중일 때와 복귀했을 때의 상황은 다르다. 구심이 없을 때의 각개약진은 분열양상으로 흐르지만 구심이 돌아왔을 때의 각개약진은 산개전술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구심의 존재, 구심의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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