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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50대에 들어선 4명이 환경을 생각하며 자전거로 전국 여행에 들어섰다. 그 첫 장정으로, 8월 17일에 출발하여 4박5일로 제주도 서쪽에 있는 비양도와 동쪽에 있는 우도를 포함한 제주도 해안 260km를 일주하였다. 달리면서 환경의 가치를 인식하고 환경보존을 꾀하며 자전거의 활용을 알리고자 ‘환경을 생각하는 자전거 여행’이라는 깃발을 달았다.

▲ 환경을 생각하는 자전거 여행
ⓒ 이규봉
8월 17일 대전 둔산MTB의 도움을 얻어 자전거를 분해하여 가방에 넣었다. 얇은 천으로 된 가방인지라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충격에 대비하여 뒷드레일러를 포함한 여러 곳에 완충지로 감쌌다. 청주공항에서 2시 비행기에 올랐으나 지연되어 제주공항에 도착하니 3시 반이었다. 다행히 자전거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4대의 자전거를 모두 조립하니 예상보다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공항 오른쪽에 있는 보관소에 자전거포장에 관련된 것을 맡기고 5시에 한림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태풍의 영향으로 구름이 잔뜩 끼어 자전거 타기에는 매우 좋은 조건이었다. 12번 일주도로를 따라 해안도로를 타고 애월리로 향하였다. 바다를 아주 가까이 하며 달리니 기분이 매우 상쾌하여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애월을 지나 한림으로 들어서고 옹포리에 있는 향나무민박에 도착하니 7시였다. 향나무민박은 개인집으로 앞뜰에 오래된 향나무 두 그루가 있고 넓은 정원이 있다. 주인이 내주는 냉수는 갈증에 허덕인 우리에게 꿀맛같이 느껴졌다. 문가에 있는 방은 나무로 내장되어 있으며 에어컨도 설치되고 깨끗하였다. 주인도 아주 친절하였다. 주인이 추천하여 준 근처의 씨름왕이라는 횟집에서 저녁을 하였다.

18일 8시 반에 출발하여 한림항에서 9시에 비양도로 가는 배를 탔다. 사람은 왕복 2500원 자전거는 500원이다. 비양도는 한림항에서 약 5km 정도 떨어져 있어 손에 잡힐 듯이 보인다. 선착장에 도착하고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았다. 작고 아름다운 비양분교가 나오고, 펄랑못이 나온다. 펄랑못 주위의 산책로를 따라 한 바퀴 돌았다. 차를 몰고 왔다면 할 수 없는 자전거 여행만이 누릴 수 있는 맛이다. 조금 더 가니 여러 수석이 길가에 세워져 있다.

▲ 비양도
ⓒ 이규봉
섬 둘레가 3.5km 정도여서 한 바퀴 도는데 20분도 걸리지 않았다. 해발 114m의 비양봉으로 가는 등산길을 따라 올라갔다. 좁은 길에는 고무로 된 바닥이 깔려 있고 중간 중간 통나무가 가로 놓여져 있다. 길가에는 풀이 허리까지 자라 있었다. 오르막은 거의 자전거를 끌고 가야할 정도로 가팔랐다. 정상에 오르니 작은 등대가 있고 제주해안가의 경치가 아름답게 펼쳐져있다. 내려올 때 타고 내려왔으나 길은 잘 보이지 않고 중간 중간에 있는 통나무에 걸려 몇 번 넘어졌다. 더구나 산책로 입구를 가로 지르는 두 개의 굵은 줄은 자칫 내려가는 길에 사고를 당할 수 있을 정도로 낮게 쳐져 있었다. 산악자전거 타기에는 좋은 조건이 아니다.

태풍의 영향인지 12시에 출발해야 할 배가 12시 반에 출발하여 한림으로 나왔다. 수월봉과 송악산 그리고 산방산을 거쳐 중문 못 미쳐 길가에 있는 느영관광쉼터에 도착하니 5시였다. 이 집에서 두 칸의 방이 붙은 큰 방을 얻었다. 에어컨도 잘 나왔다. 주인이 근처에 있는 쉬어팡이라는 식당까지 안내해 주었다. 흑돼지 전문 식당으로 사람도 많았고 맛도 있었다.

19일 숙소를 떠나 12번 일주도로를 타고 서귀포를 향하였다. 일주도로에서 서귀포여자고등학교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 해안가로 가니 외돌계에서 해안을 따라 나 있는 나무산책로를 만날 수 있었다. 이 길을 따라 범섬과 문섬을 바라보며 외돌계까지 갈 수 있었다. 이 또한 자동차여행에서는 맛볼 수 없는 자전거여행의 진수라 할 수 있다.

▲ 산책로의 애마 주황돌이
ⓒ 이규봉
▲ 산책로에서 바라본 해안
ⓒ 이규봉
▲ 외돌계에서 바라 본 문섬
ⓒ 이규봉
▲ 일주도로에서 바라본 섭지코지와 성산일출봉
ⓒ 이규봉
다시 12번 국도로 나와 섭지코지를 향하였다. 섭지코지는 드라마 <올인>의 촬영지라서 그런지 관광객이 많았다. 그 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꼭대기까지 오르니 다시 내려가는 길이 있었다. 고개를 넘어서니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아름다운 전경이 펼쳐졌다.

우도로 가기 위하여 성산항을 향하여 달렸다. 우도는 입항할 때는 2500원이고 출항 할 때는 2000원이다. 자전거는 500원이며 입항할 때 입장료로 1000원을 더 내야 한다. 우도에는 숙박할 곳을 미리 예약하지 않아서 우도로 들어가는 주민에게 물어 보았다. 그는 정말이지 근사한 곳을 소개해 주었는데 그곳은 우도의 또 다른 섬 비양도에 외따로이 서 있는 등머을콘도였다.

친절하게도 그곳까지 안내를 해 주었다. 안내해 주신 덕분으로 하룻밤을 싸게 묵을 수 있었다. 이층 방의 넓은 창에 가득히 찬 바다의 모습은 훗날 아내와 함께 다시 오도록 하기에 충분하였다. 그 너른 섬 비양도에 이 집 단 한 채 밖에 없다. 인근에 있는 해와달그리고섬이라는 식당에서 저녁으로 회를 주문하였다. 함께 나오는 반찬이 푸짐하고 아주 맛나 값진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 우도봉에서 내려다 본 비양도
ⓒ 이규봉
20일 이른 아침에 우도를 한 바퀴 돌았다. 우도는 대부분 평평하며 한 곳 등대가 있는 우두봉만 우뚝 솟아 있다. 이 높은 곳까지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고 다시 내려 달리는 맛을 즐겼다. 아침은 어제 그 식당에서 전복죽을 먹었다. 전복도 많이 들어가 있고 맛도 매우 좋았으나 아침치고는 비싼 1만5000원이라는 가격에 미리 가격을 물어보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다.

성산항으로 나와 다시 일주도로를 따라 해안가를 달렸다. 어느 곳엔가 5일장이 벌어져 수박 한 덩이를 사다 맛있게 갈증을 채웠다. 공항을 향해 계속 달렸으나 공항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이지를 않는다. 지도를 보며 결국 제주공항에 도착하였다. 이로써 260km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끊었다.

▲ 왼쪽부터 전태일, 임동순, 이규봉, 이흥균
ⓒ 이규봉
마지막 날 밤은 공항에서 가까운 용두암 근처에 있는 바위섬이라는 곳에서 숙박을 하였다. 넓은 방에 바다가 잘 보이는 그런 곳이었다.

제주도는 분명 타도에 비해 자전거도로는 잘 되어있다. 그러나 중간 중간 끊기고 차가 주차되어 있다. 우선이나마 일주도로 전체를 차도와 분리된 자전거도로를 개설하는 등 친자전거 환경을 조성하면 많은 자전거애호가들이 찾아올 것이다.

▲ 차도와 분리된 자전거 길
ⓒ 이규봉
자전거를 이용하여 여행을 하니 제주도 사람과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그들이 사용하는 방언은 거의 알아들을 수가 없어 꼭 외국에 와 있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제주도에서 관광사업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 성수기가 지나지 않았음에도 텅 비어 있는 것 같았다. 4박5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관광지로서 제주도는 아직 미흡하다고 느꼈다. 음식값은 너무 비쌌고, 관광지의 주민치고는 대체로 퉁명하고 불친절하였다.

관광지에 반드시 있어야 할 홍보물도 거의 비치되어 있지 않다. 관광안내소 역시 찾아보기 어렵고 형식적임을 알 수 있다. 숙박과 식당이 관광에서 가장 필수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얻기는 매우 힘들었다. 이래서는 관광객을 끌 수 없지 않은가?

특별자치도가 되었으니 보다 나은 관광행정을 펴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도 많이 찾는 관광지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여행정보

자전거 포장
자전거를 비행기에 실을 때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운반 중에 파손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다. 그러나 겉에 ‘깨지기 쉽다’는 경고를 해놓으면 조심스럽게 다루는 것 같다.

문제는 큰 부피 때문에 짐이 벨트라인에서 이동하는 도중에 부딪칠 수 있으니 부딪칠 수 있는 곳을 완충제를 사용하여 잘 감싸거나 부딪치지 않도록 잘 포장하면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되리라 본다.

자전거를 포장할 때는 바퀴와 페달 그리고 핸들을 분리하여 프레임에 고정시킨 후, 가방에 넣어 끈으로 움직이지 않게 묶는다. 이 때 프레임과 바퀴를 적절히 배치해 가능하면 가방을 세울 수 있게끔 한다.

뒷드레일러를 분해하는 것을 권장하지만 다시 조립하는데 서투르면 그대로 두고 잘 감싸면 된다. 단 기어를 변속하여 뒷드레일러가 안쪽으로 오게 한다. 공항에서 4대의 자전거포장에 들어간 재료를 모두 맡기는데 하루 5000원이었다.

거리
공항-(31km)-한림, 비양도(8km), 한림-(55km)-중문, 중문-(82km)-성산, 우도(22km)
성산-(56km)-제주 / 이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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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통해 사회를 분석한 <오지랖 넓은 수학의 여행>, 역사가 담긴 자전거기행문 <미안해요! 베트남>, <체게바를 따라 무작정 쿠바횡단>, <장준하 구국장정6천리 따라 자전거기행> 출간. 전 대전환경운동연합 의장, 전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장, 현 배재대 명예교수, 피리와 클라리넷 연주자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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