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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는 접수 할 수 없다며 공항 검색원이 풀어 보라고 했다. 주인이 시시덕거리며 짐을 풀었다. 새까만 얼굴에 짧은 머리, 한 열흘은 수염도 안 깎았는지 꺼칠한 사내가 보여주는 짐은 너무도 의외여서 주변사람들에게 놀라움과 실망, 허탈 내지는 실소를 머금게 했다. 역 삼각형 모양의 스테인리스 괭이였다.
일행들의 가방에는 호미나 낫 등 각종 농기구들이 들어 있었다. 내 가방에는 풀의 뿌리까지 제거하는 이상스럽게 생긴 낫 두 개를 포함하여 2만원이 넘는 왜낫과 호미, 물 호스 연결대가 여럿 있었고 커다란 작업용 장화가 있었다.
농기구 전문점에서 만원이 채 안 되는 이 장화를 발견 했을 때 5일 동안의 일본 도시농업 연수의 최대 보람을 느꼈을 정도다. 285cm나 되는 내 발은 국내에서 여러 군데 철물점을 돌며 골라 산 장화지만 발에 꽉 끼어서 한 시간만 일을 해도 땀이 흥건하고 발이 저려 일을 못할 정도였는데 일본의 농기구상에서 발이 편한 장화를 만난 것이다.
동경에서 자동차로 3시간 쯤 거리에 있는 나가노시 어느 농기구 전문점에는 가정용 전기용품이나 다양한 기능성 작업복에 용도별 작업화 등 농사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한곳에 다 있었다. 또 각종 기발한 아이디어 제품들이 즐비했다.
농사를 지으면서 상상 속에서 꿈만 꾸던 농기구들이 여기에 있었다. 무 배추를 심기위해 평탄작업을 하는 갈퀴도 넓이와 폭, 그리고 재질 등이 입맛에 딱 맞았다. 밭에서 나는 각종 농사 부산물을 퇴비로 만들어 낼 수 있는 플라스틱 통은 간단했지만 만든 이의 오랜 노동과 지혜가 엿보였다. 도시인들이 아파트 베란다나 두 세평 앞마당에 에 조성 할 수 있는 텃밭도구들도 많았다.
내 관심은 농기구에 대한 부러움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농사를 짓는 도시. 농업과 농촌의 소중함을 몸으로 체득하는 시민들. 노동과정에서 얻는 아이디어를 바로 농기구화 하는 기계공업.
농민에 밀착된 공무원들과 유통망 등이 5일의 연수기간동안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과제가 되었다. 동경시에 농업진흥과가 있었고 우리가 도착한 날 동경도청에는 9월 6일에 열리는 인기 여배우 ‘타렌또’의 도시농업체험 강연회 전단이 꽂혀 있었다. 사단법인 귀농운동본부의 첫 해외연수였다.
덧붙이는 글 | '한국농어민신문' 9월 첫주에 실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