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권상우 티켓 가격논란 기사를 쓴 일본인 시민기자 마츠야마씨.
권상우 티켓 가격논란 기사를 쓴 일본인 시민기자 마츠야마씨. ⓒ 김혜원
"네. 봤어요. 정말 재미있었어요. 에릭은 얼굴도 잘생기고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정말 멋져요. 그렇지 않나요?"
"그럼요. 에릭 정말 최고예요."

"그렇죠? 정말 멋지죠? 인터뷰 한번 해보면 정말 좋겠어요. 그럴 수 있을까요?"
"저도 해보고 싶어요. 어쩌면 너무 좋아서 인터뷰는 못하고 얼굴만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호호호."

9월 1일 <오마이뉴스 재팬> 창간기념식장에서 한국인 시민기자인 나와 <오마이뉴스 재팬> 시민기자들의 공통관심사는 다름 아닌 '한류'였다.

권상우와 에릭과 같은 한국 연예인을 좋아한다는 마츠야마씨는 요코하마에 살고 있는 전업 주부다. 일본에서 열린 권상우 콘서트(팬사인회)의 티켓 값이 너무 비싼 것이 아니냐는 내용의 기사를 <오마이뉴스 재팬>에 올렸다는 그녀의 첫인상은 수줍음이 많고 얌전하며 조용한 느낌의 전형적인 일본인 여성이었다.

자신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한다는 일본인. 더구나 특히 그중 더 소극적이라는 일본 여성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가입을 하고 자신의 실명으로 낸 첫 기사가 한류 스타인 권상우 콘서트 티켓 값에 대한 논란이라니 놀랍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몸가짐이며 말투며 수줍고 얌전하지만 좋아하는 한국 연예인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오가고 한글을 배우기까지 한다니 그 속에 감추어진 열정이 어디까지인지 궁금하다.

소극적 일본여성들이 <오마이뉴스 재팬>의 창간 주역?

"안녕하세요. 저는 와다 히데코 입니다."

오마이뉴스 재팬 창간호의 첫 톱기사 <정치·사회 뉴스도 스포츠처럼 재미있으면 안 되나요?>를 쓴 와다 히데코(34)씨. 인터넷 포털 등에서 프리라이터 활동을 하고 있다는 그녀 역시 자신을 주부라고 소개한다.

오마이뉴스 재팬 창간호 톱기사를 쓴 와다 히데코씨.
오마이뉴스 재팬 창간호 톱기사를 쓴 와다 히데코씨. ⓒ 김혜원
"기사가 오마이뉴스에 뜬 걸 보았을 때 기쁘기도 했지만 많이 떨렸어요. 그리고 굉장히 부끄러웠고요. 일본에서는 자기 이름으로 글을 쓰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니라서 부담도 많이 됐어요. 아직 몇 회나 조회가 되었는지 댓글이 몇 개 붙었는지 확인도 못 했어요. 너무 떨려서 확인하기가 두렵더라고요."

와다씨의 경험담을 재미있게 듣던 마츠야마씨 역시 자신의 기사를 <오마이뉴스 재팬>에서 확인하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전한다.

"저는 떨리기도 했지만 무서웠어요. 제 기사가 한류스타인 권상우씨에 대한 비판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혹시 권상우씨 팬이 제 글을 보고 '뭐 이런 걸 가지고 뭐라고 하냐?' '티켓 값이 비싼 게 무슨 문제냐?' '이런 글은 블로그에나 써라'하면서 비난하는 댓글을 달 수 있으니까요. 혹시 그런 비난 댓글이 있을까 봐 너무 무서워서 댓글난을 종이로 가리고 보았어요. 아직도 댓글은 확인 안 했어요."

"저도 그랬어요. 저는 한국인이지만 여러분과 똑같은 흥분과 두려움을 느꼈답니다. 그건 시민기자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순수한 감정이지 싶어요. 아마추어만이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이랄까…."

<오마이뉴스 재팬> 창간호 첫 화면.
<오마이뉴스 재팬> 창간호 첫 화면.
아줌마는 아줌마를 알아보는 것일까? 나 역시 일본인 주부 시민기자에게 관심이 많았는데, 일본인 주부 시민기자들 역시 한국인 아줌마 기자에게 여러 가지를 물었다.

한국에서 시민기자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지? 어떤 분야의 글을 주로 쓰는지? 지금까지 몇 개의 기사를 썼는지. 질문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일본인 시민기자를 인터뷰하러 왔다가 일본인 시민기자들에게 단체로 인터뷰를 당하게 되었다.

'아줌마'와 '오바상', <오마이뉴스>로 '통'하다

"저도 평범한 주부였답니다. 지금도 평범한 주부는 마찬가지이고요. 하지만,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찾았습니다. 누구 엄마, 누구 아내, 누구 며느리로만 불리던 제가 '김혜원 기자'라는 당당한 이름을 찾은 거지요."

'이름'을 찾았다는 말에 일본 아줌마들 역시 크게 공감을 표한다. 일본 여성은 결혼을 하면 성까지 남편의 성을 따르기 때문에 더욱 존재감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주부의 모습을 지켜가던 중년여성들이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이혼에 이르는 것 역시 그런 이유라는 것이다. 한국 역시 요즘 들어 이혼과 우울증이 증가하고 있으며 그 이유 역시 일본과 다르지 않으니 어느 나라든 주부들이 느끼는 감정을 비슷하지 않겠느냐며 공감을 표한다.

시어머니와의 갈등, 아내의 속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 그리고 엄마와 대화가 없어지는 자녀…. 어쩜 그렇게 똑같을까?

도리고에 슌타로 편집장과 아줌마 시민기자들.
도리고에 슌타로 편집장과 아줌마 시민기자들. ⓒ 김혜원
"밥 줘. 아이는? 자자."
한국 남편들 중 유난히 무뚝뚝한 남자들을 빗대어 말하는 위 세 마디를 들려주자 일본남편들 역시 집에 들어와서 세 마디를 한단다.

"밥 줘. 씻어. 자자."

일본에서 아줌마를 뭐라고 부르냐고 물으니 '오바상'이라고 한단다. 혹시 한국에서 부르는 '아줌마'의 의미를 아느냐고 물으니 한국 드라마를 통해 대충 짐작을 하고 있단다. 일본 주부들 역시 자신을 '오바상'이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니 한국의 '아줌마'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의미로 불리는 것이 분명한가 보다.

오바상 시민기자 파이팅!

처음엔 부끄러워 눈도 마주치지 못했던 그녀들이 남편, 시어머니, 아이들, 우울증 등 아줌마들의 공통 영역을 이야기하니 조금씩 마음의 빗장을 내려놓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들도 역시 하고 싶은 말도, 해야 할 말도 많은 아줌마였던 것이다.

"일본인들은 스스로 부끄럽고 소극적인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랍니다. 실제로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정보를 이야기하고 싶어합니다. 지금까지는 블로그가 어느 정도 그런 욕구를 없애는 역할을 했죠. <오마이뉴스>에 실명으로 글을 쓰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긴 했지만 차츰 좋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열심히 해서 한국에도 꼭 가보고 싶어요. 더 많은 한국인 시민기자도 만나보고 싶고요."

"다음에 만나면 하룻밤 자면서 밤새워 이야기를 하자고요. 한국 '아줌마'와 일본 '오바상'의 이야기."

저녁 10시까지 이어진 두 나라 아줌마들의 수다. 주부고 아내고 딸이고 며느리인 우리였지만, 국가를 초월해 여성이라는 공감대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오마이뉴스 재팬> 창간기념식에는 시민기자, 직원 등 내외 관계자가 초정되었다.
<오마이뉴스 재팬> 창간기념식에는 시민기자, 직원 등 내외 관계자가 초정되었다. ⓒ 김혜원
1일 <오마이뉴스 재팬> 창간 기념식에서 만난 한국인 아줌마와 일본인 오바상. 언어도 문화도 생긴 모습도 다른 두 나라의 아줌마들이 오마이뉴스를 통해 '통'하였다. 두 나라의 아줌마들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양국의 오마이뉴스를 발전시키고 이끌어갈지 기대된다. <오마이뉴스 재팬>의 오바상 시민기자 파이팅. 한국의 아줌마 시민기자 파이팅!

도리고에 편집국장 "예상보다 훨씬 큰 호응...행복하다"
<오마이뉴스 재팬>, 1일 시민기자들과 함께 창간기념식 열어

▲ 세계적인 블로그 검색 포털사이트인 <테크노라티> 재팬 사이트에서 검색순위 1위를 차지한 <오마이뉴스 재팬>. <테크노라티 재팬>에서 <오마이뉴스>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9월3일 현재 946건이 검색된다.

"창간 전에는 올해 말까지 5천 명의 시민기자를 목표로 잡았는데 창간 직전 975명이던 시민기자의 수가 창간 5일째인 9월 1일 현재 이미 15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대로만 간다면 계획한 목표를 초과달성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1일 도쿄 토라노몬 <오마이뉴스 재팬> 사무실에서 열린 창간기념식에서 도리고에 슌타로 <오마이뉴스 재팬> 편집국장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한 말이다.

도리고에 편집국장은 1일 평균 60개의 기사가 올라올 정도로 시민기자들의 활동 역시 활발하면서 "예상보다 훨씬 놀라운 속도로 발전해 가고 있어 놀랍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일본과 같은 사회에서는 오마이뉴스와 같은 시민언론이 뿌리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던 기존언론의 비관적 전망을 따끔하게 꼬집으며 <오마이뉴스 재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지금과 같은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는 시민기자들에게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앞으로 시민기자 한 사람이 주변 사람 다섯 명에게만 오마이뉴스를 알린다는 생각으로 활동한다면 일본에서도 한국에서의 오마이뉴스 성장에 못지않은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에서도 시민언론이 뿌리내리고 발전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어 세상을 놀래주자고 시민기자들을 독려했다.

오연호 대표는 한국에서의 <오마이뉴스> 창간 원년 시절과 비교하며, "<오마이뉴스 재팬> 창간을 준비할 때는 시민기자 가입이 적고 또 그들이 기사를 쓰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지금은 시민기자 기사가 너무 많아 편집하고 배치하느라 편집부 기자들이 거의 잠을 잘 수가 없어 그들의 건강이 걱정이 된다"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창간기념식에 참석한 시민기자들은 언론을 공부하는 대학생, 대학원생, 직장, 주부 등 다양했다. 참가자 대부분은 "실명으로 글을 쓰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제에 두려움을 갖고 있지만 새로운 매체에 대한 큰 기대가 더 크다"면서 앞으로 <오마이뉴스 재팬>을 알리고 성장시키는데 큰 몫을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한편 3일 오후에는 일본의 블로거들과 오마이뉴스 편집팀이 함께 '오마이뉴스의 길'에 대한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와세다 대학의 한 강의실에서 열린 이 토론회에는 약 1백여명의 일본 블로거들이 모여 오마이뉴스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일본의 블로그 검색 사이트인 <테크노라티 재팬>에는 '오마이뉴스'가 지난 1주일 동안 검색어 1위를 차지해 일본 네티즌들의 오마이뉴스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 김혜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