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 사태와 관련, 상품권 업체들의 정·관계 로비 단서를 찾아내기 위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 책임론'을 묻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게임 관련 협회 지원으로 지난해 9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게임전시회 외유를 다녀온 김재홍(열린우리당), 박형준(한나라당) 두 의원에 대한 국회 윤리위 제소는 물론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김효석·이상열·조순형 등 민주당 의원들은 4일 국회 기자실에서 회견을 열고 "공식 출장이냐 아니냐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회의원이 상임위 관련 업체들의 돈으로 외국을 다녀왔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법률안 등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자로부터 직·간접적으로 금품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얻어선 안 된다"는 국회 윤리규정을 들어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해 국민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991년 국회 상공위원 3명이 자동차공업협회로부터 3100만원에 달하는 공동여행경비와 개인여행경비로 1만6천달러를 지원 받아 북미지역을 여행했던, 소위 '상공위 뇌물외유사건'을 사례로 들어 강도높은 책임을 주문했다.
회견을 끝낸 뒤 이들은 국회의장실로 자리를 이동, 의장 직권으로 외유를 다녀온 의원들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할 것과 국회 문광위에서 사행산업규제 법률, 감사청구안이 왜 사장되거나 폐기되었는지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의견을 임채정 국회의장에게 전달했다.
이에 임 의장은 "'바다이야기' 사태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하지만 국회 윤리위 제소에는 조사 등 선행 절차가 필요하다"며 각 당의 조치를 우선 지켜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노동당은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용진 대변인은 "업체 지원으로 외유를 다녀왔고, 다녀온 뒤에 검찰이 주목하고 있듯이 문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업체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후속 조치 서두르는 열린우리, 조용히 감찰하는 한나라
한편 열린우리당은 이날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두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키로 결정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문광위 차원의 공식적인 출장이 아닌 것이 확인되었고, 협회 비용으로 해외를 시찰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회 문광위원회 여당 쪽 간사였던 김재홍 의원은 자신과 관련된 문제들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문광위에 머물고 있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라, 상임위 교체를 요청했다. 원내대표단은 이를 수용해 김 의원을 일단 환경노동위원회에 배치했다.
아울러 우상호 대변인은 박형준 의원이 자신이 조직위원장으로 있는 지역구 행사에 게임업체협회로부터 1억원의 협찬을 받은 사실과 관련 "라스베이거스 외유 문제보다 더욱 심각한 사안이라는 판단에서 열린우리당 조사단의 조사 후, 추가로 윤리위에 제소할 것인지, 아니면 검찰에 고발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황우여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지도부 회의에서 "조용히 처리하면서 결과가 있을 때 발표하려고 했지만 언론에서 관심을 갖고 있어서 중간에 말씀드린다"고 전제한 뒤, "부산시당에서 현지의 여러 가지 사태에 대한 검토를 조용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내부 윤리위원회(주호영 의원)를 통해서도 자료를 수집하며 사실상 감찰에 들어간 상태"라고 밝혔다.
박형준 의원은 "지금 내가 문광위원을 그만두면 여당의 '물타기' 전략에 휘말리는 것"이라며 문광위원직을 유지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편 검찰의 수사망도 좁혀지고 있다. 검찰은 출국금지 조치한 김문희 전 국회 문광위 수석전문위원을 곧 소환할 방침이고, 국회 속기록 검토에도 들어갔다.
김재홍·박형준 의원을 게임 전시회에 초청한 한국전자게임사업자협의회 대표가 상품권 업체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