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쓰지마 위험해!
ⓒ 워너비
"쓰지마! 위험해!"

제목부터 위협적이며 단호하다. 무엇을 쓰지 말라는 것일까? 강한 제목에 이끌려 책을 선택하는 순간, 그동안 논란이 됐던 몇 가지 물건들이 생각났다.

텔레비전과 휴대전화, 미세먼지를 방출해 건강을 해친다는 진공청소기, 일회용품과 포장재, 세제, 화장품. 이 정도 물건들에 대한 경고려니 싶었다.

그런데 맙소사! 저자는 내가 떠올린 물건 뿐 아니라 생활필수품 75가지를 쓰지 말아야 할 물건으로 열거했다. 전자 모기향, 나무젓가락, 물티슈, 프라이팬, 항균스펀지와 항균도마, 벽지와 치약까지.

대체 뭘 쓰고 살라는 걸까? 그간 매스컴에서 논란이 됐던 물건들은 그렇다 쳐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편하게 쓰던 물건까지 쓰지 말라고 경고하는 근거는 뭘까?

기업의 이윤 추구에 우롱당하는 소비자들

텔레비전을 계속 가까이에서 보면 이상임신, 이상출산 외에도 망막박리, 백내장 등 눈 장애와 안면습진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휴대전화 전자파, 이렇게 줄이세요!

1. 사용 방법에 따라 휴대전화의 전자파가 세질 수도 있다. 금속으로 테를 만든 안경을 쓰고 전화를 걸 경우 전자파 흡수율이 높아진다. 귀걸이나 머리핀을 착용해도 마찬가지.

2.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 두통이나 현기증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플라스틱으로 만든 안경테로 바꾸는 게 좋다.

3. 전자파는 통화가 연결되는 순간 강해졌다가, 통화할 때 약해진다. 전화가 연결된 후 전화기에 귀를 대면 전자파 피해를 줄일 수 있다.

4. 대기상태일 때도 가급적 휴대전화를 몸에 대지 않는 게 좋다.

5. 가장 좋은 방법은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고 이어폰으로 통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전자파에 거의 노출되지 않는다.
휴대전화의 전자파 위험은 훨씬 심각하다. 전자파를 방출하는 물건에서 멀어질수록 위험도가 낮아지지만,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귀에 바짝 대고 사용하기 때문이다.

최근 휴대전화가 알레르기를 유발한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휴대전화의 전자파가 뇌종양과 백혈병 발병에도 영향을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에서는 휴대전화 때문에 뇌종양이 생겼다는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전자파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

전자파 방출을 줄인다는 제품이나, 간단히 붙이는 것만으로 전자파를 차단해준다는 제품이 시중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어떤 제품도 전자파를 줄이지도, 차단하지도 못한다고 말한다. 제품 주변에 놓으면 전자파 차단 효과가 있다는 식물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

저자에 따르면, 음이온 가전제품도 예외가 없다. 전자파를 차단하고 건강에 좋다고 해서 비싼 값을 주고 사지만, 음이온은 과학적으로 전혀 입증되지 않은 성분이며 존재조차 없다고 한다.

음이온과 함께 소비자들이 과신하는 게 '항균'이다. 건강을 생각해,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몸에 좋다는 항균제품을 선택하지만 저자는 '항균'의 실체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예를 들면, 곰팡이를 방지하고 항균효과를 높이기 위해 발암성이 있는 위험물질을 에어컨 내부에 사용하고 있다. 당장 편하자고 비싼 값을 치르면서 곰팡이 대신 선택하는 게 다름 아니라 발암 물질인 셈.

그런데 이른바 '항균'의 위험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은 에어컨만이 아니다. 항균스펀지 제품설명서엔 '수족관 내부는 닦지 말라'고 되어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항균도마에 쓰이는 항균제가 금속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면?

저자의 생활용품에 대한 경고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쓰지 마, 위험해!>는 가전제품, 건강 관련 제품, 아기용품, 주방용품 등 10장으로 나누어 75가지 생활용품의 실태를 고발한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저자가 얼마나 근거 있는 주장을 하는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위험목록으로 제시한 물건들이 우리가 예사로 사용하는 생활필수품들이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동안 놀라울 뿐이었다. 그러나 어쩌랴, 현실인 것을(저자는 2005년 7월 31일 일본의 실정에 기반을 두고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지만 한국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75가지 생활필수품의 위험성은 일본 시민단체인 '식품과 생활의 안전기금'이 21년 동안 실험·조사한 결과를 근간으로 하고 있고 한국소비자연맹에서 감수했다.

저자는 위험을 알리고 경고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75가지 물건에 대해 소비자들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소비자연맹에서 소비자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들과 일본과 우리나라의 실태를 각 장에 실었다.

지나치게 민감한 것 아냐?

소비자의 권리를 위한 이런 고발서가 늘고 있다. 과자의 실태를 파헤쳐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같은 책이 좋은 예다. 이밖에 식품에 첨가하는 항생제와 첨가물의 위험을 알리는 책이나 화장품의 실체와 독성을 알리는 책도 다양하게 나와 있다.

필자는 이런 책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읽는 편이다. 읽지 않으면, 저자가 제기하는 내용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근거가 확실하다면 소비자의 권리를 제대로 찾는 데 동참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 책들을 읽지도 않고 '지나치게 민감한 것 아니냐'며 반감을 보이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그런 분들에게 반드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읽지 않고 비판하는 것은 권리를 찾으려는 다른 소비자까지 가로막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권리를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은 차이가 크다. 책에는 진공청소기의 문제점을 제조회사에 항의하고 개선을 요구해 새 제품이 탄생한 사례와 그 제품에 대한 한국소비자연맹의 평가도 제시되어 있다. 소비자들이 힘을 모아 권리를 찾은 좋은 사례다.

이 책을 수시로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생활용품의 위험에서 벗어나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덧붙이는 글 | 고와카 준이치&'식품과 생활의 안전기금' 지음, 2006년 6월 30일 발간, 13500원.

고와카 준이치는 1984년 '식품과 생활의 안전기금'을 설립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농약의 전모를 밝혀냈다. 식품과 생활의 안전문제를 위해 활동하는 제일인자로 손꼽힌다. <먹지마 위험해!>, <안전하게 먹고 싶다>, <항균제 중독> 등을 지었다.

'식품과 생활의 안전기금'은 생활에 숨어있는 화학물질의 유전독성을 밝혀내는 활동을 하고 있다. 환경호르몬이 용출되는 컵라면 논쟁 등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고,유해성을 지적하는 등 활동을 펼쳤다.


쓰지마 위험해!

고와카 준이치 지음, 전혜경 옮김, 워너비(2006)

이 책의 다른 기사

아직도 스킨 다음에 로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