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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OO 도움으로 핸드폰을 개설해서 매달 꼬박꼬박 전화요금을 갖다줬는데, 한국 사람이 '왜 전화요금 내지 않느냐?'고 자주 전화가 와서 요즘은 제가 직접 내요."
그제야 쉽게 정리가 되었다. 리OO는 우리 쉼터를 찾아왔던 여인과 함께 하*** 판매업을 했던 모양이다. 주중이나 낮에는 일을 하고, 주말과 밤에는 하*** 판매를 하던 리OO는 한국인의 도움을 얻어 핸드폰을 한국인 명의로 개설할 수 있도록 도와줬던 모양이다.
리OO는 절친한 친구들을 중심으로 핸드폰 개설을 도왔고, 핸드폰 요금을 자신이 받아서 내 왔었다. 리OO로서는 물품 판매를 위해 인도네시아 친구들에게 선심을 쓰기 위한 수단이었고, 한국인 사업자 역시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로 손발이 척척 맞았던 모양이다.
그러던 것이 사업이 잘되지 않았는지 리OO가 전화요금을 중간에서 가로채면서 문제가 터진 것이었다.
리OO의 얘기를 들으면서 리OO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이 경험상 한국인보다는 자국출신 이주노동자들이 더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타이인 부부가 똑같은 일을 하다가 자신들만이 아니라 동료 친지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걸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장 직판인지 다단곈지 모르지만, 주간에 일하고, 간혹 야근까지 하는 사람이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판매업을 하여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자체가 무리인 듯싶었다. 본인 스스로야 열심히 노력해서 돈을 번다고 했겠지만, 지나친 과욕이 친구들과의 관계를 서먹서먹하게 만들고, 어쩌면 누군가로부터 도망치며 살아야 하는 신세를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이상한 것은 숱한 이주노동자들을 만나다 보면 리OO와 비슷한 일을 겪는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우선은 싹싹하고 우리말을 잘해서 대인관계가 좋다는 것이고, 그 다음은 부지런하고 똑똑하다는 것과 각종 정보에 빨라서 다른 이주노동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리OO처럼 한 번 문제가 불거지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게 된다.
야무지고 당돌했던 리OO가 어느 순간 도망자가 됐는지 모르지만, 리OO의 묘연한 행방에서 욕심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는 걸 깨우친다.
덧붙이는 글 | 기사 내용의 당사자들 이름을 익명처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