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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승희 의원
민주당 이승희 의원 ⓒ 여의도통신 김진석
"로비스트가 양성화됐다면 '바다이야기'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진 않았을 것이다."

[송민성 기자] 지난해 7월 로비스트 등록 및 활동공개에 관한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이승희 의원(비례)의 말이다. 바다이야기 사태가 게임업체의 음성적 로비 때문에 더욱 문제가 커졌다고 보는 이 의원은 지난달 30일 입법토론회를 열어 "로비제도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하면서 "17대 국회에서 반드시 로비제도를 법제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비례)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함에 따라 로비제도에 관한 국회 내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여의도통신>에서는 이승희 의원을 만나 로비제도 법제화의 필요성과 법안의 실효성 등에 대해 들어봤다.

- 로비제도 정착과 법제화를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이유는?
"우선 로비를 제대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 로비란 행정부나 국회의 정책 결정, 즉 입법에 개입해 영향력을 미치려는 모든 시도를 말한다. 민주주의하에서는 다양한 주체들이 자신들의 입장과 이해를 반영시키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 이해관계들을 조정하는 것이 곧 정치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시민단체도 로비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각자 이념과 목적에 맞게 집회를 열거나 대사회적 발언을 하면서 로비를 하고 있는 거다. 다만 그게 공적인 이익에 관한 것일 뿐이지. 시민단체의 로비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로비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 여의도통신 김진석
그런데 공적 이익만 중요한가? 사적 이익도 그만큼 중요하다. 개인들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법이나 관심 있는 영역에 대해 발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역할을 해주는 게 로비스트다.

로비활동은 정책 입법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공무원과 국회의원은 각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스트들을 만나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여러 채널을 통해 정책 결정에 관한 아이디어도 얻고 각 집단들의 입장도 들을 수 있다. 국민들의 요구에 더욱 가까운 정책을 만들 수 있다.

지금처럼 로비가 끊임없이 사회 문제화되는 것은 로비가 음지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여당 누구, 문광부 누구에게 선이 닿는 얼굴 없는 거물들이 생기게 되는 거다. 그러자면 엄청난 돈이 드니까 이른바 일부 계층만 로비를 할 수 있다. 소수의 몇몇이 판을 좌지우지하고 국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상황이다. 그 과정에서 거액이 오가다 보니 필연적으로 게이트가 터진다."

- 법안 내용을 보면 로비스트를 등록하고 로비활동을 공개하도록 돼 있는데.
"로비스트로 등록하고 합법적인 로비활동을 하면 된다. 등록제로 하되 별도의 자격요건을 두진 않았다. 법무부에 등록신청서를 제출하고 소정의 등록금을 내면 로비스트로 활동할 수 있다. 국가안전보장, 사회질서유지 및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보충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구체적인 절차나 등록 금액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활동사항에 관해서는 6개월에 한 번씩 보고서를 제출한다. 지출내용을 작성하고 10만원을 초과한 지출이나 거래에 대해서는 대상 공무원 및 의뢰인 이름, 지출 총액, 지출 발생일, 로비 목적 등을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 그러면 고액 로비 할 수 있겠나? 자연스레 억제될 거다. 기록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쌓인 기록들이 나중에 공무원과 의원들을 규제하는 틀이 될 거다."

- 법안에 따르면 정해진 절차를 따르지 않았을 때, 즉 합법적인 선을 넘어서는 로비를 했을 때는 3년간의 활동 정지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는데 처벌 규정이 미약하진 않은가.
"불법 로비에 관해서는 뇌물공여죄나 공직자윤리법 등 현재 민·형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로비스트 협회를 만들어 자정 역할을 하도록 할 수도 있다."

- 그렇다고 불법 로비가 없어질 거라는 기대를 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불법 로비를 합법화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고.
"법을 만든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지금은 법이 없으니까 누가 어떻게 뛰고 있는지, 반칙을 하는지 안 하는지조차 관리할 수 없다. 각자 가서 저녁 먹고 술 마시고 골프 친다. 일단 게임의 룰을 만들어주자는 거다. 룰을 만들고 그에 따라 관리를 하면 불법 로비를 억제할 수 있다. 법이라는 테두리가 있고 없고는 큰 차이다. 결코 브로커들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게 아니다."

ⓒ 여의도통신 김진석
- 로비제도를 양성화한다고 해도 로비스트를 고용하는 데는 비용이 든다. 다양한 의견을 민주적으로 반영한다고 하지만, 결국 집단간 불균형이 생기는 것 아닌가. 사회적 약자들의 의견은 잘 반영되지 않는다 거나.
"지금이야 모든 로비가 불법인 상황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니 가격이 비싸지만, 양성화되면 전문 로비스트도 육성되는 등 공급이 많아진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은 전체적으로 내려갈 거다."

- 주무부서를 법무부로 했다. 이은영 의원안의 경우 국회 사무처 관할로 규정했는데.
"나도 국회 사무처 관할로 할까 생각했다. 인력이나 시스템상 미흡한 부분이 있어 법무부로 한 것이다. 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해야 되는데 변호사들이 반대하니까, 법사위를 통과하기는 아무래도 어렵다."

- 지난해 7월 법안 발의 후 논의가 거의 진척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일단 로비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낮다. 로비는 나쁜 것이라고만 인식한다. 로비스트는 사안이 성사되면 거액을 받고 아니면 대가가 없는 브로커와 다르다. 변호사 수임하듯 시간 당 일정액을 받고 합법적인 로비활동을 하는 게 로비스트다.

변호사들의 강력한 반대도 주요 원인이다. 지금 로비스트 역할을 주로 하고 있는 게 변호사들이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로펌들, 다 은밀하게 로비활동 하면서 막대한 돈을 벌고 있다. 그런데 법이 만들어지면 누가 얼마 받고 누굴 만나 무엇을 하는지 다 공개된다. 로비스트가 양성화되면 로비스트로 나서는 사람도 당연히 많아진다. 그러면 지금처럼 큰 돈 벌기 힘드니까 반대하고 나서는 거다."

"이승희 의원 법안은 사법체계 훼손"
대한변협 '전면 반대' 입장 천명

▲ 지난달 30일 이승희 의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
ⓒ여의도통신 한승호

대한변호사협회 민경식 법제이사는 30일 토론회에 참석해 법안에 대한 전면 반대 입장을 강조했다.

민 이사는 "이 의원의 법안이 변호사법 등 기존 사법체계를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행위와 일반 법률사무를 행하는 것은 변호사의 고유 직무인데, 이 의원은 로비스트도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더군다나 자격 제한이나 기본적 윤리, 징계 등에 대한 교육에 관한 규정도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 이사는 "법안이 불법청탁행위를 로비활동이라는 이름으로 양성화했다"며 "지금까지 (브로커를 규제하는) 법률이 없어서 각종 브로커들이 날뛰었던 것도 아니고, 모든 로비활동을 법에 따라 등록시켜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것은 현실을 너무 안이하게 본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국민들의 법 감정도 변협이 내세우고 있는 근거 중 하나다. 민 이사는 "자칫 국민들이 로비스트를 동원해 돈을 써야 민원이 해결되는 것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송민성

덧붙이는 글 | 기사 원문은 여의도통신(www.ytongsin.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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