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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낮 서울 종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한미FTA 3차협상의 주요 쟁점 논의' 토론회.
일 낮 서울 종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한미FTA 3차협상의 주요 쟁점 논의' 토론회. ⓒ 바른사회시민회의

"(멕시코에 대해) 지나치게 떠들고 있는것 같습니다. 지금 거기(멕시코)에는 한국사람들이 너무 많이 있어요. 만나는 사람들도 대부분 똑같고…. 지금은 정말 창피할 정도까지 됐습니다."

김원호 박사(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가 목소리를 높였다. 김 박사는 이어 "어떤 기자가 멕시코 사람을 소개시켜달라고 했는데 '더 이상 소개를 못하겠다'고 했다"면서 "(멕시코에) 그만 좀 갔으면 좋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 박사는 13년 동안 멕시코 경제·사회 등을 연구해왔다.

7일 낮 서울 종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 보수적 성향의 바른사회시민회의에서 주최한 '한미FTA 3차협상의 주요 쟁점 논의'에 참석한 경제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선 미국과의 FTA 체결은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또 농업이나 제조업·서비스업 등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으며, 개방을 통해 얻는 것이 더 많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일부 참석자들은 "반대론자들의 목소리가 너무 커졌다" "찬성론자들도 좀 거칠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미FTA 협상에 대해 국민 상당수가 부정적인 여론을 갖게 된 것이 반대론자들의 오해와 왜곡, 과장에서 비롯된 점이 많다는 주장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재계·학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멕시코에 대해서 너무 많이 떠든다, 이제 그만 갔으면"

이날 토론회의 첫 발제자로 나선 김원호 박사는 한미FTA을 둘러싼 국내의 찬반논쟁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거리낌없이 털어놨다. 그는 "나프타 체결 후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멕시코 사례는 전세계 경제학자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와 관련해 수백여편의 논문이 나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MBC·KBS 등의 방송사의 프로그램의 예를 들면서, 멕시코 경제의 부정적인 면이 나프타(NAFTA)에서 비롯된 것처럼 묘사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멕시코 사례에 언급되는 것을 4가지로 요약했다.

"나프타 체결 이후 멕시코 농업이 피폐해졌다는 것과 실업 증가·양극화 심화·나프타 재협상 요구 등으로 정리된다"면서 "그러나 이를 나프타가 만들어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86년에 멕시코의 무역자유화 조치가 있었고, 나프타 체결 이전에도 멕시코는 이미 미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94년 멕시코의 화폐인 폐소화의 위기, 정치권의 무능과 독점기업의 횡포, 부정부패 등이 멕시코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멕시코와 우리나라를 동일선상에 놓고 단순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면서 "한미FTA는 국가경제 선진화를 위한 도구이며, 이를 잘 활용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FTA를 만병통치약처럼 홍보하는 것도 문제"

토론자로 나선 정재화 한국무역협회 FTA팀장은 "언제부턴가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풍토가 있다"고 운을 뗐다. 정 팀장은 이어 "김 박사의 (멕시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MBC·KBS에서 FTA에 대한 그런 어처구니 없는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왜곡된 세계관으로 보면 당연히 모든 게 왜곡되기 마련"이라면서 FTA 반대진영에 대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어 "정부가 FTA체결에 대한 홍보도 문제"라며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한미FTA가 체결되면 모든 것이 잘될 것처럼 하는 것도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정 팀장은 "FTA는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확대해나가는 과정"이라며 "그 자체가 목표가 되거나 파라다이스가 아니다"고 전했다.

김용옥 전국경제인연합회 FTA팀장도 "나프타로 인해 멕시코가 소득불균형·양극화·고용불안 등의 논란이 있었다"면서 "이제는 이같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멕시코 경제상황은 패소화의 위기와 내부의 미흡한 경제 구조조정, 정치 불안 등이 원인이라는 것이 정설이라고 덧붙였다.

박형래 강릉대 교수(무역학과)는 보다 강경한 목소리로 반대진영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우선 한-칠레FTA의 예를 들면서 "이것으로 우리 농촌이 망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당시에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한-칠레FTA를 하면 농촌이 거덜난다고 했다"면서 "그 사람들 다 어디로 갔느냐"고 따져물었다.

"한-칠레FTA 반대했던 사람들, 다 어디로 갔느냐"

박 교수는 "4대 선결조건이라는 표현 자체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스크린쿼터를 비롯해 의약품·자동차 배기가스·쇠고기 문제 등은 이미 오래된 한미 통상 현안들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미국에서 자동차를 엄청나게 팔면서 이득을 내고 있지 않느냐"면서 "국내에 미국 자동차 5천대나 8천대가 더 들어온다고 무엇이 문제냐"고 말했다.

그는 특히 FTA찬성론자들의 수세적인 자세 전환을 주장했다. 한마디로 좀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FTA 반대론자들의 목소리가 너무 크다"면서 "찬성론자들도 좀 거칠어질 필요가 있으며, 따져야 할 것은 따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밖에 한미FTA 투자와 금융서비스·농업 등 각 부문에 대해서도 참석자들은 개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김관호 동국대 교수(국제학과)는 "투자분야는 복잡한 것 같지만 매우 간단한 이슈"라면서 "이미 우리가 80개국과 맺은 투자협정 내용을 미국에게도 그대로 적용할 것인지 아닌지만 고려하면 된다"고 밝혔다.

오정근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이미 개방화된 금융환경에서 금융산업 발전은 개방과 경쟁없이는 불가능하다"면서 "개방에 따른 찬반 논의보다는 개방의 폐해를 최소화하고 어떻게 이익을 극대화할 것인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가 끝난 후 정부 연구기관과 보수적 성향의 통상전문가 등이 공동으로 집필한 <한미FTA논쟁, 그 진실은?(해남출판사)>이라는 제목의 책도 선보였다.

총론을 맡은 정인교 교수(인하대 경제학과)는 "한미FTA 대한 평가는 최종 협정 내용을 봐야만 가능하다"면서 "총론적 반대보다 특정 이슈별로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를 협상에 반영되도록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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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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