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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 반환된 미군기지 캠프 콜번(경기도 하남시 소재)에서 8일 오전 이 지역 국회의원인 열린우리당 문학진 의원이 같은 당 우원식, 유승희, 이원영 의원과 함께 환경오염 실태조사를 위해 부대에 들어갈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으나, 국방부측은 의원들의 출입을 불허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삽질. '삽으로 땅을 파거나 흙을 떠내는 일'을 뜻하는 명사다. 하지만 최근엔 전혀 다른 뜻으로 더 많이 쓰인다.

삽질의 동사형인 '삽질하다'. '괜히 쓸데없는 행위를 한다'는 비아냥거림을 담고 있다. 요즘 누군가가 되지도 않을 일에 힘을 쓰고 있으면 십중팔구 이런 말을 듣기 마련이다. "삽질하고 있네."

8일 여당 소속 국회의원 4명이 하남시 한 야산에 모여서 '삽질'을 해 관심을 끌었다. 문학진 의원 등 4명이 지난 7월 15일 한국정부에 반환된 하남 미군기지 '캠프 콜번'의 환경오염 조사를 위해 이날 손수 삽을 챙겨들고 나타난 것.

포크레인은 없었다, 삽은 2~3분 움직였다

의원들은 '캠프 콜번' 영내에 묻혔다는 미군의 쓰레기를 직접 파서 확인하겠다고 단단히 벼른 모습이었다. 한 의원실에서는 기지 인근 쓰레기를 찾기 위해 포크레인까지 동원할 것이라는 정보를 미리 언론에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각오와 달리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의원들은 국방부의 영내 진입 불허 방침만 거듭 확인한 채 철망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기다렸던 포크레인도 오지 않았다. 옛 미군 군무원을 앞세워서야 겨우 뒷산에 아무렇게나 파묻힌 쓰레기를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

의원들의 '삽질'도 그다지 미덥지 못했다. 10여분을 거슬러 올라간 뒷산 숲속에서 의원들은 겨우 2~3분 땅거죽만 뒤집었다. 따라간 보좌관들도 사진과 영상 찍기에 바빴다.

그나마 오전 11시가 되자 의원들은 "정기국회 일정과 약속 때문에" 서울로 돌아갔다. 오염실태를 확인하겠다며 캠프 콜번 앞에 도착한지 딱 1시간 만이다.

한 의원은 미군기지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자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우리 오늘 여기 완전히 삽질하러 온거지, 뭐".

국회의원들의 첫 삽, '삽질'로 끝나지 않기를

▲ 우원식, 이원영 열린우리당 의원이 미군들이 사용한 뒤 버린 각종 생활폐기물과 건출폐기물 더미를 삽으로 파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날 여당 의원들의 '삽질'이 관심을 끌었던 것은 미군기지 오염실태를 국회 차원에서 처음 현장 조사했기 때문이다. 국민의 90%가 환경오염 조사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조사가 보여주듯 국민적 관심도 큰 사안이다.

물론 여당 소속 국회의원 4명이 반환 미군기지 환경오염 실태조사의 '첫 삽'을 떴다는게 큰 의미를 지닌다. 분명 박수받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 삽이 계속해서 땅을 파내려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이 필요하다.

고은기 감독이 만든 영화 <뚫어야 산다>에는 '삽질이파'라는 악당들이 등장한다. 삽 한 자루로 폭력조직을 일통한 삽질이파 두목(이재용 분)은 부하들 앞에서 외친다. "내가 처음 삽 한자루 들고 서울역에 내렸을 때 모두 다 비웃었어…. 하지만 지금은 어떠냐".

4명의 국회의원이 삽 한자루를 들고 하남시로 내려갔지만 아직 큰 반향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든 삽 한자루가 전국에 흩어져 있는 반환 미군기지 오염의 진실을 꼭 파헤치기 바란다. 삽 한자루로 폭력조직을 통일한 삽질이파 두목처럼. 그리고 삽질이 '삽질'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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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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