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코리아구상을 위한 연구원'이 주최한 '한미 군사동맹과 동북아 평화체제 구상' 토론회가 8일 오후 서울 배재대 학술지원센터에서 열렸다.
조성렬 국제문제조사연구소 기획실장, 홍현익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이 발표하고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 연구소 연구교수 등의 토론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의 의미와 정치적 논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토론회는 <오마이뉴스>와 <경향신문>이 후원했다.
조성렬 기획실장은 "현재 전작권 환수와 관련해 정치적 논란을 넘어 감정적 싸움 양상이 벌어지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며 "전작권 환수는 1987년 대선 때 노태우 후보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는데, 보수진영이 논점을 바꿔가며 비판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즉, 보수 진영은 처음에는 미국이 원하지도 않는데 좌파 정권이 전작권 환수를 추진한다고 비판했으나, 부시 행정부의 '진심'이 확인된 뒤에는 국방비 부담, 유사시 미 전시증원군 문제 등을 들고나왔다는 것이다. 조 실장은 "요즘에는 연합사가 해체되면 미국의 대북 선제 공격을 막을 수 없다는 주장까지 하는데, 마치 진보진영의 주장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조 실장은 "현재 전작권 환수의 로드맵은 나왔지만 구체적인 타임라인(시간표)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며 "주한미군 10대 임무 가운데 수색·정찰 임무를 2006년까지 가져오기로 했는데, 한국군의 공격 헬기 도입이 지체되면서 2008년으로 연기된 것처럼 전작권 환수 시간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작권 반환은 미국이 동북아판 나토를 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현재 병렬형인 미-일 군사동맹에 한국군이 하위 체계로 들어가는 문제가 생긴다"고 밝혔다.
조 실장은 전작권 환수를 빌미로 막대한 국방비를 투입하려는 정부 계획에 우려를 표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다면 군비 증강을 통해서 북한의 위협을 막는 것보다는 한반도 군비 총량을 어떻게 제한하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실장은 "한반도에서 최선의 군비는 평화"라고 강조했다.
홍현익 연구위원은 올 1월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한 한미 외무장관 공동성명의 두번째 항을 문제 삼았다. 이 문장은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 있어서 미국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되어있다.
홍 연구위원은 "이 문장에서 동북아 분쟁에 개입을 자제당하는 쪽은 주한 미군이 아니라 한국군이다, 따라서 주한미군은 마음대로 양안 분쟁에 개입하되 한국군은 따라오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라며 "그런데도 정부 고위당국자들은 주한 미군의 동북아 분쟁 개입이 차단되었다고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앞으로 합의를 통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적용되는 조건을 확정해야 한다"며 "'양측이 이런 유연성의 발휘가 한국의 안보를 위태롭지 않게 할 것이라는 점에 합의(consensus)할 때 이것이 발동된다' 또는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양측의 사전합의를 거쳐 발동된다'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진영 무작정 반대는 국익에 위배"
토론자로 나선 박건영 가톨릭대 교수는 보수진영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 교수는 "전작권 환수 반대론자들은 세계에는 혼자 방위하는 나라는 없으며 다자간 집단안보가 국제적 추세라고 주장한다"며 "그런데 이들은 전작권 환수가 결코 집단안보나 집단방위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미연합사 체제 안에서 한국군은 미군과 융합되어 있으나 전작권 환수 뒤에는 오히려 상비군 없이 유사시 동원체계만 있는 나토와 같은 집단 방위체제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북한의 남침이 힘든 이유를 열거했다. 한국 전쟁 때 북한의 남한에 대한 군사적 우위·애치슨 라인 설정·소련과 중국의 지지 등의 조건이 있었으나 지금은 단 한가지 조건도 충족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전작권 반환 뒤 주한 미군이 철수할 것이라는 보수진영의 주장에 대해 박 교수는 "통일 한국은 반일 민족주의를 고리로 해 중국과 공조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큰 손해이기 때문에 주한미군을 끝까지 주둔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만약 한나라당이 정치적 동기가 아닌 진정 국가 전략적 이익 차원에서 전작권 환수에 반대한다면 내년 대선 때 '우리가 집권하면 전작권을 미국에 돌려주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그는 "정부의 입장이 자주로 간주되는데, 이는 자주가 아니라 미국의 입장을 수용한 것에 불과하다"며 "용산기지 이전 등 손과 발을 먼저 만들고 전략적 유연성 인정이라는 머리를 나중에 만들었다, 이는 순서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연철 교수는 "한미 동맹 재조정은 미국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며 "그런데 보수진영의 우리 정부 때리기는 오히려 한국의 협상력을 떨어뜨리고 국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한미동맹 재조정 과정에서 미래 전략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현재 전작권 환수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는 이유는 여러가지"라면서 "정부가 겉으로는 반미, 내용적으로 친미 정책을 쓰면서 진보와 보수 양쪽으로부터 비판을 받으면서 국내 정치적 실익을 챙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전작권 환수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 및 여야 지도부들간의 대화채널을 구축했다면 지금과 같은 혼란을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북공정 급속 추진은 한국 불신에서 비롯됐을 가능성"
중국 전문가인 최지영 한림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 3월 닝푸쿠이 주한 중국 대사가 '주한미군이 제3국을 대상으로 행동하면 우리는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며 "내정 불간섭 등의 원칙에 입각, 대외 문제에 있어 극히 신중하게 발언하는 중국 대사가 주한 미군 움직임에 대해 경고한 것은 내부적으로 상당한 합의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 움직임이 급속화된 것도 전략적 유연성을 쉽게 합의한 한국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의 외교는 대미 외교만 존재할 뿐 다른 나라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 1월 합의한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의 양안 분쟁 개입을 보장한 것이라는 홍현익 연구위원의 지적에 공감을 표한 최 교수는 "우리 정부나 상당수 전문가들이 중국과 대만 분쟁 가능성을 낮게 보는 데 이는 대단히 안이한 인식"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반국가분열법을 제정해 대만이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만 실시해도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또 한국 전쟁 참전, 티베트 침공, 인도 및 소련과의 국경분쟁, 1979년 베트남과의 전쟁 등 중국은 서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경하게 영토나 주권문제에 대응했다.
최 교수는 "지난 2003년 베이징대에서는 현 상태가 고착화되기 전에 대만을 먼저 공격하자는 논의가 불붙었던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전략적 유연성 인정 등 한국이 대미 관계에서 제 역할을 못하면, 중국은 한국과 관련된 문제를 한국이 아닌 미국과 직접 협상을 통해 풀 가능성이 있고 우리는 심각한 안보 위협에 부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사회를 봤던 함택영 경남대 교수는 "미국의 랜드연구소가 과거에는 한반도 분쟁과 관련한 워게임을 많이 했는데 요즘에는 양안 분쟁과 관련한 워게임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