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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선 프로그램 <좋은사람…>은 현모양처형에 경제력과 외모까지 갖춘 여성상을 부추기고 있어 시청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맞선 프로그램 <좋은사람…>은 현모양처형에 경제력과 외모까지 갖춘 여성상을 부추기고 있어 시청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 KBS
전통적인 어머니의 역할을 강조하는 여신으로 분류되고 있는 데미테르. 과거 TV는 여성을 데미테르의 원형으로 그려왔다. TV 속 여성들은 어머니가 되는 것을 일생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여기고, 강한 모성본능 때문에 어머니라는 역할을 상실하게 되면 비탄에 빠지고 심지어 파괴적인 모습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시대가 변하면서 TV는 여성을 슈퍼우먼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직장에서는 화려한 외모와 뛰어난 능력을 겸비한 유능한 여성으로, 집에서는 남편과 자녀에게 신뢰받는 아내와 어머니로. 이는 결혼 조건 변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상적인 여성 배우자 상이 '참한 현모양처'에서 '능력 있고 예쁜 직장여성'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부 TV 프로그램이 여성들에게 슈퍼우먼이 될 것을 요구하면서도 여전히 외모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경제적 능력만큼 외모가 결혼의 주요 조건임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남녀 맞선을 주선하는 <좋은 사람 소개시켜줘>(KBS 2TV 일요일 오전 10시 45분 방송, 이하 '좋소'). '좋소'는 지난 7월부터 '장모님, 처음 뵙겠습니다'와 '내 딸을 소개합니다' 코너를 신설, 남여 출연자가 대면하기 전에 출연자들의 어머니가 먼저 이야기를 나누게 하고 있다.

이 코너에서 대부분의 여성 출연자 어머니들은 자신의 딸을 소개할 때 경제적 능력과 함께 외모를 강조한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매스컴모니터회(이하 모니터회)는 지난 7월 2일부터 30일까지 방송을 모니터한 결과 이 프로그램이 "여성의 경제력을 비중 있는 가치로 언급하고 있다"고 총평했다. 모니터회는 "남성 출연자들이 여성들의 경제력을 묻자 어머니들이 앞 다퉈 '통장이 4개다', '집은 벌써 마련해두었다' 등의 답변을 했다"며 "심지어 경제력을 강조하기 위해 딸이 요리 등의 집안일을 전혀 할 줄 모른다고 강조하는 어머니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모님 처음…'코너서는 경제력·외모만 강조
어머니가 출연 조건만 따져 본래의 취지 상실


특히 모니터회는 여성 출연자들이 블라인드 뒤에서 모습을 숨기고 있다가, 남성 출연자와 어머니의 이야기가 끝난 후 등장해 외모에 따라 남성 출연자들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보는 점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경제력을 갖춘 슈퍼우먼을 강조하는 시대에 결국 중요한 것은 외모라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청자들도 불편한 심기를 터뜨리고 있다. 아이디 'aigong3013'을 쓰는 네티즌은 '좋소' 게시판에 "여성 출연자들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다가 나중에 공개해 얼굴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은 첫 대면에서 너무 외모만 부각시키는 것 같아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exit0098'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도 "어머니들이 출연한 이후 서로 조건만을 따지는 것 같아 과거처럼 출연자들이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교감하는 과정을 느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TV가 슈퍼우먼에다 외모까지 완벽한 여성상을 강조하다 보니 최근에는 슈퍼우먼 콤플렉스가 '슈퍼우먼 증후군'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해지려고 지나치게 신경 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성 증후군으로 눈 질환, 두통, 불안감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고 한다. 이 병명을 붙인 미국의 정신신경학자 M.슈비츠는 "여성이 아내·어머니·직업인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려고 모든 걸 떠맡게 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강남청아한의원 조진영 원장은 "2~3년 전까지만 해도 집안 문제로 스트레스 클리닉을 찾는 여성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여성들이 업무상 스트레스 때문에 클리닉을 많이 찾고 있다"며 "여성들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다 보니 남성보다 클리닉을 찾는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항상 시대에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TV 프로그램. 집안일 솜씨에 경제적 능력, 게다가 외모까지 강조해 여성들을 각종 병적 징후까지 앓게 하는 것은 멈춰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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