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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리에서 출토된 백제시대 금동관모.(한국전통문화학교)
부장리에서 출토된 백제시대 금동관모.(한국전통문화학교) ⓒ 안서순
부장리에서 출토된 백제시대 금동관모의 비밀이 풀렸다.

지난해 11월 출토된 부장리 유적5호 분구묘(충남 서산시 음암면 부장리)에서 출토된 금동관모의 보존처리 과정 중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백제관모에 대한 제작기술이 밝혀졌다.

최근 한국전통문화학교 한국전통문화연구소의 정광용, 이수희 연구원은 국립공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4-5세기 백제유물특별전시전(9월 1일∼10월 8일)에서 이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이 금동관은 고깔모양의 관모장식 전면과 후면에 각종 문양을 투조한 금속판을 잇대고 못으로 고정한 것으로 공주 수촌리 1, 4호분과 고흥 안동고분 출토품 등 한성시기 후반의 금동관모와 형태적으로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광용 연구원은 11일 "금동관모를 발굴 현장에서 응급조치 후 실험실로 옮겨 다양한 첨단분석기기를 활용, 금동관모의 제작기법을 확인케 됐다"고 밝혔다.

청동에 금도금을 한 이 금동관모의 크기는 밑부분이 17.5cm에 높이 15cm 크기로 제작기법은 먼저 좌우의 금속판을 반타원형으로 오린 다음 육각형(귀갑문)으로 구획했다. 그 다음 구획된 테두리에는 파상문을 연속적으로 베풀었고 내부에는 봉황무늬의 투조로 표현했다.

투조된 모양은 다양하며 각기 장식판의 웃부분에는 단면 '∧'자의 복륜(테두리)를 씌워 붙였으며, 그 전후에 각기 장식판 1매씩을 덧붙여 못으로 고정했다. 앞 장식은 아래쪽이 뾰족하고 위쪽에는 줄기모양의 장식이 세워져 있다. 아래쪽 넓은 부위에는 역시 육각형의 구획을 하고 그 속에는 봉황 여러 마리를 투조로 표현했다.

마지막에는 백제시대 금동관모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예와는 달리 금동판을 반으로 접어 단면 '∨' 자형의 판을 만든 다음 윗부분의 여러 금동판을 끼워 넣어 고정했다. 이 부분(일반적인 백제양식과 다른)이 백화수피와 함께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정 연구원은 "방사선으로 촬영하기 어려운 부분을 CT를 이용해 관모를 분석한 결과, 이 금동관모는 백화수피층 둘레로 직물구조층과 금속층이 존재하는데 이는 금속층과 백화수피층이 직접 맞닿는 것을 피하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백화수피는 자작나무껍질을 15겹으로 접합했고 금동관모 내외부에도 마섬유의 직물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주 수촌리와 익산의 출토품에서 보이는 꽃봉오리 모양의 장식이 이 금동관에서는 보이지 않고 금동관모 내부에서 발견된 '백화수피제' 장식도 백제시대 출토품 중에서는 처음으로 확인되고 있다.

백화수피는 자작나무의 껍질로 우리나라에서는 신라고분에서 자작나무껍질로 만든 관모와 천마도가 발견되었다.

자작나무는 한반도 중북부 이북지역의 추운 지방에서 자생하며, 시베리아 일대의 유목민족이나 중국의 흉노, 선비족 등의 무덤에서 발견된 적이 있다. 자작나무 껍질에는 방수효과가 있는 밀랍성분과 살리실산이 함유되어 있어 잘 부식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장리의 금동관모 내부에서 발견된 백화수피는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고 수피표면에 여러 줄의 칼집이 조밀하게 나 있는 것이 보이는데 이것은 둥글게 감기려는 성질을 없애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 연구원은 "백제에서 유일하게 발견된 이 백화수피는 향후 신라와 백제의 교류와 북방관의 교류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결정적인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백화수피의 표면에 세밀한 직물 흔적이 남아있어 백화수피제 관모 틀이 있고 그 표면에 비단과 같은 세밀한 올을 가진 직물을 씌우고 마지막으로 도금한 금동투조판을 씌워 마무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동관모와 관테에는 끈을 묶었던 흔적이 없어 이 금동관모를 어떻게 머리에 썼을까 하는 의문도 백화수피와 직물에서 해답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금동관모의 특징은 백제시대의 일반적인 관모처럼 외형이 고깔모양이라는 점과 장식판이 보다 화려하다는 것이다.

부장리 금동관모는 육각형의 무늬가 기본을 이루고 그 속에 봉황이 중심무늬를 이루고 있다. 또 관테에는 파상열점문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어 육각형무늬속에 구획감을 더해 준다. 게다가 봉황장식을 자세히 보면 두 날개를 편 채 비상하는 모습에서 한성시기 후반에 이미 백제의 공예기술이 높은 수준에 올라있다는 알 수 있다.

이 금동관모의 시료를 채취 분석한 결과 금동판의 금(Au)의 순도는 99.9%이고, 투조장식(1)의 경우 금의 순도가 98.37%, 투조장식(2)의 금 순도는 97.97%, 영락고리는 99.33%의 금순도, 영락은 99.41%이며, 철(Fe), 구리(Cu), 주석(Sn), 수은(Hg), 은(Ag) 등의 성분이 검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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