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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 아시아 디자인 교육 네트워크(dna 2006) 입상작인 오리 자전거와 비막이용 자전거.
ⓒ 2006 아시아 디자인 교육 네트워크

▲ 입상작인 하이킹용 자전거
ⓒ 2006 아시아 디자인 교육 네트워크
오는 20일부터 30일까지 계원조형예술대학과 안양시가 공동 주최하는 '2006 아시아 디자인교육 네트워크(dna 2006)'가 계원대학 캠퍼스와 안양예술공원 등지에서 펼쳐진다. 차세대 디자인 대안교육을 위해 아시아 10개 대학이 참여하는 대규모 디자인 축제다.

이번 행사에는 세계 각국 자전거 전시를 위한 '자전거 존', 시민 디자인교육을 위한 참여형 워크숍 '해당화존', 어린이 예술가들을 위한 꿈의 공간 '아이존', 도시의 공간을 바꾸는 '도시존' 등 각종 프로그램과 전시회가 펼쳐지는데 이중 자전거존의 규모가 가장 크다.

2006 아시아디자인교육 네트워크 프로그램의 하나인 '자전거 리모델링 공모전' 중 당선작을 출품한 계원예술대학 학생들을 지난 11일 학교에서 만났다. 주인공은 우산이 달린 자전거를 만들고 있는 전시디자인과 2학년 김혜진 학생과 같은 과 3학년 박종민 학생이다.

이들이 만들고 있는 자전거는 실용적이거나 신기술을 목적으로 하는 건 아니다. 기존 자전거에 독특한 디자인을 입혀 하나의 '컨셉트'를 만드는 것이다. 심사기준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보다는 학생들이 설계도대로 자전거를 만들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홍보를 맡고 있는 진정현 연구원에 따르면 "탈락한 작품 중에 장애인을 위한 자전거 모형을 제작한 사람이나 달리는 동안 솜사탕이 돌아가는 자전거 등 독특한 아이디어를 지닌 작품도 있었지만, 신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보단 실제로 학생들이 제작할 수 있는지 여부가 당선의 관건이 됐다"고 설명했다.

아래 내용은 응모 당선작 중 김혜진·박종민 학생 인터뷰다.

[우산자전거] "비오는 날 자전거 타면 낭만적이지 않나요?"

▲ 계원조형예술대학 전시디자인과 2학년 김혜진 학생.
ⓒ 윤태
"종종 우비나 우산을 쓰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보는데요, 무척 불편해보이더라구요."

이번 아시아 디자인 교육네트워크의 일환으로 펼쳐진 '자전거 리모델링 공모전'에 '비가 올 때도 자전거를 타다'라는 제목으로 공모해 당선된 계원조형예술대학 김혜진 학생(2학년).

비오는 날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보고 머리 위에 우산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우산달린 자전거를 구상하고 제작하게 됐다고 한다. 실용적이기도 하지만 우산이 달린 자전거를 타고 가면 낭만적으로 보일 것 같다는 것도 작품을 만든 이유.

그녀가 말하는 우산 자전거의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안장 뒤쪽과 핸들 중앙부에 각각 봉을 세우고 그 사이에 투명 지붕을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물론 앞뒤의 봉은 안장이나 핸들 높낮이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자전거와 마찬가지 원리다. 3단 우산처럼 봉 크기를 늘였다 줄였다 하는 것이다.

비가 오지 않을 땐 투명 지붕 즉 우산을 접이식으로 접어넣을 수 있도록 처음에 구상했지만 기술적인 것들이 너무 많이 필요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부채접는 원리와 마찬가지로 맑은 날에 접어두면 부피가 줄어든다. 이 얼마나 편리한가.

"주위에서 우산을 달면 바람의 저항이 있지 않겠냐는 질문과 우려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비오는 날 우산 쓰고 뛰어간다고 저항이 생깁니까. 이 자전거도 마찬가지로 머리 위에서 비맞지 않게 씌워주는 것이지요."

그 말이 옳았다. 비오는 날 우산을 머리가 아닌 가슴 정면으로 향하고 뛰어가면 당연히 바람 저항이 크겠지만, 머리 위에서 쓰는 경우는 저항과 상관이 없다. 물론 우산 방향이 앞쪽으로 약간 향하긴 하지만 각도가 비스듬하다. 앞에서 볼 때 삼각형 모양이기 때문에 바람과 맞서는 게 아니라 바람을 넘겨버리는 원리가 된다.

그런데 이 자전거를 제작하기가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인터뷰를 위해 계원조형예술대학 현장을 찾은 날, 제작 중인 우산 자전거의 봉 접합 부분이 부러져 공장에 갔다고 했다.

모든 구상은 김혜진 학생이 했지만 뒤에서 도와주는 건 아버지. 건축 일을 하시는 아버지는 그 동안 제작 중인 이 자전거 때문에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고 한다. 오죽하면 온 가족이 이 자전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사실은 엄마가 무릎 관절이 안 좋아요. 운동삼아 자전거를 권해드리고 싶은데, 어른들은 배우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아기들 타는 네발 자전거(보조바퀴)처럼 기능적으로도 타기 쉽고 디자인 측면에서도 화려한 자전거를 만들어 선물하고 싶어요."

미래의 어느 날 비오는 날에 우산달린 자전거가 거리를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오리자전거] "물속, 물 밖에서도 자유로운 두 바퀴"

▲ 같은 과 3학년 박종민 학생
ⓒ 윤태
"한강에 다니는 오리보트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저것이 물 위에 까지 올라오면 얼마나 재밌을까'하고 생각했지요. 오리는 원래 물속에서도 잘 다니지만 물 밖에서도 아주 활발히 움직이잖아요. 그 점에 착안을 한 것이죠."

이렇게 탄생한 것이 스티로폼 재질을 이용해 만든 오리 자전거다. 주인공은 시각디자인과 3학년 박종민 학생. 미니벨로(바퀴가 20인치 이하인 자전거)와 일반 자전거를 소유하고 있는 자전거 마니아 박종민. 미니벨로는 전부 다 분해를 해 색칠을 다시 했을 정도. 시각디자인학과 학생답게 시각적인 측면에서 자신만의 자전거를 만들었다.

오리자전거는 스티로폼을 깎아 오리 몸체를 만들고 폴리에스테르를 덮어 씌워 물 위에서 뜰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스티로폼 틀에 자전거를 끼운 다음 뒷바퀴에 물레방아를 장착해 페달을 밟을 때마다 물 속에서 전진할 수 있다.

"처음엔 주변에서 의아해했어요. 관건은 물에 뜨냐 하는 것인데, 여러 모로 따져본 결과 물에 뜨지 않을 이유가 없더라구요. 아직 띄워보진 않았지만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기자도 오리 모양의 스티로폼을 자세히 살폈다. 역시 물에 쉽게 뜨리라는 예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자전거는 한 가지 문제가 있어 보였다. 미니벨로보다 더 작은 자전거를 이용하다보니 오리 바닥 면과 바퀴가 불과 몇 c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턱이 있는 길은 절대 달릴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사실 실용적이진 않아요. 초등학교 저학년이 탈 수 있는 기어없는 두발 자전거에 오리를 덮어씌운 거지요. 실용보다는 재미를 위한 아이디어라고 할까요."

김혜진 학생의 우산 자전거보다는 덜 실용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물에서도 뜨고 육지에서도 탈 수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다는 박종민 학생. 오리 자전거가 완성이 되면 꼭 한번 청계천에 띄워보고 싶단다.

"집에서 운동하는 자전거 있잖아요. 폐달을 열심히 밟아도 앞으로 나가질 않으니 심심하잖아요. 운동만 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요. 폐달을 밟으면 LP판이 작동하면서 음악이 나오는 그런 자전거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런 자전거를 발명하면 특허나 실용신안 등을 알아보라는 조언을 해줬다.

머지않아 청계천 냇가와 물위를 오가는 하얀색 오리자전거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오리 스티로폼에 홈을 파 내고 자전거를 넣어야한다.
ⓒ 윤태
▲ 자전거와 오리, 크기는 정확히 들어맞는다.
ⓒ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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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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