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를 크게 부여할 필요가 있을까? 없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한나라당 중도성향 의원모임인 '국민생각'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한민공조를 언급했다. "야당끼리 좋은 정책을 공유하면 동류의식이 생길 것이고 그것이 정책연합, 정당연합 단계로 발전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화갑 대표의 이 발언이 에스컬레이트 되면서 보수대연합이 가시화 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가능성은 낮다. 한화갑 대표의 이 말에 모든 답이 들어있다. 정체성 같은 사람끼리 헤쳐모여 하자는 김무성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이다.
"내가 그럴 힘이 있다면 하고 싶다. 그러나 YS나 DJ처럼 전체 지역 유권자를 끌고 다닐 수 있는 힘이 있을 때는 가능하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가 지나갔다."
한화갑 대표의 또 다른 말, "우리나라는 야당 연합을 하면 '한민공조'라고 매도한다. 정치적 상징성 때문이지만 국민 정서가 그렇다"는 말도 있다. 평균적인 국민 정서가 그러한데 호남 정서야 오죽하겠는가?
다른 이유가 있다. 성사될 수 있는 거래가 아니다. 거래가 성사되려면 쌍방 모두 이익을 봐야 한다. 민주당 입장만 생각하면 이익이 극대화하는 거래를 택해야 한다. 하지만 한나라당과의 거래는 그렇지가 않다.
성사될 수 없는 거래
한나라당으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다. 민주당은 어차피 소수 정당이다. 민주당과의 통합은 장기 이식 수준이 아니라 옷 갈아입기 수준이다. 김무성 의원 주장대로 헤쳐모여식으로 간다 해도 지분을 조금 더 떼어주면 된다. 한나라당이 지배주주 지위를 잃는 건 아니다.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소액 주주를 벗어날 수 없는 거래다.
열린우리당과의 거래는 다르다. 몸이 달아있는 곳은 열린우리당이다. 이들과 거래하면 지분을 최대한으로 챙길 수 있다. 소액 주주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물론 한나라당도 몸이 달아있다. 대선 승리방정식인 '두자릿수 호남 득표율' 때문이다. 하지만 '후끈'의 정도가 다르다. 민주당과의 거래가 한나라당에겐 '윤활유'이지만 열린우리당에겐 '엔진'이다.
숙고지점은 분명히 있다. 애초의 지분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 대통령 단임제에선 모든 계파가 대통령을 중심으로 도열하게 돼 있다. 계파는 조정되고 지분은 변화한다.
이 걸 막아야 한다. 방법은 역시 제도다. 새겨들어야 할 한화갑 대표의 말이 있다. 정․부통령제 4년 중임제나 내각제 개헌을 언급했다. 이것처럼 확실한 지분 유지 방책은 없다. 내각제는 말할 것도 없고 정․부통령제만 돼도 권력분점구도를 만들 수 있다. 어느 당이 이 카드를 잡느냐에 따라 선택을 달리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당도 가부를 언급할 만큼 정비돼 있지 않다.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 모두 불가측한 상태가 계속 되고 있다. 이 점은 그 어느 당도 민주당에 선뜻 손을 내밀 수 없는 형편이란 얘기로 연결된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간의 호각세가 유지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민주당이 끼어들면 판이 뒤집어진다. 민주당이 단일 대오를 유지한 채 특정 대선주자를 지지하면 상대 주자가 반발할 것이다. 거꾸로 민주당이 두 대선 주자에 대한 입장차로 갈리면 한나라당과 연합 또는 통합하는 게 아니라 흡수되는 결과를 빚게 된다.
전자의 경우는 보수대연합이 보수대분열로 귀착될 것이고, 후자는 보수대연합의 효과를 반감시킨다.
정당 간 통합 운위할 때 아님에도...
열린우리당의 변수는 노무현 대통령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절대 탈당하지 않으면, 그래서 창당 초심을 유지하면 범여권 통합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거나 효과가 반감된다.
이당 저당 다 둘러봐도 지금은 정당간 연합이나 통합을 운위할 때가 아니다. 그런데도 한화갑 대표는 입을 뗐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박수를 쳤다. 무슨 계산인가?
쇼윈도 효과다. 강재섭 대표가 광주를 찾아가 사과를 한 마당이다. 한화갑 대표를 초청해 군불을 지피면 도움이 되면 됐지 잃을 건 없다. 당장의 효과는 기대하지 않더라도 대선에서 '서진'을 이루기 위한 이미지 각인 효과를 챙길 수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정치상황은 어차피 안개속이다. 앞날이 오리무중이라면 전조등뿐만 아니라 안개등까지 켜는 게 상수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나만 선택할 때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지금은 의미 부여할 때가 아니라 그냥 지켜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