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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작은 가게'
'세상에서 제일 작은 가게' ⓒ 이충렬
지난 회에서 말씀드렸듯이, 멕시코 원주민들은 친척이나 동족을 찾아 도시에 오면 '혹독한 장사 수업'을 받습니다. 최소한의 물건을 길바닥에 놓고 관광객들 상대로 장사겸 구걸을 하면서 종자돈을 모아 몇년 후에는 노점을 하고, 그후에는 장사 수완에 따라 규모를 늘려갑니다.

원주민들의 특징은 혼혈계인 '보통 멕시코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하지 않아, 직장생활을 하는 원주민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들끼리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아직도 그들의 언어를 사용하고 자식들에게 가르칩니다.

멕시코 국경 풍물시장 근처에서 장사하는 남매
멕시코 국경 풍물시장 근처에서 장사하는 남매 ⓒ 이충렬
원주민의 자녀들은 어릴 때부터 '장사 수업'을 받습니다. 오래전 우리나라에서 '고학생'이 버스에서 껌과 볼펜을 팔듯, 이 아이들도 관광객을 상대로 껌과 토산품을 팝니다. 물론 정해진 값은 없고 주는대로 받지만, 그래도 이 아이들은 자신들에게 '보장된 미래'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기에, 힘들어하면서도 열심히 '장사'를 합니다.

국경근처 약국 앞의 좌판
국경근처 약국 앞의 좌판 ⓒ 이충렬
이 아주머니는 원주민이 아니기 때문에 '원주민 특별 장사 구역'에 들어가지 못하고, 국경 입구 약국 앞에서 좌판을 벌여놓고 장사를 합니다. 크레용, 풀, 공책 같은 학용품과 과자 그리고 자신이 수 놓아 만든 보자기를 팔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삽니다.

제가 이 아주머니는 개인적으로 아는데, 건강이 그리 좋지 않고 정신이 오락가락해서 미국 쪽으로 장보러왔다 쓰러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약국에서 앞에 자리를 내주었고, 아주머니는 가끔씩 쓰러지면서도 저렇게 훌률한 자수 보자기를 만듭니다.

멕시코에는 남편에게 버림을 받고, 자식들이 일찍 출가해 대책없이 혼자 사는 아주머니들이 상당히 많은데, 이 아주머니의 삶이 그런 경우입니다.

공원 입구의 과일 장수 부부
공원 입구의 과일 장수 부부 ⓒ 이충렬
공원 입구에서 열심히 코코아 열매 껍질을 깎고 있습니다. 이 남편은 코코아 뿐 아니라 수박, 망고, 바나나등의 껍질을 까고, 아내는 그 과일들을 가늘게 썰고 섞어 종이컵에 넣고 우리돈 천원에 팝니다. 주중에는 30컵, 주말에는 80컵 쯤 판다고 하니, 자리값과 재료값 빼면 한달 수입이 우리 돈 40-50만원 인데, 이 정도 수입이면 은행 창구직원 한달 월급과 비슷하고, 5인 가족이 중하층 혹은 하상층 수준으로 삽니다.

멕시코 전통음식인 '타코' 파는 노점 식당
멕시코 전통음식인 '타코' 파는 노점 식당 ⓒ 이충렬
멕시코에는 노점 식당이 많습니다. 그 중 멕시코 전통 음식인 타코(Taco)와 부리토(Burito)를 파는 가게가 제일 많고, 소고기와 곱창을 구워서 파는 가게도 있습니다.

타고와 부리토는 멕시코인들이 가장 즐기는 음식인데, 밀가루 혹은 옥수수 가루로 얇은 피자처럼 만든 토르티쟈(Tortilla)에 고기, 밥, 소내장 등을 넣어 만듭니다. 따라서 부자들은 고기들을 많이 넣어 먹고, 가난한 사람들은 싸구려 부위 혹은 밥을 많이 넣어 먹지만, 부위 조차 살 여유가 없을 때는 토르티쟈만 먹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일요일, 공원에 나와 과자 사먹는 어린이들
일요일, 공원에 나와 과자 사먹는 어린이들 ⓒ 이충렬
멕시코 노갈레스에는 어린이 놀이 시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일요일이 되어도 아이들이 갈 곳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공원에 나와 노점에서 과자도 사먹고, 이 가게 저 가게 구경을 다닙니다. 이렇게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별로 많지 않다보니, 어렸을 때부터 이성교제가 활발하고, 16-7살에 아기 엄마, 35에 할머니가 되는 경우가 많은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여자들의 경우 나이가 스무살쯤 되어 보이는데 애가 둘인 경우가 많습니다.

공무원이 가장 많이 쓰는 단어 '내일'

국경 근처 동네에 쌓여있는 쓰레기
국경 근처 동네에 쌓여있는 쓰레기 ⓒ 이충렬
멕시코에는 부자들 보다 가난한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따라서 집도 좋은 집보다 허름한 집이 훨씬 더 많고, 웬만한 도시에는 한국의 20- 30년 전 산동네를 연상시키는 동네들이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국토는 넓지만 제대로 개발을 하지 못해 상하수도 시설이 엉망인 곳이 많고, 쓰레기 미수거 또한 단골 민원의 하나입니다.

중앙 정부 뿐 아니라 지방자치 단체에도 부패가 만연해 있어, 멕시코에서는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는 '유명한' 표현이 있고, 공무원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중의 하나가 '내일'이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왼쪽은 미국, 오른쪽은 멕시코
왼쪽은 미국, 오른쪽은 멕시코 ⓒ 이충렬
많은 멕시코 서민들은 정부와 공무원들의 '내일' 이라는 단어에 지쳐, '멕시코에는 내일도 없고, 희망도 없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희망이 없다'라는 문장은 노래가사에도 단골로 등장하고, '희망이 없는 멕시코'를 떠나 미국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이제는 그들도 미국에서의 삶이 그리 녹녹하지 않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멕시코 보다는 희망이 있고, 적어도 미국에서 아이들을 낳으면 그들은 미국인으로 혜택을 받으며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미국으로 가려합니다.

미국 입국 심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
미국 입국 심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 ⓒ 이충렬
멕시코 서민들이 미국 비자를 받는 건 우리나라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힘이 듭니다. 불법체류자가 워낙 많아 웬만한 부자가 아니면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국경 도시에 사는 멕시코 사람들에게는 '통행증'을 비교적 쉬운 절차로 발급해줍니다.

멕시코 국경도시의 직장에서 6개월 이상 근무하고 있거나, 그런 사람의 배우자와 아이들에게 발급해주는 '통행증'은 미국 국경에서 200 km까지 다닐 수 있어, 상당히 많은 멕시코 국경 도시 주민들은 이 '통행증'으로 미국을 왕래합니다.

미국이 국경도시 주민들에게 '통행증'을 발급해주는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미국쪽 국경도시에 사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멕시코에 국경도시서 온 이민자들이기 때문에 가족상봉을 쉽게 해준다는 인도주의적 차원과, 멕시코 국경도시 사람들이 미국에 와서 물건도 사고 관광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입니다.

미국으로 밀입국하기 위해, 미국과 연결되어있는 하수구로 내려가는 청년
미국으로 밀입국하기 위해, 미국과 연결되어있는 하수구로 내려가는 청년 ⓒ 이충렬
멕시코 노갈레스 주민들은 이렇게 쉬운 절차로 '통행증'을 발급받기 때문에 미국에 가서 살고 싶으면 인근 도시인 투산이나 피닉스로 가서 불법체류자로서 일을 합니다. 그러나 국경도시가 아닌 곳에 사는 멕시코 서민들은 미국 비자 뿐 아니라 '통행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 자격이 없어, 미국에 오기 위해서는 밀입국을 시도해야 합니다.

따라서 미국-멕시코 국경에는 수많은 밀입국 루트가 있고, 안내자에게 지불하는 돈의 액수에 따라 성공의 확률도 다릅니다. 가장 저렴하고 일반적인 루트는 며칠동안 산을 넘거나, 애리조나 사막을 건너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산을 넘어 올 때는 2-3번 정도의 '밀입국자 털이' 전문 강도단을 만나 가지고 온 돈을 다 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여자들에게는 성폭력이 가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산을 피해 사막을 횡단하는 경우에는, 여름에는 일사병과 탈수현상으로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여, 일부 미국 인도주의 단체들에서는 밀입국자들을 기다렸다 물을 건네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고생을 싫어하거나, 안내인에게 지불한 돈이 없는 경우에는 위의 사진에서 처럼 멕시코 국경도시에서 미국으로 통하는 하수구를 통해 밀입국을 시도합니다.

물론 미국 쪽 하수구 곳곳에서 미 국경수비대원과 차량이 기다리고 있으니 성공할 확률은 그리 많지 않지만, 그래도 국경수비대 근무교대시간을 잘 계산하는 경우 성공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하수구 통로 안에도 '밀입국자 털이'강도가 있다고 하니, 정말 슬픈 멕시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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