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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룡포수협 노조는 13일 아침 수협 조합장실이 있는 건물 아래인 활어위판장에서 단결투쟁을 선언하는 2차 결의대회를 가졌다.
ⓒ 정태현
노사분규로 내홍을 겪고 있는 경북 포항 구룡포수산업협동조합(이하 구룡포수협) 사태가 13일 아침 김아무개 조합장의 전격적인 사퇴 의사 표명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그동안 구룡포수협은 수차례에 걸친 단체 교섭에도 협상의 진전을 보지 못한 가운데 서로 불신만 키워왔다. 그러다 노조는 지난달 16일자 경북 모일간지에 기고한 김 조합장의 칼럼에 대해 "직원 폭행을 정당화하는 논조"라고 반발했고, 이때부터 노사협상은 꼬이기 시작했다.

특히 노조는 지난 수년간 김 조합장에게 폭행당한 직원들에 대해 자체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직원 14명이 폭행을 당했으며, 이들 직원 중 7명의 진술을 확보하고 8월 30일 노동부 포항지청에 집단 고소·고발했다.

이어 노조는 김 조합장의 폭행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며 "참아온 지난날이 원통하고, 이제는 조합장의 인사 전횡과 폭행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노조는 임·단협상보다 더 큰 비중으로 김 조합장의 폭행사건을 다루며 대·내외에 호소해 왔다.

이에 대해 김 조합장은 당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도둑질하는 자식에게 교육적 차원에서 때린 사랑의 매"라고 해명했다. 이어 김 조합장은 "당시 모두 이해된 사실을 이제 와서 노사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고자 공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태에 대해 구룡포수협의 이사와 감사, 수협대의원, 각 마을의 어촌계장 등 수협 관계자들이 수차례 진상 파악에 나섰고,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려고 했다. 그러나 노조는 조합원의 폭행 부분에 대해 입장이 완고했고, 무엇보다 조합장이 보복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조합장 사태를 주장하는 투쟁 수위를 높여왔다.

이런 가운데 단체협상이 진행됐으며, 지난 11일 오전 7시40분경 전체 노조원 57명 중 55명이 참여한 '투쟁결의대회'를 구룡포수협 활어위판장 앞에서 열고 투쟁결의서를 채택했다.

이후 단체협상에는 이사회의 권한을 위임받은 조합장이 자신의 권한을 다른 상임이사와 수석이사, 상무, 노무사에게 재위임했다. 결국 조합장이 없는 가운데 노조집행부와 협상을 진행했다.

결국 13일 오전 7시 30분경 노조는 이틀 전과 같은 장소에서 2차 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그러자 이날 오전 7시경 이미 출근한 김 조합장이 성용배 노조지부장과 상임이사, 상무 등을 조합장실로 불렀다.

김 조합장은 이 자리에서 "구룡포조합이 내 한 명으로 시끄럽다면 내가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 조합장과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

- 사퇴 의사를 철회하지 않겠는가.
"철회하지 않을 것이다."

-사퇴 후 보궐선거에 나올 사람이란 이야기가 있던데.
"그런 일 없다. 사퇴한 사람이 나올 수 있겠는가?"

- 수협에 마무리할 일은 없는가.
"없다. 소송문제가 있긴 하나, 변호사를 선임하면 쉽게 해결될 것이다. 이길 수 있도록 해 두었다."

- 그래도 구룡포수협에 애착이 많지 않았나.
"많았다. 나는 희생적이었다. 러시아어장 개척 시 불투명한 사업임에도 시작할 때는 자부담해 가면서 했다. 개인적인 사업인 선단 구성할 때도 한 번도 (개인적인 일을 위해) 부산 현지에 가 본 일이 없다. 이랬을 정도로 개인사업보다 조합장의 직무에 충실하려 했다."

(이때 조합장은 지난날 감회가 떠오르는지 눈물을 훔치며 조용히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 지금 심정이 섭섭하나.
"나는 그동안 지혜롭고, 지식이 있고, 경험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자고 나니까 나는 가장 지혜롭지 못하고, 가장 지식이 없고, 가장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느꼈다. 더는 (구룡포조합에) 피해를 주지 않겠다. 나는 그간 하루도 고민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조합이 편하기 위해서는 조합이 화합해야 한다. 그래서 조합장직을 물러나려 한다."

▲ 상호금융업무를 보고 있는 건물 입구에도 피킷을 세워 놓고 있다.
ⓒ 정태현
▲ 조합장실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6개의 피킷이 조합장을 공격하고 있다.
ⓒ 정태현
▲ 김 조합장은 첫 결의대회가 열리던 날 지난 11일 오전 9시에 자신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는지 모른채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있다.
ⓒ 정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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