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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의 삶의 현장인 어신상회 앞에 선 전대현 전점숙씨 부부
자신들의 삶의 현장인 어신상회 앞에 선 전대현 전점숙씨 부부 ⓒ 정종인
정읍 지역경제의 창구가 되고 있는 정읍시 시기동 제1시장(구시장) 제1문에 들어서면 사람의 체취가 느껴진다. 온갖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깃들어 있는 전통 재래시장이지만 시설 현대화가 이뤄지며 지역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현장이다.

30년 가업 이어가는 단란한 부부

정읍 제1시장에서 젊은 부부가 30여년 된 가업을 이어받으며 어물전을 운영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어신상회를 운영하고 있는 전대현(36) 사장과 전점숙(31)씨 부부는 어머님의 숨결이 아직도 느껴지는 현장에서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가을의 문턱에 접어들어 찬 공기가 엄습하는 새벽 4시면 이들 부부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루의 일상을 시작한다. '백열전등도 졸고 있는' 시간, 미래를 위한 담금질이 한창이다. 새벽공기를 가르며 도착한 신선한 각종 수산물 정리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2년 전 운명을 달리하신 어머님의 아련한 채취가 묻어날 때면 이들 부부는 나태해지는 마음을 곧추세운다.

어신상회는 지난 1974년 정읍 구시장 한 귀퉁이에 전 사장의 어머님인 조순자 여사가 어물전을 개업하며 시작됐다. 중학교 시절부터 하교 후 어머님의 일을 도운 전 사장은 어려웠던 시절과 어머니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가방을 내던지고 정읍천변을 누빌 코흘리개 시절에 어머니의 일을 도왔던 전 사장은 오늘을 위한 경영수업을 한 셈이다.

새벽공기가 찾아들고 백열전등도 졸고 있는 어신상회
새벽공기가 찾아들고 백열전등도 졸고 있는 어신상회 ⓒ 정종인
행복한 가정 이룬 운명적인 만남

이들 부부의 만남은 운명적이었다. 전북과학대 정보처리학과 동기동창이었던 이들 부부는 캠퍼스 커플로 1년여 먼저 결혼한 채성범(36·회사원)·박양님(31) 부부가 중매장이 역할을 했다. 부부가 모두 절친한 친구사이로 평소 호감을 갖고 있던 차에 친구가 오작교를 놓자 '일사천리'로 결혼에 골인했다.

외아들인 전 사장은 타고난 효자였다. 중학교 시절부터 학교가 끝나면 어머님의 일을 거들 정도로 '속이 꽉찬' 예비사업가였던 것. 행복한 결혼생활을 해나가던 이들 부부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지난 2004년이었다.

평소 건강하던 어머님이 건강진단 결과 악성종양이 발견돼 10개월여 만에 운명을 달리하셨기 때문이다. 자상한 시어머니로 며느리에게 싫은 소리 한번 하지 않으셨던 인자했던 분이셨다.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며느리 힘들까봐 어신상회를 가업으로 남기시길 주저하셨던 시어머니에 대한 회상을 하던 며느리 전점숙씨는 목이 메었다.

1남 2녀를 배곯지 않게 의젓한 상인으로 만들어 주신건 어머니의 채찍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때 많이 울었죠. 제대로 자식노릇 한번 못하고 시장에서 시장사람으로 생을 다하셨으니까요.” 지난 세월을 회고하던 전 사장의 눈가에 또다시 이슬이 맺혔다.

단골들의 쉼터 어신상회 풍경

고교를 마친 전 사장은 어물전 운영의 본격적인 수업을 받았다. 생전에 전 사장의 어머니는 푸짐한 인심으로 많은 단골들을 확보하고 있었다. 장을 보러오는 인근 면지역 주민들로 늘 북새통을 이뤘다. 고객들이 찜한 물건들을 비닐봉투에 넣을 때 한 두마리는 기본으로 더해지는 게 어신상회의 전통이 된지 오래다.

"저희 남편은 근면,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해요. 단골손님들에게 인기 만점인 남편입니다. 시집 잘 온 것 같아요."

'시어머니의 아름다운 며느리 사랑을 평생 간직하고 싶다'는 전점숙씨는 전 사장과의 사이에 승민(6)·승윤군(2)을 두고 '알콩 달콩' 행복이 넘치는 가정을 만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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