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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은 14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한국어판)와의 특별 인터뷰에서 "미국의 네오콘과 일본의 우파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더 이상 북한을 악용하고 봉쇄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사진 왼쪽은 이냐시오 라모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발행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14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한국어판)와의 특별 인터뷰에서 "미국의 네오콘과 일본의 우파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더 이상 북한을 악용하고 봉쇄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사진 왼쪽은 이냐시오 라모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발행인. ⓒ 르몽드 코리아 제공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마침내 미국의 '네오콘'(Neocons,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지난 6월로 예정했던 2차 방북이 무산된 이후 '침묵 시위'를 벌여온지 석 달만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남북한과 미국 정부, 그리고 세계의 양심 세력들에게 "미국의 네오콘이 북한을 악용하고 있다"며 "북한 문제는 한국의 의견을 존중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전제하고 "한·미동맹은 평화를 위한 것이지 전쟁을 위한 게 아니다, 이제는 미국이 대화에 나서야 할 차례"라고 역설했다.

김 전 대통령은 14일, 창간에 앞서 미리 배포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한국어판)와의 특별 인터뷰에서 "미국의 네오콘과 일본의 우파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더 이상 북한을 악용하고 봉쇄해서는 안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한국어판)은 15일 창간될 예정이다.

"미국 네오콘과 일본 우파, 더는 북한 악용 말라"

그는 우선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반도의 긴장된 정세와 관련 "누구는 남북관계가 진척이 안되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데 실은 그게 아니라 북미관계가 근본 문제"라며 "북한은 대화를 간절히 바라는데 미국의 네오콘들이 마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장벽을 치듯 북한을 몰아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상황이 안좋은 원인은 북한에도 있고 미국에도 있다"면서 "북한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꾸 미국이나 일본 강경세력이 손뼉치고 좋아할, 그런 일을 많이 한다"고 말해 북한도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을 가져봐야) 미국 앞에 가면 어린애 장난감 밖에 안될 것"이라며 "사실 미국이 속으로는 북한 핵이 겁나지 않는데 (미국의 네오콘들이) 오히려 그것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미 네오콘의 의도에 말려들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북한이 이렇게 하는 것을 일본이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정말 악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용하고 있다, 미국과 딱 짜고 '신동맹체'니 뭐니 해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이 간절히 대화를 바라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과 대화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바로 중국 때문"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네오콘 그 사람들은, 말하자면 중국을 미래 가상의 적으로 생각하고, 지금 MD(미사일방어체제) 같은 군비확장을 하려고 하는데 그럼 뭔가 구실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그게 바로 북한"이라고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 약속 지키지 않았다"

이어 "제가 아는 한, 지금 미국에서는 네오콘이 한반도 정책을 좌우한다"면서 "부시 대통령은 중동이나 그쪽에 몰두하고 이쪽(북한)으로는 지금 그렇다, 그래서 부시 대통령은 말을 했다가도 바꾼다"고 말해 네오콘에 휘둘리는 부시 대통령에게도 책임을 돌렸다.

김 전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부시 대통령이 2002년 2월에 저와 회담한 후 완전히 내 말에 수긍하고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 북한과 대화하겠다, 북한에 식량 주겠다, 이렇게 세 가지 약속을 자기 입으로 기자회견에서 밝혔는데 나중에 실천이 안됐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이 미국의 대북정책에 불만을 표출한 적은 있지만 이처럼 부시 미국 대통령과 네오콘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노무현 대통령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때 맞추어 이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가능성도 거론된다. 따라서 이처럼 긴박하게 돌아가는 '위기의 한반도' 정세와 관련 김 전 대통령이 던지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몽드>의 자매지로 국제문제 전문 월간지이다. 이날 '위기의 한반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세계에 보내는 긴급호소'라는 부제를 붙인 특별회견은 7일 박순성 편집위원장(동국대 교수)과의 인터뷰로 진행되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15일 부산대에서 '21세기와 우리 민족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강연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날 강연에서도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네오콘'(Neocon)이란?
체니 부통령 등 부시 정권 핵심, 한반도 정책 '요리'

네오콘(Neocons)은 '네오 콘서버티브'(neo-conservatives)의 줄임말로 미국 공화당의 신보수주의자들 또는 그러한 세력을 통틀어 일컫는다.

힘이 곧 정의라고 믿고 군사력을 바탕으로 미국이 세계의 패권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960~1970년대 민주당 좌파에 몸담았다가 베트남 전쟁이 패배로 끝나고, 당내에서 반전·평화주의가 득세하자 이에 반발, 공화당의 반공·반소 노선으로 돌아선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야만인들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자연의 권리이자 책임"이라고 주장한 미국의 정치철학자 스트라우스(Leo Strauss)를 사상의 기원으로 삼는다. 1980년대 초 레이건 정권에 합류하면서 세력을 얻은 뒤, 클린턴 정권 출범과 함께 권력에서 밀려났다가, 다시 공화당의 부시 정권이 들어서면서 권력의 핵심으로 등장하였다.

대표적인 인물은 부시 정권의 핵심 인물인 체니 부통령, 럼스펠드 국방장관, 리비 전 부통령 비서실장,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 등이다. 이밖에도 미국의 정계·언론계는 물론, 각종 싱크탱크 등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는 특히 유대인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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