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막인 즉, "저 윗동네에 백사슴(흰사슴)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집이 식당을 하고 있다는 소리에 마침 점심때도 되었던 터라 그 흰사슴을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인지 그 집에 도착하자 주인은 출타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종업원에게 흰사슴이 정말 있냐고 묻자, 있기는 있지만 사장님이 안계시면 구경을 시켜 드릴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흰사슴을 보지 않고는 그곳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주인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먼발치에서 보니, 사슴들이 철조망 안에서 노는 모습이 눈에 띄었지만 흰사슴은 끝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후 점심때를 훨씬 지나고 해가 뉘엿뉘엿 서산에 걸릴 때 주인이 돌아왔습니다.
"외부인의 출입을 삼갑니다", "전염병의 위험이 있습니다" 등의 문구가 새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놈은 대단한 대접을 받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지성(?)에 감복했는지 주인은 우리 안으로 안내를 했습니다.
'백년에 한 마리 정도 태어난다, 또 흰사슴을 보면 행운이 깃든다' 등 많은 속설들이 있지만 정작 우리 눈에 나타난 흰사슴은 그렇게 특별한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점박이 일반 사슴이 기품 있고 더욱 정감이 갈 정도로 이 흰사슴은 사슴이 아닌 다를 동물로 착각할 정도였으니까요.
이 흰사슴은 2년 여 전에 일반 수사슴과 암사슴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그 후 전국을 다 뒤져 충남에 흰사슴이 있다는 말을 듣고 고가에 그 흰사슴을 데려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농장엔 흰사슴이 두 마리나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 그 두 놈을 다시 교배시켰고, 새끼 흰사슴을 기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혀 부모와 다른 일반 사슴이 태어났다고 합니다. 백년에 한 번씩 태어난다는 속설이 이 경우엔 맞는 듯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