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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이 한데 어우러져 묘하게 내는 소리는 점점 커져갔고 그 끝을 알 수 없게 계속 이어져갔다. 그들은 점점 자신이 내는 소리와 다른 이가 내는 소리의 묘한 조화에 점점 심취되었고 급기야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에 맞추어 몸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그것은 자못 흥겹기도 했지만 다른 입장에서 보면 괴이한 행동이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하나 둘씩 모여든 인간들이 그들의 소리와 몸짓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솟 일행은 이에는 아랑곳없이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격하게 몸짓을 해대었다. 특히 사영은 머리를 마구 흔들며, 마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 보상이라도 하듯 소리를 낼 수 있는 돌을 닥치는 대로 주워 부딪혀대었다. 사영은 급기야 손에 상처까지 입고 말았지만 이를 멈추지 않았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끊임없이 유쾌하고 안락한 기운이 마구 솟아나오고 있었고 고통이나 피곤함은 그것으로 이겨낼 수가 있었다. 이를 지켜보는 이들 역시 조금씩 어깨가 들썩이며 저도 모르게 입을 열고 소리를 내며 장단을 맞추기 시작했다.
다섯이 내던 소리는 열이 내는 소리가 되었고 금방 수백의 인간들이 내는 소리가 되었다. 각기 소리는 통일되어 있지 않았지만 부드럽게 리듬을 타고 박자가 맞아갔으며 군데군데 누군가의 엇박자가 있더라도 금방 빠르게 고른 박자에 묻혀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갔다. 소리가 자신이 없는 이들은 미친 듯이 몸을 흔들며 모두에게 동화되었고 그런 이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존재가 그 우렁찬 움직임에 떠다닐 것만 같았다. 게다가 그 소리에는 어느덧 조금씩 의미가 담겨지기 시작했고 모두의 가슴에 전달되었다.
-이것은 생명의 소리! 잠자는 모든 것을 일깨우는 소리!
-깨어나라 모든 존재들이여 너와 나는 원래 모두가 하나였다!
-이제 모두가 숨쉬는 이 땅에서 맹렬히 꿈틀거릴 때가 왔노라!
-죽음은 하나 되는 것일 뿐! 두려워 마라! 두려워 마라!
물론 소리로서는 단순한 외침의 연속에 지나지 않았지만 소리에 불과한 키의 목소리가 모두의 머릿속에 의미로서 전달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신비한 울림이 되어가고 있었다. 몸짓은 한층 더 격해져 갔고 어느덧 무리의 가운데에 불이 지펴지고 먹을 것이 날라져 왔다. 사람들은 불을 한가운데에 두고 둘러선 채 소리와 몸짓을 멈추지 않았다. 사람들이 조금씩 지쳐갈 무렵에 키는 사람들 사이를 슬쩍 빠져 나오더니 어디선가 짙은 황갈색이 나는 버섯을 잔뜩 뜯어가지고 와서는 몸을 흔드는 사람들의 입에 하나씩 물려주었다.
사람들은 낯선 네드족이 주는 버섯을 아무 거부감 없이 받아먹었고 그 순간 지친 몸에 힘이 용솟음치기 시작하며 밝은 빛과 함께 모든 것이 느려져 보이기 시작했다. 몸을 흔드는 사람들의 손가락 마디까지 선명히 눈에 들어왔으며 이글거리는 불꽃에서 튀어나오는 불티 하나하나가 느릿느릿 허공에 휘어져 나가는 듯이 느껴졌다. 그들은 알지 못했지만 사방의 뭇 짐승들은 사람들과 거리를 둔 채 이들의 울림과 몸짓에 감화되어 조용히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짐승뿐만이 아니라 조그만 풀벌레도, 대기와 대지에 가득한 미생물도 이들의 울림에 동화되어 갔다. 이들을 바라보는 이상하고 이질적인 생명체가 멀리 있었지만 그들 역시 감히 이러한 울림에 함부로 끼어들지는 못했다.
오랜 시간이 흐르자 자신도 모르게 힘이 다된 이들은 그 자리에 쓰러져 죽음과도 같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이로 인해 아주 조금씩, 조금씩 소리는 잦아들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이는 몸을 흐느적거리는 솟과 사영이었다. 이젠 쓸쓸하게 느껴지는 ‘아아’ 소리와 상처가 난 손으로 돌을 톡톡 두드리는 소리가 적막한 공간에 메아리쳤다. 솟은 끊임없이 내던 소리를 멈추고 사영을 바라보았다. 솟의 눈에는 사영의 얼굴이 그리워하던 수이로 보였다.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솟의 눈길을 느낀 사영은 돌을 부딪치던 손길을 멈추고 솟을 마주보았다.
더 이상 장작거리를 쌓지 않아 얕게 일렁이는 불꽃을 사이에 두고 둘은 점점 가까이 다가섰고 급기야 하나가 되어 사랑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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