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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구의 한 상호저축은행에 붙은 부동산담보대출 현수막(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김연기
[사례] 30대 초반 미혼 직장인 차아무개씨는 중소기업에 5~6년 다니면서 틈틈이 5000만원을 모았다. 이 중 1000만원은 빚 갚는데 쓰고, 2000만원은 중장기자금으로 운용하려고 펀드에 투자하기로 했다. 나머지 2000만원은 내년 결혼을 앞두고 상호저축은행 1년짜리 정기예금에 넣기로 했다.

이율이 시중은행보다 1~2% 높은 연 6% 정도여서 세금우대로 가입하면 108만원 정도의 이자수입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은 웬만해서 망하지 않는데, 괜히 상호저축은행에 맡겼다가 결혼 시점에 원금과 이자를 안전하게 받을 수 있을지 은근히 걱정하고 있다.

상호저축은행은 왜 이자를 많이 줄까?

상호저축은행 예금 이율이 높은 것은 고객의 돈을 받아서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대출금리는 대략 연 5~10%이다. 담보대출은 5~7%선, 신용대출은 6~12%선이다. 그러나 상호저축은행의 담보대출금리는 연 8~13%으로 은행권 담보대출금리의 2배 수준이다. 특히 상호저축은행 신용대출은 연 18~60% 정도 수준으로, 은행과 비교하면 거의 고리대금에 가깝다.

이것은 이미 은행에서 대출한도를 넘어선 고객에게 2차 대출이 이뤄지고 있어 고객들의 위험가능성에 대한 프리미엄이 얹혀졌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대출을 고금리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상호저축은행은 예금이나 적금 등의 상품에 은행보다 더 많은 이자를 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역으로 이야기하면 그만큼 위험한 대출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상호저축은행의 안정성은 쉽게 판단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최근 상호저축은행의 대출실적은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다.

투자 위축 및 유동성 증대로 굳이 상호저축은행의 고금리 대출까지 이용하려는 기업이 줄어든 것이 한 원인이고, 정부의 강한 규제로 개인 대출 수요가 줄어든 것이 두 번째 이유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2005년 말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경쟁적으로 예금금리를 올리던 상호저축은행들이 최근 금통위의 연이은 금리 인상에도 예금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은행들은 콜금리 인상을 반영해 예금금리를 올리고 심지어 특판예금까지 판매하다보니 상호저축은행의 금리는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올 초만 해도 두 기관의 금리차가 1.5%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1% 내외로 상당히 줄어들었다.

위험하지만 예금자보호 되잖아?

▲ 상호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1~2% 정도 높은 예금금리를 보장하지만 위험성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 상호저축은행중앙회
먼저 위험성을 따져보자. 첫째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고객에게 2차 대출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위험하다.

더불어 예적금 금리가 높다고 찾아오는 고객은 늘어나는데 돈은 마땅히 굴릴 곳이 없다 보니 최근에는 위험도가 높은 상가를 중심으로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상가가 경기침체로 분양되지 않아 투자자금 회수가 늦어지거나 불가능해지는 사례가 늘어 부실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상호저축은행은 은행보다 설립이나 인수가 쉽고 금융감독당국의 감독도 느슨한 탓에 대주주가 자신의 사업자금을 조달하거나, 출자자나 이해관계인에게 불법으로 자금을 대출해 주는 경우도 많다. 대주주가 마치 사금고처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부실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예금자보호가 되잖아?'라는 믿음으로 부실 여부는 젖혀두고 금리만을 보고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과연 예금자보호가 되면 무조건 안전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보호되지만 돈 묶이고 이자는 떨어지고...

예금자보호는 예금보험공사에서 금융기관이 파산할 경우 고객의 돈은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포함해서 1인당 최고 5000만원까지 돌려주는 제도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우선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경영이 악화되어 예금지급을 할 수 없게 되거나 금융감독당국이 예금지급정지명령을 내린 경우에는 일단 그 금융기관에 대한 재산실사를 해서 경영정상화가 가능한지 조사하게 된다. 그 결과 경영정상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예금보험공사가 대신 예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재산실사 과정은 통상 2~3개월 정도 걸린다. 결과적으로 2~3개월 동안 돈이 묶일 위험이 있는 것이다. 당연히 돈을 급히 써야 하는 사람이라면 낭패를 겪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두 번째 문제는 처음 기대했던 이자를 돌려받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예금보험공사에서 보호해주는 이자는 상호저축은행이 약속한 높은 예금금리가 아니라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금리를 감안해서 공사가 결정한 것을 주기 때문이다.

더불어 파산절차 기간 동안 돈이 묶이는 것에 대해서는 금감원의 적용금리인 3% 정도만 받을 수 있으니 전체적으로 은행의 예금금리보다도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종합해 볼 때 은행보다 1~2% 금리를 더 준다고 해서 덜컥 상호저축은행을 찾는 것은 심각하게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일단 '8·8클럽'인지 확인부터

번거롭지만 상호저축은행중앙회 홈페이지나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있는 경영공시자료 중에서 이용하려는 상호저축은행의 BIS비율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BIS비율이 8%를 넘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8%가 안 되는 곳을 고르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렇게 '8·8클럽'이 거액여신 등의 규제가 풀리고 우량저축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척도가 되다 보니까 다소 성급하게 기준을 맞추는 곳이 적지 않다. 게다가 저축은행의 이러한 BIS 비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 기준이 은행과 비교해 너무 느슨해서 거품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근과 같이 금리차가 은행과 비교해서 자꾸 좁혀지고 있는 상황은 안전성에 위험신호일 수도 있다는 전제하에 가급적 이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

덧붙이는 글 | *BIS비율 즉 BIS 자기자본비율은 국제결제은행(BIS)가 정한 은행의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뜻하는 것으로 높을수록 안전하다. 1988년 7월 각국 은행의 건전성과 안정성 확보를 위해 최소 자기자본비율에 대한 국제적 기준을 마련했다. 이 기준에 따라 적용대상은행은 위험자산에 대하여 최소 8% 이상의 자기자본을 유지하도록 했다. 상호저축은행의 경우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자기자본비율 법규상 요구되는 비율은 5% 이상이다.(상호저축은행중앙회 자료 발췌)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전체 대출 가운데 연체기간 6개월을 넘긴 대출 비율이다. 높을수록 부실 대출이 많아 위험하다.

*상호저축은행 경영공시자료 바로가기

http://www.fsb.or.kr/02_bank/04_managenotice/managenotice_list.asp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 바로가기

http://fisis.fs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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