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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절하게 손님을 대하는 유광근씨
ⓒ 김선영
1963년 5월 9일에 생겨난 남구 용현시장은 현재 산뜻하게 아케이드 시설이 되어 있다. 지난해 7월 20일에 준공식을 가졌다. 물건 정리도 가지런히 잘 되어 있고, 통로를 지날 때 깨끗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곳에서 1980년부터 그릇가게를 해온 유광근(53)씨를 만났다. 벌써 26년째다.

"포천군 영북면 운천에서 매형이 하는 그릇가게에서 일을 했었죠. 이곳에 와서는 처음에 5평 공간에서 가게를 시작했어요."

배운 게 그릇 파는 일이니까 장사도 그것을 택했다.

- 장사 철학이 따로 있습니까?
"손님한테 인사를 잘하고 서비스를 잘하죠."

유씨는 인터뷰 도중에 손님이 올 때마다 밝은 얼굴과 부드러운 음성으로 "어서 오세요. 뭐 드릴까요?"하고 듣기 좋게 인사를 건넨다.

"내가 팔 물건은 내가 책임집니다. 이상 있으면 짜증내지 않고 교환해 드리고요. 교환 못할 건 수리해 드리고요. 오신 분이 다시 찾아올 수 있게끔 하죠. 서운하게 하면 안 옵니다. 백 번 잘해 줘도 한 번 잘못하면 안 와요. 신뢰감과 믿음이 중요합니다. 물건을 사가신 많은 분들이 다른 분들을 모시고 오세요."

인사를 잘하고 서비스를 잘하는 일, 그것이 유씨의 장사 철학이라면 철학이다. 인사와 서비스는 곧 신뢰감과 믿음으로 이어진다.

-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으신가요?
"소신있게 하다 보면 단골손님이 이사 갔다가 찾아오는 경우가 있어요. 그 중에 딸 시집 보낼 때 혼수감 장만하러 온 분이 있어요. 큰딸이 어릴 때 손 붙잡고 찾아왔었는데, 큰딸 시집 보낼 때 멀리서 찾아오신 거예요. 그분은 둘째딸 시집 보낼 때도 찾아왔지요. 그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그릇 중에는 '떴다방'에서 취급하는 품목도 많다.

- 여기도 떴다방이 들어옵니까?
"1000냥에 파는 떴다방 때문에 지장이 큽니다. 건물주가 세를 놓기 때문에 뭐라고 하지도 못하죠. 손님들이 알아야 합니다. 값이 싸니까 사지만 한 번 쓰면 버리는 물건이라는 것을요."

슬하에 1남 1녀. 딸(26)은 직장에 다니고 아들(22)은 군대에 가 있다. 부인은 그릇가게 옆에서 보리밥 식당을 5개월째 운영하고 있다.

"집사람이 음식 솜씨가 꽤 좋아요. 보리밥, 칼국수, 냉면을 팔고 있습니다."

아케이드 환경을 좀 짚어보자.

- 아케이드 시설을 보고 손님들이 뭐라고 합니까?
"다들 좋다고 하죠. 비 안 맞고, 상품 진열이 잘 돼 있으니까요. 겨울엔 따뜻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잘해 놓으니 더 잘해 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과거 때 생각을 못하고 비 조금 새니까 왜 비가 새냐고 하죠. 한 지방 일간지에선 아케이드 시설이 찜통이라 더워 죽겠다는 상인의 말을 인용해 기사를 썼어요. 어떻습니까? 아케이드 시설이 햇빛을 가려주지 않습니까?"

그랬다. 아케이드 시설은 오히려 더위를 막아주고 있었다. 한 손님이 무의식중에 양산을 펼치고 들어왔다가 아케이드 시설을 깨달았는지 양산을 접는다.

"개인주택에 노인만 많고 아파트가 없으니까 손님이 줄어드는 게 안타까워요."

문제점은 상인들에게도 있다.

"나이 드신 분들 소일거리 삼아 가게를 하는데, 그래갖곤 재래시장이 발전 못하죠. 의식개혁이 필요합니다. 그런데도 교육 좀 가자면 가지를 않아요."

유씨는 돈 없이 그릇 장사를 시작하여 한 우물만 파고 자수성가한 경우다. 20대 청년기에 시작한 그릇가게(서해그릇)를 50대 나이가 되도록 꾸준히 해오고 있다. 단골손님도 끊이지 않는다.

유씨는 대형마트에 없는 재래시장의 장점으로 '정(情)'을 든다. 그렇다. 재래시장엔 정이 있다. 끈끈한 정이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재래시장신문> 2006년 8월 29일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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