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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덕칠(김혜선) 나설칠(이태란) 나미칠(최정원) 나종칠(신지수)의 ‘칠’자 돌림의 4자매가 벌이는 파란만장한 인생이야기가 주제인 KBS 2TV 주말드라마 ‘소문난 칠공주’.
ⓒ KBS홈페이지
나덕칠(김혜선) 나설칠(이태란) 나미칠(최정원) 나종칠(신지수)의 ‘칠’자 돌림의 4자매가 벌이는 파란만장한 인생이야기가 주제인 KBS 2TV 주말드라마 <소문난 칠공주>가 둘째 ‘설칠’의 출생 비밀을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지면서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소문난 칠공주>는 설칠(이태란 분)의 친 아버지가 전쟁에서 ‘양팔(박인환 분)’의 손에 전사한 뒤 키우게 된 자식이라는 출생 비밀이 밝혀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으며,그 결과 극중 고조감을 높여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모여 앉게 했다.

‘설칠’은 자신의 친엄마를 찾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집을 나가고, 아버지 양팔은 설칠의 모친을 찾기 위해 옛날 주소지를 찾아 나섰다. 이때 ‘양팔’은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충격으로 가슴통증을 호소하며 병원 행을 암시했다.

칠공주 아버지 나양팔은 직업군인으로 전역을 하고 60세의 나이로 아파트 경비를 하는 투철한 군인정신의 아버지로 나온다. 설칠이 ‘친 엄마가 나를 버렸냐’고 물었을 때 그는 ‘버리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로 속 깊은 우리시대의 아버지상을 보여주었다.

양팔은 설칠의 생모 주소지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서던 도중 흉통을 느끼며 자신의 가슴을 움켜잡으며 고통스러워하다가 결국 쓰러져서 병원으로 후송됐다. 그의 병명은 '심근경색증'이었다.

칠공주 아버지의 심근경색증

▲ 관상동맥이 100% 막히면서 급성 심근경색증이 유발되어 아버지 나양팔은 갑자기 쓰러진다.
ⓒ KBS홈페이지
<소문난 칠공주>의 아버지 나양팔(박인환)의 병명인 ‘심근경색’은 우리나라 40대 이상 남성의 사망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린 질병이다. 심혈관계 질환 중 하나인 급성 심근경색증은 치사율이 매우 높아 병원에 도착하기 전 30% 가량의 환자가 사망한다고 보고되었다. 심장 발작 2시간 내에 사망 위험률이 가장 높은 것도 이 질병의 특징이다.

지난 44회분 드라마에서 아버지 ‘나양팔’은 다행히 바로 사망하지 않았다. ‘바이탈(맥박 혈압 체온)’이 안정되고, 심전도변화도 회복되고, 부정맥소견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는 전직 간호사인 딸 ‘미칠’과 병원 간호사의 대화가 다소 희망적인 암시도 주었다.

그러나 평소 가슴통증이 있는 사람은 하루빨리 진단을 받고 처방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구미 강심내과 서영배 원장(의학박사·심장전문의)은 말한다. 진단 후 가슴 통증이 처음 시작될 때나 협심증이 있는 사람에게서 흉통이 계속되면 가능한 빨리 처방받은 ‘니트로글리세린’이란 약물을 혀 밑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드라마 속에서는 약을 먹는 장면이 없었기에 나양팔은 심근경색진단을 받은 적이 없는 최초의 징후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만약 나양팔이 심근경색의 진단을 받고, 약물 처방을 받았다면 연속해서 5분 간격으로 15분 정도 ‘니트로글리세린’을 복용해야 한다. 그래도 호전이 없으면 가능한 빨리 심장내과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방송에 나오지 않은 칠공주 아버지의 병원 24시

급성 심근경색증은 발생 후 병원 도착 전 10-20%의 환자가 사망하며, 입원한 후 5-10% 정도의 환자가 사망한다. 또 이후 1년간 5-10%의 환자가 추가로 사망한다. 특히 발병 첫날 사망률이 높은데 첫 3시간 동안 1시간에 사망률이 1%씩 증가하고 이후 3시간 동안은 1시간에 사망률이 0.5%씩 증가한다.

이런 통계나 자료를 종합해 볼 때 KBS2 TV 주말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의 아버지 ‘나양팔(박인환)’은 운이 굉장히 좋은 경우다. 심근경색으로 쓰러졌지만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살았고, 입원 후에는 몸이 좋아져 퇴원했다. 물론, 극본을 쓰는 작가는 그를 살려야 하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건강하게 퇴원해서 딸 ‘미칠(최정원)’이의 결혼식장에 참석해야 하니 말이다. 그러나 드라마가 아닌 현실 속에서 그가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려면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인한 ‘관상동맥 중재술’을 받았을 것이다. 이는 풍선과 스텐트(스프링 종류)를 혈관 속으로 넣어 막힌 혈관(관상동맥)을 뚫어주고 다시 막히지 않게 하는 시술이다.

만약 <소문난 칠공주>가 의학 전문 드라마였다면 수술내용과 수술결과 그리고 수술 후 아버지 나양팔에게 나타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자세히 다루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나양팔이 쓰러진 다음주 KBS2 TV <비타민>에서는 ‘심근경색 스페셜’을 방송했다.

<비타민>은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풍선확장술’과 ‘스텐트 삽입술’에 대해서도 간략히 소개를 했는데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평소의 건강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풍선 확장술 VS 스텐트 삽입술

▲ 혈관벽이 쪼그라들어 막히는 것을 방지하는 특수금속그물방 ‘스텐트’.
ⓒ 전득렬
혈관(관상동맥)이 60-70% 이상 좁아지면 ‘관상동맥 중재술’이라는 것을 시행한다. 이 시술은 팔이나 다리의 사타구니 동맥을 1~2mm 정도 뚫은 후 ‘카테터’라고 하는 철사를 관상동맥으로 삽입하해 막힌 혈관을 확장하는데 흔히 ‘풍선 확장술’이라고 한다. 또 풍선으로 부풀어진 혈관에 ‘스텐트’라고 하는 특수 금속 그물망을 넣어 혈관벽이 쪼그라들지 않게 고정하는 것이 ‘스텐트 삽입술’이다.

‘스텐트’는 볼펜심의 스프링처럼 생겼으며, 관상동맥이 심하게 좁아진 곳에 집어넣으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확장된 혈관을 지탱하면서 풍선 확장술의 합병증인 혈관이 다시 막히거나 재수축하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

예전에는 막힌 관상동맥을 단순히 풍선으로 확장만 했다. 이런 경우에는 30~50% 정도가 혈관이 다시 쪼그라드는 재협착이 발생했지만, 스텐트 시술 후에는 20% 정도까지 감소하였다. 이런 장점으로 ‘스텐트’는 1988년 유럽에서 개발된 이래 전 세계적으로 170만 건 이상 시술이 이뤄졌다.

스텐트 VS 약물 방출 스텐트

그러나 협심증과 급성심근경색증 등에 우선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스텐트’는 시술 후 5명 중 1명은 혈관 안이 다시 좁아져 재수술이 불가피하다. 풍선이나 스텐트 시술로 혈관 내막이 손상되어 피떡이 형성되고, 이에 자극을 받은 염증세포가 염증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는 혈관 벽을 이루고 있는 ‘평활근’이라는 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는데 시술 6개월 뒤가 되면, 혈관이 다시 좁아져 피가 통하지 않는 재협착이 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만약 소문난 칠공주의 나양팔씨가 이 수술을 받았다면 그는 6개월 후 다시 수술대 위에 누워야 할 확률이 30%나 된다.

이같이 30%나 혈관이 다시 막히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스텐트시술’을 받은 이유는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적용 한도는 스텐트 3개에 불과하다. 혈관의 막힌 부위와 길이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평균 3cm의 스텐트를 2개 사용하고 6개월 뒤에 다시 2개를 사용할 경우는 비용부담이 커진다.

3개를 제외한 나머지 1개는 보험적용을 받지 못해 1천만원 대의 수술비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만약 스텐스시술의 보험적용 단계를 없앤다면, 건강보험공단은 몇 조원대에 이르는 엄청난 비용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사회적인 문제가 발행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러한 재협착률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 ‘약물방출 스텐트’가 개발되었다. 이는 스프링 같은 금속 스텐트 표면에 항암효과가 있는 약물을 코팅시킨 것. 약물이 혈액의 흐름에 휩쓸려 나오지 않고 장기간 꾸준히 흘러 나와 시술 6개월이 지나도 혈관이 좁아지지 않는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기존 스텐트는 시술 후 혈관이 좁아지는 비율이 25~30%에 달했지만, ‘약물방출 스텐트’는 0~3.4% 수준으로 대폭 낮아졌다. 하지만 ‘약물방출 스텐트’는 보험적용이 전혀 되지 않으며,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개당 200만원이 넘는 고가라는 것이 단점이다.

나양팔씨 갑자기 또 쓰러질 수 있어

▲ 칠공주 아버지처럼 흉통이 생기면 무조건 진단을 받아야 하며, 만약 심근경색이 의심된다면 ‘관상동맥 촬영술’까지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서영배 박사는 설명한다.
ⓒ 전득렬
나양팔씨처럼 병력이 있는 심근경색증 환자는 평소에 50% 정도가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갑작스럽게 다시 쓰러진다. 이는 건강검진을 해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소의 건강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칠공주 아버지처럼 흉통이 생기면 무조건 진단을 받아야 한다. 만약 심근경색이 의심된다면 종합검진 외에 ‘관상동맥 촬영술’까지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급성 심근 경색증일 경우 통증이 시작된 지 7초만에 참을 수 없는 통증을 느끼며 쓰러진다.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4분이 지나면 온몸의 혈액순환이 정지되면서 뇌에 산소공급이 끊기고, 10분 뒤에는 뇌가 완전히 손상되며, 30분 뒤에는 혈관이 막혀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심근 경색증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가능한 빨리 병원에 도착해 ‘혈전용해약물’이나 ‘심혈관 중재술’로 막힌 혈관을 뚫어야 한다. 6시간이 지나면 막힌 혈관을 뚫더라도 효과가 감소하며, 12시간이 지나면 심장근육은 죽어서 회복불능의 상태로 된다.

후유증을 최소화 하려면 6시간 이내에 막힌 혈관을 뚫어줘야 한다. 드라마에서 칠공주 아버지가 살 수 있었던 것도 쓰러진 후 바로 병원에 도착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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