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악에 대하여 잘 모른다. 우리 민족은 음주가무를 즐겼다고 하는데, 나는 음주는 즐기나 가무는 즐길 줄 모른다. 노래방에 가면 다른 이들 노래 부르는 것 보면서 술은 마시는데, 춤추며 노래하는 것은 싫다. 가끔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나면 발라드니 락이니 하는 소리를 듣는다. 아무것도 몰라 그냥 듣고만 있지만 그런 장르를 따지지 않아도 좋은 음악은 좋다.
공일오비의 음악이 그랬다. 처음 공일오비를 알게 된 것은 몇 년 전 라디오였다. 라디오에서 진행자들은 공일오비가 무슨 뜻인가 하는 문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공일 오후에 내리는 비'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가 '창공을 나는 까마귀'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별 뜻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리고 공일오비의 노래를 하나 들려주었다. 무슨 노래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음은 내 머리에 깊이 박혔다.
그리고 공일오비의 지난 음반들을 사기 시작했다. 그렇게 공일오비 팬이 되어 갔다. 나도 모르게 노래방에 가면 공일오비 노래를 부르게 되었고, 공일오비의 음반을 가장 소중하게 다루기 시작했다. 음악에 문외한인 나는 전문용어까지 들먹이며 말하는 음악평론가들의 말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럴 즈음에 군대를 갔고, 군대에서 공일오비의 해체소식을 들었다.
공일오비의 해체는 내게는 좋아하는 가수가 없어졌다는 뜻이었다. 비록 얼굴도 전혀 몰랐지만.
음악을 전혀 모르는 내가 공일오비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평범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가수들처럼 흔해빠진 사랑 노래를 감성에 호소하는 그런 노래가 아니다. 다른 가수들처럼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다. 세상을 약간 비뚤게 보는 눈이 좋다. '수필과 자동차'에서 사랑과 우정보다는 돈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세태를 노래하고, '아주 오래된 연인들'에서는 숨기고픈 오래된 연인들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노래했다.
그런 공일오비의 모습은 7집에서도 여전히 나타난다. '처음만 힘들지'에서 '한 번 본색 보이고 나면 그 다음부턴 습관적이 되지요'라고 꼬집고, '그녀에게 전화 오게 하는 방법'에서는 '인터넷은 열 살 이상만 쓰게 해야 돼'라고 노래한다. 노래 가사를 보면 웃음이 나오지만, 곡을 붙여 부른 노래를 듣다보면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20대의 공일오비가 젊은이다운 느낌의 사랑노래를 예리하게 불렀다면 지금의 공일오비는 관조하는 듯한 느낌으로 사랑을 노래한다. '그녀가 늦을 때마다 그저 화만 냈었죠. 내게 예쁜 모습 보이려 꾸미다가 늦는단 건 몰랐죠. 그녀가 많이 보고 싶네요'('모르는 게 많았어요'에서)라는 가사는 2-30대 연인들에게 찡한 여운을 남길 만하다.
긴 침묵을 깨고 발표한 공일오비의 일곱 번째 앨범. 예상대로 고정 보컬은 없다. 가장 잘 어울리는 보컬을 찾다보니 보컬이 다섯 번이나 바뀐 노래('나 아파')도 있다. 공일오비는 곡이 먼저 있고 그 곡에 가장 잘 어울리는 가수를 찾아 녹음을 한다. 한 가수의 목소리가 녹음된 음반만 듣다가 공일오비의 음반을 들으면 여러 가수의 음악을 다 듣는 것 같아 좋다.
"이제는 대중적인 인기보다는 좋은 음악을 만드는 음악계의 선배로서 남고 싶다"고 말하는 공일오비의 음악이 항상 가요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좋은 본보기로 남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약한자의 힘, 경남도민일보에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