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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목서 꽃은 작아서 눈여겨 보지 않으면 잘보이지 않는다.
금목서 꽃은 작아서 눈여겨 보지 않으면 잘보이지 않는다. ⓒ 조태용
내가 일하는 사무실 앞에는 금목서라는 나무가 하나 있다. 금목서와 비슷한 나무 중에는 은목서라는 나무가 있는데 이 나무를 보통 만리향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그런지 동네 사람들은 금목서를 천리향이라고 한다. 천리향은 봄에 꽃이 피지만 금목서는 가을에 꽃이 핀다. 금목서를 천리향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향기가 멀리 퍼지기 때문이다.

봄 여름 가을 매일 오르고 내리는 사무실 계단이지만 그 나무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오르내린 적이 많다. 그러던 어느 날부턴가 사무실 안에 달콤한 향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출근해서 사무실 문을 열려고 하면 코끝에서 달콤한 향기가 퍼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것이 금목서의 향기인지 몰랐다.

금목서의 향기는 멀리 가지만 꽃은 아주 작아서 눈 여겨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금목서의 꽃은 손톱보다 작은 진주 목거리에 진주만하다. 이런 작은 꽃들이 나무마다 빼곡히 들어차 있는데 나뭇가지에 진주를 달아놓은 것 같다.

금목서 향기는 달콤하다. 아마 꽃이 작으니 벌과 나비가 찾지 못 할 가봐서 진한 향기를 풍기는 모양이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그 주변은 달콤한 향기로 가득 차서 애써 우울한 인상을 짓던 사람도 그 달콤한 향기에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

금목서꽃은 눈으로 봐서는 그 꽃이 아름다움을 알 수 없다. 눈으로 보이는 꽃이 아닌 향기로 느끼려고 할 때 꽃의 깊이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보이는 것은 그저 초라한 작은 꽃이지만 그 향기는 백합보다 진하며 향기는 장미보다 멀리 퍼진다.

금목서의 달콤한 향기는 우울한 사람조차 미소짓게 한다.
금목서의 달콤한 향기는 우울한 사람조차 미소짓게 한다. ⓒ 조태용
금목서의 작은 꽃을 보고 있으며 크고 거창한 것 속도와 규모만을 외치지만 향기가 없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겉은 멀쩡하지만 인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도 그렇고, 돈은 많지만 쓸 줄을 모르는 사람도 그렇다.

권력을 가졌지만 권력에서 향기가 아닌 악취만 나는 정권이 그렇고 경제규모를 떠들지만 빈부 격차가 날로 커져가고 비정규직만 늘어나는 우리 경제가 그렇다. 모두 겉만 그렇듯 하고 향기가 없는 것들이다.

작지만 멀리 가는 향기를 가진 금목서의 향을 닮아 보면 어떨까? 작게 벌어도 해복한 사람, 성장과 개발보다는 행복과 배려를 생각하고, 돈 냄새만 풍기는 경제가 아닌 인간의 향기를 가진 경제 말이다.

이제 금목서의 계절 가을이 왔다. 여기 저기서 달콤한 향기가 진동 할 것이다. 금목서와 은목서의 향기가 진동하는 것처럼 우리 사회도 작지만 향기로운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무릇 작은 것은 아름답고 향기는 멀리 가는 것이 좋다.

파란 하늘 가득 달콤한 향기를 내뿜는 금목서
파란 하늘 가득 달콤한 향기를 내뿜는 금목서 ⓒ 조태용

덧붙이는 글 | 농산물 직거래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와 SBS유포터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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