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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어제의 일입니다. 자기소개서는 밤에 잘 써진다는 개인적 신념(?) 덕분에 요즘은 잠을 좀 늦게 자는 편입니다. 보통 오전 10시가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나곤 합니다. 어제도 평소와 같이 10시쯤 일어나 눈을 비비며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습니다. 물을 한잔 마시려고 냉장고를 여는데 옆에서 아버지가 신문을 보고 계셨습니다.
집에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신문이 없는데 도대체 무슨 신문을 보고 계실까 유심히 봤습니다. 신문은 다름 아닌 <위클리 오마이뉴스> 였습니다. 원래 저에게 오는 우편물은 잘 안 보시는데 배달 되어온 우편봉투 겉면에 '정기간행물'이라는 표시 때문인지 신문인 걸 아시고 열어 보신 것 같았습니다.
<오마이뉴스> 주간지임을 확인하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온라인 기사가 주간지에 실리면 해당호를 보내 준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어떤 기사가 실렸을까 궁금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올린 건 노트북과 PC모니터에 관한 내용이었으니 분명 이에 관한 기사가 실렸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아버지와 같이 기사를 찾아 봤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9월 2일자로 송고했던 KTX동반석 할인에 관한 내용이 실려 있던 것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제가 KTX를 타고 부산으로 갔던 건 여행을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취업준비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부모님께 차마 여행 간다는 말씀을 못 드렸던 것입니다.
당시 "친구 회사가 바빠서 일 좀 도와 달라 그러네요. 그래서 3일간 친구네 집에서 일 좀 도와주다 올게요"라며 둘러대고 여행을 갔었습니다. 물론 거짓말은 나쁘지만 구직활동 기간에 여행을 가겠다고 차마 말을 꺼내기가 죄송했습니다. 아버지와 같이 신문을 보는 도중 역시나 꾸중을 들었습니다.
"8월 26일이면 그때 친구일 도와준다고 집 비웠을 때 아니니?"
"예, 사실은 머리도 식힐 겸 잠시 여행 좀 다녀왔어요."
"친구집이 부산이니? 아니면 KTX 승무원이니?"
"죄송해요 아버지, 차마 여행 간다고 말씀 드릴 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거짓말은 하지 말거라. 버릇된단다."
"예, 아버지 다음 부턴 그러지 않을게요"
정말 너무 죄송했습니다. 길어진 취업준비 기간에도 제가 주눅 들까봐 늘 격려 해주시는 아버지께 제가 이런 거짓말을 했으니 화내실만도 하지요. 잠시 후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랬겠니. 걱정하지 말거라, 잘 풀릴게다."
거짓말한 자식에게 꾸중은 잊으시고 어느덧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사전에 미리 말씀드리고 여행을 갔다면 못 가게 하지는 않으셨을 텐데. 아니 오히려 힘든 거 안다며 흔쾌히 다녀오라고 하셨을 텐데 거짓말한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 기분은 무척 좋습니다.
우선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기에 좋았고, <오마이뉴스> 주간지에 제 기사가 실린 것 또한 기분이 좋았습니다. <위클리 오마이뉴스>가 제게 교훈을 준 셈이 되었네요. 그리고 "거짓말은 언제든 반드시 탄로 나게 되어 있다"라는 진리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교훈을 발판 삼아 앞으로 더욱 "파이팅!" 해봅니다. 아버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