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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숙 한나라당 의원.
박찬숙 한나라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오전에 공무원 퇴직하고, 오후에 산하단체 임원으로 취임한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박찬숙(사진) 한나라당 의원은 20일 문화관광부 출신 고위직의 낙하산 재취업 관행에 대해 이같이 비판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문화관광부에서 퇴직한 4급 이상 고위공무원은 총 51명이며, 그중 90%인 45명이 정부출자 산하단체 및 유관기관의 고위직으로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원은 "그나마 재취업하지 못한 5명중 4명의 경우, 올 5월 이후에 명예퇴직을 한 소위 '낙하산 대기자'인 것으로 드러나, 문화부 4급 이상 퇴직공무원의 재취업률은 거의 100%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실제 체육국장을 지낸 차관보(1급) 출신 정모씨가 2003년 6월 퇴직후 두 달 뒤인 8월에 곧바로 사기업체인 '남여주골프장' 대표이사로 취임한 것을 비롯해, 체육과장 출신의 전모씨는 지난해 12월 7일 퇴직한 후 바로 다음날 '(주)체육산업개발'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관광과장을 지낸 장모 감사관(3급) 역시 퇴직 후 곧바로 관광협회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원은 “고위 관료가 퇴직후 특정기업이나 단체와 유착되는 것을 막고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한 공직자윤리법은 이 같은 낙하산 재취업 관행 앞에서는 전혀 힘을 못쓰고 오히려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다”며 “업무능력, 전문성 검증 없는 소위 ‘묻지마식 낙하산’ 관행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중앙도서관 연수부장과 현대미술관 사무국장을 역임했던 김모씨는 2005년 9월9일 퇴직 후 불과 일주일 뒤에 한국관광공사 자회사로서 외국인카지노업체 '(주)코리아레저' 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밖에도 청소년보호위원회 사무국장 출신 위 모 감사관은 '한국체육개발주식회사'(체육진흥공단출자회사)의 대표이사가 되었고, 청소년정책과장 출신이 명예퇴직후 불과 3일 만에 '광고회관' 건설본부장에 취임하거나, 종무실장 출신이 '국민체육진흥공단' 감사로 재취업한 사례가 드러났다.

박 의원은 "전문성이나 능력에 대한 검증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소위 '묻지마식 낙하산인사' 사례가 한 둘이 아니었다"며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산하단체나 유관 이익단체의 임원으로 재취업한 퇴직 고위관료 45명 중 절반이 넘는 25명이 명예퇴직 후 불과 1주일내에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대부분은 퇴직일 이후 하루 또는 이틀 뒤에 산하기관의 임원에 취임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심지어 퇴직일과 재취업일이 같은 날에 이루어진 웃지 못할 일도 3건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박찬숙 의원은 지난해 문광부 감사에서도 "산하단체 임원 임명에 있어서 지금까지의 낙하산식 관행을 깨고 전문성 위주의 인선을 위해 민간에게도 과감하게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퇴직공무원과 민간전문가가 함께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선임되는 절차, 즉 공모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 어떻겠는가"라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정동채 장관은 "좋은 지적"이라며 "산하단체 임원의 인사에 있어서 앞으로 개방과 경쟁의 원칙에 따라 전문성 위주로 인선되도록 유의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박 의원은 "약속과 달리 문광부 출신 퇴직관료들의 재취업이 공모를 통해 이루어진 것은 최근까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처럼 낙하산 인사가 만연하는 이유에 대해 "과도한 인사적체 해소와 보직없는 고위직 공무원, 소위 '인공위성'에 대한 과중한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고, 나아가 산하기관이나 유관단체에 대한 장악력을 지속시킬 수 있다"면서 "고위공무원의 입장에서도 정년을 통상 3~5년 앞두고 명예퇴직을 결정하면 평균 4000~5000만원의 목돈이 명예퇴직수당으로 지급(30년 근무 기준)되며, 공무원연금에 더해 공무원 재직 당시보다 훨씬 높은 보수를 해당기관으로부터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외부의 비난을 상쇄하고도 남는 이익이 보장되고, 이에 대한 당사자들의 집착 때문에 퇴직관료들의 낙하산인사 관행은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는 게 박 의원의 판단이다. 따라서 박 의원은 "이제 공무원도 민간전문가와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낙하산 인사관행의 숨은 사회적 비용은 결국 일반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시민일보(www.siminilbo.co.kr) 9월 21일자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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