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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베네딕토 16세(자료사진)
교황 베네딕토 16세(자료사진) ⓒ 교황청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각)에 이어 다시 한 번 이슬람 신자들의 분노의 불길을 진화하고자 나섰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20일 "베네딕토 16세는 매주 수요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리는 주례 알현에서 무슬림들에 대해 '깊은 존경'을 표시한다"며 "지난 레겐스부르크 대학에서의 발언이 잘못 이해되고 있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12일 교황 취임 후 첫 독일 방문도중 레겐스부르크 대학에서의 연설 중 비잔틴제국(동로마제국)의 마누엘 팔레올로고스 2세 황제의 말을 인용했다.

교황은 당시 "마호메트가 가져온 새로운 것은 그가 신앙을 칼로써 전파하도록 명령하는 그런 사악하고 비인간적인 것들뿐"이라고 밝혔다. 또 "팔레올로고스 황제는 지하드(성전)에 대한 문제점을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슬람 신자들로서는 이것이 비록 인용이라고 할지라도 전 세계 11억 명의 가톨릭 신자들을 대표하는 교황의 입에서 자신들의 종교가 남에게 무력을 앞세워 신앙을 강요하는 사악하고 비인간적인 것으로 치부되는 발언을 좋게 이해할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파키스탄 의회는 교황이 이 발언을 즉시 철회할 것과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결의했고, 이집트의 정치운동 단체인 무슬림 형제단은 "서방세계의 공식적 여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톨릭 교회의 수장이 그러한 언급을 한 데 대해 매우 놀랐다"며 분노를 나타냈다.

프랑스와 더불어 많은 수의 이슬람 신자들이 살고 있는 독일의 무슬림 조직인 무슬림 중앙 평의회도 "교황이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며 교황의 직접 사과를 요구했다.

이 밖에도 이슬람 국가들의 신문들을 일제히 교황을 규탄하는 논설을 실었다. 또 정치지도자들은 교황을 비난했으며,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교황청은 이슬람권의 비난 여론 진화에 나섰다. 16일에는 국무장관인 타르시스코 베르토네 추기경이 나서 "교황은 그의 연설 중 몇 문단의 내용이 무슬림들에게 다소 공격적으로 들릴 수 있었던 부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의사를 표명했다.

17일에는 교황이 직접 로마 교회의 여름 관저에 찾아온 순례자들과 행한 미사를 통해 "나의 강론 중 몇 구절이 이슬람에 공격적으로 비친 데 대해 깊은 유감이다. 그 말들은 중세의 책을 인용한 것일 뿐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이번 나의 유감 표명이 마음을 진정시키고 진의를 분명히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나의 진심은 종교간 상호 존중하는 마음으로 솔직하고 진정한 대화를 하자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교황의 직접사과에도 이슬람권은 교황의 사과는 부족하며, 신뢰가 떨어진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시위를 계속했다. 무장단체들은 계속 성전을 해나가겠다는 태도를 밝혔다.

이에 베네딕토 16세는 20일 주례 알현을 통해 '훌륭한 여러 종교들'의 공존을 이야기하며 특별히 이슬람권과의 화해를 위한 냄새가 짙게 배어있는 듯한 '특별히 이슬람 신앙'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했다.

하지만 이 역시 역부족이었다. 무슬림 형제단의 부단장인 모하메드 하비브는 "교황은 레겐스부르크 대학에서의 발언이 그의 관점이 아니라고 하고 있다. 그러면 그의 관점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여전히 교황의 이날 해명이 '완전한 사과'는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난 1981년 전대 교황인 요한 바오르 2세를 저격한 터키의 저격범 메흐멧 알리 아그카는 변호사를 통해 "터키에 올 경우 교황의 목숨은 위험할 것"이라며 11월 말에 교황의 터키 방문일정을 취소하라고 권유했다.

이슬람권의 식지 않는 분노에 교황청은 국무장관이 이번 주나 다음 주중 바티칸 주재 이슬람 국가들의 대사관을 찾아 이들 국가에 유감을 표시함으로써 다시 한 번 이슬람권의 꺼지지 않는 분노의 불길을 잠재우려 시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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