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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협상을 둘러싼 다양한 쟁점을 확인하고, 올바른 한국 사회의 모델을 고민하는 한미 FTA 기획 강좌가 많은 시민들의 호응 속에 진행 중이다.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한미 FTA’라는 주제로 지난 14일부터 인권연대 교육장에서 매주 두번씩 개최되고 있는 한미 FTA 강좌에는 학생, 교사, 시민단체활동가, 노조 조합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여 한미 FTA 논쟁을 이끌고 있는 전문가들의 강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첫 번째 강의를 연 ‘FTA 저격수’ 정태인씨(전 청와대 국민경제 비서관)는 “기대되는 경제적 이익은 없거나 미비하고, 오히려 동북아 지역에서 중국과의 대립을 조장하여 외교 안보적 불안을 야기하고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킬 한미 FTA는 정부의 위험한 선택”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FTA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한국이 미국주도형 FTA를 체결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미국주도형 FTA는 ‘경쟁적 자유주의’에 기반하고 있으며, 명시적으로 상대국의 공공부문 민영화와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 핵심 분야가 지적재산권, 서비스, 투자 분야이다. 정씨는 이들 분야는 ‘한국 사회의 법과 제도, 관행과 직결된 중요한 분야’라고 지적하며, 애초에 경쟁상대가 되지도 않는 조건에서 전적으로 미국의 일방적인 기준만이 적용되어 이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이어 ‘국제정치경제 패러다임 변화와 한미 FTA’를 주제로 강의에 나선 한신대 이해영 교수는 미국식 FTA 제도에 대한 정밀한 조사도 없이, 단순히 ‘미국 시장=기회의 땅’이라는 기대만으로 한미 FTA 협상에 나선 정부의 무지와 오만을 비판하였다.
“경쟁적 자유주의란 다자주의 체제인 WTO(세계무역기구)를 통해 재미를 보지 못한 미국이 자국 이익 극대화를 위해 2002년 칸쿤 회의 이후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나선 것입니다.”
이해영 교수는 경쟁적 자유주의를 ‘방과 후 옥상’에 비유하며, 힘의 불균형 상태에서 약한 국가들을 차례차례 불러내 각개격파하려는 미국의 의도에 한국 정부가 따라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였다. 특히 이 교수는 ‘협상을 안 하면 미국의 제재를 받을 것이다’라는 ‘공미(恐美)주의적 국제관’이 팽배한 사회 분위기를 우려하며,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한 합리적 대화와 이를 위한 적극적인 정보 공유 등이 한미 FTA 논의에 대한 선결조건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고병권 대표는 ‘한미 FTA와 사회양극화 문제’의 강의를 통해 한미 FTA와 양극화 해소를 수레의 두 바퀴에 비유하는 정부의 주장을 반박하였다.
정부는 양극화 해소 없는 FTA가 부의 편중을 야기하고, FTA 통한 성장 없이 양극화 해소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미 FTA를 체결하면 양극화가 더욱더 심화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맞습니다. 그러나 한미 FTA가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으며, 오히려 그 반대효과가 더 클 것입니다.”
현재 삼성경제연구소나 중앙일보 등 보수 세력 일각에서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중산층 복원’이라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즉, 중산층이 붕괴돼 양극화가 심화된 것이므로, 성장잠재력을 확대하고 중산층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고급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제시하는 구체적 해법은 역시 ‘한미 FTA’이다.
그러나 고병권 대표는 ‘이는 빈곤층 대책이 아니라 사실상 중산층 대책’에 불과하며 통계 왜곡과 ‘성장-분배 선순환 관계’라는 잘못된 신화의 반영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양극화란 성장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성장에도 불구하고 심화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한미 FTA 체결의 궁극적 사회 모델인 미국에서조차도 양극화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고병권 대표는 “양극화의 원인과 해법에 대해 모순적이고, 비현실적이며, 왜곡된 주장들이 나오는 것은 양극화 자체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한미 FTA를 체결해야 한다라는 결론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양극화로 인해 주변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반대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말하였다.
한미 FTA 기획강좌는 9월 25일(월)과 26일(화)에 4강과 5강이 진행된다. 4강에는 한미 FTA 체결지원위원회 김경한 조사분석팀장이 강사로 나서 ‘한미 FTA 필요와 기대’를 주제로 정부 측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이어 5강에는 ‘한미 FTA와 서비스의 붕괴’를 주제로 강원대 이병천 교수가 강의를 한다.
강좌에는 누구든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으며, 개별강좌 신청도 할 수 있다.
문의 및 신청: 인권연대(02-3672-9443)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권연대 최철규 간사가 작성했습니다. 이 글은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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