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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부분으로 표시한 곳이 원래 은색으로 가려져 있는 곳입니다. 은색으로 된 부분이 다른 곳도 있으니 주의해서 긁으셔야 합니다.
빨간 부분으로 표시한 곳이 원래 은색으로 가려져 있는 곳입니다. 은색으로 된 부분이 다른 곳도 있으니 주의해서 긁으셔야 합니다. ⓒ 양중모

“어떻게 이런 숫자가 나와?”

주말이 올 때마다 포털사이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댓글이다. 바로 로또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인생역전!', 로또가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 지하철에 자주 볼 수 있었던 광고 문구다.

그리고 이 문구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 아닌 희망이 되고 있다.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어도 거금을 만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확률이 거의 희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 번 로또를 사게 되면 끊임없이 사게 된다. 나 역시 한 때 그랬다.

만약 중국 상하이로 오지 않았다면 이번 주말에도 로또 한 장이 내 손에 들려 있었을 것이다. 오기 직전 3개 숫자를 맞혀 5000원에 당첨된 일이 있었다. 그걸 생각해보면 로또 한 장이 아닌 열 장 이상이 손에 들려있었을지도 모른다. 노력 없이 번 돈을 오래 갖고 있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단 한 번의 투자로 거액을 거머쥘 수 있다는 기회를 그대로 흘려보내기란 쉽지 않다. 사람들이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이 벼락에 두 번 맞을 확률이라는 이야기를 할지라도, 내게 있어서는 당첨될 확률과 되지 않을 확률 둘 뿐 아니던가. 50:50으로 생각된다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주말이 되면 가끔 로또 생각이 난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제는 그 유혹에 그리 쉽게 빠지지 않을 것 같다. 빠진다 하더라도 과도한 투자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나를 이렇게 만든 데에는 중국 음식점의 파피아오(发票)라는 것이 큰 몫을 담당했다. 직역하자면 '표를 발급해주세요' 라는 뜻인데 일반적으로 영수증을 끊어달라는 것을 의미한다.

자세히 보면 중국어로 谢谢你라고 쓰여져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중국어로 谢谢你라고 쓰여져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 양중모

이 영수증은 특이하게도 옆에 은색으로 가려진 부분이 있다. 그 은색 가려진 부분의 숨겨진 비밀을 처음 안 것은 중국 베이징에 있을 때였다. 어느 날 중국 친구와 같이 밥을 먹은 후에 중국 친구가 점원에게 영수증을 달라고 말해보라는 것이었다. 나 혼자 먹을 때는 점원이 영수증을 갖다 준 적이 없어 다소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단 친구 말대로 영수증을 달라고 했다.

점원이 영수증을 갖다 주자 중국친구는 영수증 왼쪽 밑에 있는 은색 부분을 열심히 긁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서는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런지를 물어보았더니 가끔 그 곳에 돈의 액수가 적혀있으면 음식점에서 그만큼의 돈을 돌려준다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복권 같은 것이라는 것이었다. 결과는 꽝이었던 셈이다.

그 뒤로 음식점에 가서 밥을 먹은 후에 이것을 긁는 것이 내 취미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언제나 나를 반기는 건 '谢谢你(감사합니다)'라는 글자였다. 쉽게 말해 '꽝'이라는 얘기였다. 그러다 상하이에 와서 두 번 정도 현금이 나온 적이 있었다. 그리 큰 돈은 아니었지만 기분이 무척 좋았다.

밥도 먹고 돈도 돌려받으니 얼마나 좋은가. 적은 돈이라도 복권에 한 번 당첨되고 나면 헤어 나오기 힘든 그 심정을 알 것 같았다. 그러나 역시 이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거금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돈을 투자한다는 것이 얼마나 허전한 일인지 음식점에서 밥을 먹을 때마다 간접 경험이 되고 있다.

가끔 밥을 먹기 위해 내는 돈을 복권을 사기 위해 내는 돈이라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먹은 후 나오는 영수증을 복권으로 바꾸어 생각해 해보자. 밥 먹고서 돈이 적혀 있는 영수증이 나온 것은 지난 4개월 동안 거의 없었다.

베이징에서 6개월까지 합쳐도 3번에 불과하다. 복권이 당첨되기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만약 밥을 먹기 위해 쓴 돈을 복권에 투자한 돈이라고 하면 그 막대한 손해가 곧바로 느껴진다. 한마디로 1000원 투자해 100원 번다고나 할까?

이런 복권을 사고 당첨을 보는 연습이 자주 반복되었기에 로또나 다른 복권에 대해서도 점점 무감각해질 수 있는 것 같다. 중국에도 복권이 있지만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사 본적은 없다. 한국에 돌아가 로또나 복권을 살 때 이제는 이 단어가 생각 나 사기 힘들 것 같다. 당첨되지도 않을 텐데 돈을 투자해주어서 고맙다는 뜻처럼 들릴 바로 이 말!

"谢谢你(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여행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정식 영수증을 끊을 것을 권유합니다. 꼭 돈이 나올 수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이 얼마 썼는지를 알 수 있으니까요. 로또, 이번 주말에도 많은 이들의 손에 들려 있을 것이라는 것은 알지만 과도한 금액을 투자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썼습니다. 정말 이 곳에서 음식을 먹고 영수증을 받고 은색 부분을 긁는 것을 여러번 할 때마다 복권 당첨 확률이 얼마나 낮은가를 끊임없이 체험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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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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