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태소녀 하늘을 날다(이하 변날)'는 이화여대 레즈비언인권운동모임이다. 2001년 결성되어 2003년 정식 자치단위로 인준 받았다. '한국 레즈비언 상담소', '레즈비언 권리연구소', '레즈비언 권리운동연대'와 함께 다양한 학외사업도 해오고 있으며, 학내에서 해마다 레즈비언 문화제를 개최한다.
'넌 어쩌다 이성애자가 되었니?', '하지만 난 레즈비언인걸', '편견클리닉 ; 이반과 일반'에 이어 올해 9월 네 번째 레즈비언 문화제 '하늘을 봐, 변태소녀가 날고 있어(변날)'가 열렸다.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진행된 이번 문화제에서는 각종 전시는 물론 레즈비언 영화상영과 연대 장터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왜 변태소녀인가?
'변태'의 사전적 의미는 '본래의 형태가 변하여 달라짐'이다. 사람들은 종종 부정적인 의미로 이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특히 자신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동성애자를 '비정상', '변태' 등으로 부르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있다. '변날'은 이렇게 레즈비언을 헐뜯는 말을 자신들 스스로 부여함으로써 중요한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 레즈비언들에게 자행되는 부당한 폭력과 억압을 극명하게 드러낸다는 것. 둘째, 레즈비언을 비하하는 말의 효력을 잃게 되며 그들 자신을 긍정한다는 것.
솔직하고도 당당한 고백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곳곳을 화려하게 장식한 일곱 빛깔 무지개. 바로 레즈비언을 상징한다. 그 주변엔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쓴 대자보가 보인다. 동성애자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줌과 동시에 동성애에 대한 잘못된 상식들, 깊숙이 자리 잡은 편견들을 바로잡고자 하는 것이다. 잠시 그녀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보자.
▲우리는 특정집단이 아니다...우리는 여성을 좋아하는 여성이란 점을 제외하고는 그냥 평범한 개인들이다. 다수가 막연히 자신을 '이성애자'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그냥 동성을 좋아하고 또 동성애자임을 인정한 것뿐이다.
동성연애자 No, 동성애자 Yes...▲동성연애(same-sex act), 혹은 동성연애자(Homo)라는 말은 동성 간의 성관계, 성행위에만 초점을 맞춘 단어이다. 동성애(Homosezuality)는 감정적, 심리적, 사회적, 성적으로 동성에게 이끌리는 것을 뜻한다. 동성애자(Gay)는 그러한 동성애를 느끼는 사람 중에, 그러한 자신의 지향을 받아들여 자신을 동성애자로서 정체화 한 사람을 말한다.
▲커밍아웃(Coming-Out) VS 아웃팅(Outing)... 커밍아웃은 'come out of closet'에서 유래했다. '벽장 속에서 나오다'라는 말뜻 그대로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성향을 더는 숨기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외부에 드러내는 것이다. 아웃팅은 자신의 동성애자 정체성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타인에게 알려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로 인해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고, 집에서 쫓겨나는 등의 폭력을 겪게 된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서 동성애자를 상대로 '아웃팅' 하겠다고 협박하는 사람들도 있다. 엄연한 범죄행위이지만 동성애자들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여자가 남자보다 좋은 이유 3가지... 첫째, 예쁘다. 여자가 봐도 예쁜 여자들이 너무나 많다. 둘째, 말이 잘 통한다. 남자와 연애할 때 말할 수 없고, 힘든 여성들만의 고민. 성별이 다르기에 이해받지 못하는 것들을 공유할 수 있다. 셋째, 라인이 곱다. 동·서양화에 괜히 나체여성화가 많은 게 아니다. 예술가들도 인정한 여성의 아름다운 라인.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생각일 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이성애자만이 정상적인 것으로 인정받는 사회에서 레즈비언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기엔 아직도 어려움이 많다. 문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그 어디에도 안내원은 없었다. 빈 의자와 안내표지판만이 그 자리를 대신할 뿐이었다. 아직은 우리 사회에서 떳떳하게 나설 수 없는 동성애자들의 현실을 말해준다.
편견을 버리고 보아주세요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람들은 끊임없는 비방과 함께 심지어 테러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변날'은 지난 행사 기간에도 학내 기독교 동아리와 마찰을 빚었다. 동성애는 성서에서 금하는 행위라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는 성서를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으므로 길게 얘기하지 않겠다.
또 각종 TV 쇼 프로그램에서는 동성 커플을 억지로 짝지어 놓고 웃음거리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동성 커플은 모자라기에 어쩔 수 없이 짝 지어진 느낌을 주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에게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을 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 수업시간에 교수가 "동성연애자"라는 잘못된 표현을 사용하거나, 대놓고 동성애에 대한 혐오감을 표현하는 일도 종종 있다. 그 수업을 들은 동성애자들은 수업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들 정도로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좌절이란 없다.
김보은(20)양은 "이번 문화제를 통해 레즈비언에 대해 가지고 있던 막연한 생각들이 편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행사가 활성화하고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언제나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기에 오늘도 '변날'은 당당히 레즈비언인권을 외친다.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