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비역 근처의 또 다른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 합비는 여기 말고도 버스터미널이 5~6개 더 있다. 구강행은 9:30, 15:55 두 대뿐이다. 현재 시간은 13:15분. 흠! 어떻게 할까? 하루 정도는 묵어 가려고 햇는데. 그냥 박물관만 보고 가기로 결정. 5시간 걸린다는 데 표값이 80위안이다. 산동보다는 싼 편이지만, 중국 평균으로는 비싼 편이다. 시간 탓에 택시로 이동.
잉? 중국 내 박물관에만 가면 종종 안 좋은 느낌이 드는데 그 경우 그 느낌이 거의 다 맞는다. 뭐냐? 이 기분은... 아마 입구에서 박물관까지 한 150m 떨어져 있는데 그 사이에 아무도 없기 때문인가? 불길한 기분에 확인 도장이라도 찍듯 저 멀리 박물관 정문에 종이 한 장이 붙어 있다. 미리 앞선 짜증과 불볕더위와 불어난 뱃살에 걸맞게 흐르는 땀을 훔치며 간 결과 '내부 수리중'이다. 10월에나 다시 문 연다고...
전세계 여행객 중에서, 아니 전세계 중국여행자들 중에서 박물관운이 제일 없는 사람일 거다. 내가..
산동 청도박물관에 갔을 때는 시 동쪽으로 옮겼다고 해서 3년 후에 겨우 봤고
북경 군사박물관도 아마 내부수리중었나 왔다갔다 헤매다만 왔고
호북 의창박물관도 내부수리중이라 못 봤고
호남 악양박물관은 아무런 안내판도 없이 문 닫혀 있었고
산동 제남의 산동성박물관은 안내판은 있었다. 10월에 문 연다는
감숙 란주의 감숙성박물관은 안내문도 없었으나 개축인지 증축인지 온통 공사판이었고
신강 우루무치의 신강성박물관은 수리중인데 역시 안내문도 안내판도 없어서 기웃대다 겨우 신축 중인 건물 뒷켠에 있는 옛 건물에서 관람
뭐, 최근 몇 년 사이에 중국정부나 지방정부가 박물관에다 돈을 쓸 여유가 생길 정도의 빠른 경제 발전 탓이겠지만... '안내문'이든 '안내판'이든 제발 진입하는 입구에 달아 놓을 정도의 서비스 정신은 경제발전을 못 따라가는 듯싶다. A4 용지 달랑 한 장 걸어놓고 박물관까지 들어가야만 확인하게 해 놓은 것은 중국 공통이다.
하여간 박물관 가는 족족, 꼭 성수기인 방학 무렵에 내부수리 중인 이유인지 무신경인지는 꼭좀 알고 싶다.
중국 내 박물관이 2000개가 넘는다고 자랑은 하지만 가끔은 그 숫자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우스운 생각이 든다. 재래식인 푸세식 화장실이라 상큼하지도 않은 냄새가 박물관전체에 배인 듯한 카스박물관, 1층에 뱀 약 팔고 있던(것도 단체여행객대상으로) 개봉박물관... 성(省)급 박물관이라면 몰라도 그 하위 박물관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문제가 좀 있어 보인다. 산동 청도나 유방 같은 곳은 시급이지만 왠만한 성급 수준인 것도 사실이지만...
찾아온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미안함도 없고, 어찌됐건 허탕친 건 사실이니까, 가장 기본적인 안내도 없고(입구는 아니지만 정문에 붙여 놨다고 하면 할말 없지만) 고속도로 진입전에 안내를 해야지 톨게이트에서 '진입 안됩니다'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개인적으로 대한민국 사람 어느 누구 못지 않게 중국 역사나 유물을 만든 과거 중국인들에게 한없는 존경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의 중국인들의 관리 상태를 볼때는 과분한 유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든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이제야 제대로 역사유물 관리전시에 원할하게 돈이 돌정도로 경제발전이 궤도에 올라섰다고 할까.
그래도 괜찮았던 박물관 '북경' '상해' '서안(섬서성박물관)'은 중국인들의 자존심이랄까 자부심이랄까, 훌륭한 박물관인 것도 사실이다. 누가 뭐래도 중국 유물의 백미는 대다수 세계 4대 박물관이라는 대만 국립고궁박물관에 있는데 인연이 아직 닿지 않아서 아직 본 적이 없다. 중국이 제국이었던 시절의 유물들은 황실에 다 모였고, 그 황실 유물들이 바로 대만 국립고궁박물관에 모여 있는 것이다.
하여간 근처 중국 은행 가서 환전 좀 하고 맥도날드에서 얼음 넣은 콜라 한 잔. 대도시 탓인지 젊은 고객으로 만원이다. 중국 기준에서 정말 비싼 편인데도.
버스터미널로. 생수 한 병 냉장 시킨 거라고 메이커도 아닌 생수를 1.5위안 달랜다. 투덜투덜. 좌석번호가 29번이라 사람이 많은 줄 알았는데 10명도 안된다. 흠! 뭐냐? 29는?
5시간 걸린다더니 4시간 20분 만에 도착. 구강에 가까워지니 가끔 산도 보인다. 거진 3시간 동안은 정말 드물게 산만 보인 넓은 평야지대. 부럽다. 이런 광활함이... 산지가 75%인 대한민국 사람이라 그런지 중국 평야만 보면 시원한 공간감으로 뼈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내리자마자 삐끼 아줌마들에게 포위 당했다. "나 삼 년 전에 왔었어"라는 막강무기로 전부 물리쳤다. 다시 버스터미널로 가서 '려산(廬山)'가는 시간 확인.
쾌찬(快餐, kuàicān, 중국식 패스트푸드)에서 맥주 2병 곁들여 대충 때우고 30위안짜리 방이라고 얼른 들어왔더니 에어컨도 없는 거야 당연하지만 TV도 없다. 보증금 70위안.
도시별로 느낌이 다 다른데, 바가지 엄청 씌울 거야 하는 인상을 준 도시는 '태산' '곡부' '황산' 그리고 '구강'이다. 삼사년전에 장강을 따라 구강까지 왔지만 2월이라 비도 오고 날씨가 하도 추워서 못봤던 '려산'을 드디어 내일 보게 된다. 이백(李白)이 '비류직하 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 의시은하락구천(疑是銀河落九天)'이라고 읊었던 그 폭포를 본다. 내일...
오늘은 꿈에서 이태백이라도 만날지 모르겠다.
<7월 18일 사용경비 내역>
* 계산 편의를 위해 사사오입
ㅇ 이동비 : 없음
- 합비 > 구강 (시외버스, 80위안)
ㅇ 교통비 :
택시 : 합비역 > 박물관(10위안)
삼륜 : 박물관근처 > 합비역 (5위안)
ㅇ 숙박비 : 30위안
ㅇ 식 비 :
-아침 : 건너뜀
-점심 : 소롱포(3위안), 량면(4위안)
-저녁 : 쾌찬(5위안)
ㅇ 관람비 : 없음
ㅇ 잡 비 : 11위안
합비지도(2.5위안), 물 두병(1.5위안, 2위안), 콜라 한 잔(2.5위안), 맥주 2병(한 병 2위안, 4위안)
ㅇ 총 계 : 150위안
덧붙이는 글 | ㅇ이 기사는 한겨레-차이나21-자티의 여행나라(http://ichina21.hani.co.kr/)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ㅇ 중국어 발음과 해석은 네이버사전(http://cndic.naver.com/)를 참조했습니다.
ㅇ 중국 1위안(元)은 2006년 8월기준으로 약 120~130 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