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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수가 된 안 목수
ⓒ 장승현
요즘 내 주변에 보면 목수 일을 배우겠다고 연락이 오는 사람도 많고 목수일을 새로운 직업으로 선택하는 사람도 많다. 그동안 내가 목수 일을 하면서 목수의 길로 가게 만들어 준 사람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처음에 초짜로 시작해 5년에서 7년 경험을 하면서 이제는 일류 목수가 되어 일당을 톡톡히 받으며 일을 다니는 친구들도 있다. 요즘에 우리 현장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하는 목수들도 두 명 정도가 있는데 이들도 몇 달 지나지 않아 일당이 오르고, 목수의 모습이 하나하나 자리 잡혀 가고 있다.

어머니 성화로 들어간 직업훈련소

그러니까 내가 목수의 길에 들어서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이었다. 그때 집안 형편상 대학을 포기하고 서울에서 방랑생활을 할 때였다. 그때는 가방공장, 신발공장, 중국집 배달원 등 서울에서 떠돌아다니다가 시골에 있는 엄니한테 목덜미가 잡혀 충남 논산에 있는 직업훈련소로 끌려갔다.

아니 엄니의 성화도 성화지만 그때는 이미 서울에서의 방랑생활에서 더는 버틸 수도 없었고 갈 데도 없는 상태라 엄니가 제안한 직업훈련소행을 반대할 아무런 힘도 방어할 기력도 없는 상태였다.

▲ 요즘 일의 원천 콤퓨레서
ⓒ 장승현
그때는 콤퓨레셔도 없고 타카총도 없고 오로지 손 대패질과 망치질로 목수 기술을 배우게 되었다. 하루 종일 직업훈련소에서 찜통 밥을 먹고 손 대패질을 해대면 왜 그렇게 배가 터진 풍선처럼 쉬 꺼지던지 그때는 먹는 것도 그렇게 귀할 때였다.

천장 공사를 하더라도 머리에 합판을 이고 망치질을 해야 했고, 지금처럼 공구들이 발달이 되지 않아 거의 톱과 끌로 나무를 파고 맞추고 하는 게 전부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직업훈련소에서의 기술을 배우는 것도 일반 학교와 마찬가지로 자격증을 따기 위한 이론 학습이 주였고, 실기 학습은 자격증 딸 때 필요한 서까래 맞춤이나 장구 맞춤 등 맞춤이 주였다.

살아가는데 지금껏 한 번도 자격증이 필요 없었는데 왜 그때는 그렇게 목숨 걸고 자격증을 따려고 매달렸는지 지금의 교육정책이나 그때의 직업훈련소에서의 성과주의 교육은 똑같았다.

▲ 목수의 기본 먹줄
ⓒ 장승현
하여튼 그곳에서는 기본 대패질과 끌질, 톱질 등 기본적인 기술을 6개월 동안 배웠다. 내가 생각하기로 하루면 배울 수 있는 일을 쓸데없이 질질 끌면서 6개월을 교육하는 것을 보면 기술은 기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포질 하려고 자격증 땄나?

그렇게 자격증을 따고 취직이 되어 간 곳은 군포에 있는 피아노 공장이었다. 그때 한일피아노라고 얼마 있다 망한 회사인데 그곳에서 자격증을 가지고 가서 회사 망할 때까지 임금 한번 못 받아보고 3개월 동안 한 일은 마감인 사포질이었다. 그것도 일당 2300원 정도 받고 3개월 정도 사포질만 하다 회사가 망하는 바람에 거기를 정리하게 되었다.

그따위 사포질을 하려면 왜 목공 자격증을 땄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이후 내가 목수 일을 하면서 자격증이 필요한 때는 한 번도 없었다. 다만 그때 찜통밥 먹고 뭣 빠지게 했던 대패질이나 끌질이나 서까래 맞춤이나 이런 것들이 집을 짓는데 조금 도움이 될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는다.

▲ 가늠하는 줄자
ⓒ 장승현
요즘 내 주변에서 목수 일을 배우러 우리 팀으로 들어오는 친구들이 있다. 이 친구들이 현장에서 잡일을 하며 직접 망치질을 하고 공구를 다뤄 배우다 보면 한 달이면 거의 새끼 목수일을 할 줄 알게 된다. 그걸 보면 오히려 이런 방법이 목수 일을 배우는데 더 확실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통 이렇게 현장을 따라다니면 빠른 사람은 몇 개월 만에 중목수가 되고 일 년이 넘으면 웬만하게 못 주머니 차고 다른 곳에 가고, 목수라고 일을 다녀도 손색이 없을 정도가 된다.

진짜 우리 곁에서 목수일을 배운 친구들이 5년이 넘으면 어디 가서 일류 목수 소리 들어가면서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니까….

요즘 목수일은 공구가 다 한다

▲ 커팅기 작업
ⓒ 장승현
요즘의 목수일은 공구 다루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 요즘은 공구가 일을 다 한다고 한다. 톱도 재단톱이나 커팅기나 그런 걸 잘 다루면 옛날처럼 반듯하게 톱질을 잘 할 필요가 없고 타카나 레일건을 잘 쏘면 굳이 망치질을 잘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타카 같은 건 목수들 20여명이 망치질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타카총을 쏘는 게 더 능률적이니까, 그 옛날 우리가 배울 때처럼 망치질을 열심히 배울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일을 하다 보면 어떤 일류 목수라고 오는 사람들, 공구로만 일을 배운 사람들이 손 대패 날을 빼고 손질을 하라고 하면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오로지 공구가 없으면 일을 못한다.

그리고 나이 많이 드신 분들은 일을 하러 오면 공구를 다루지 않고 꼭 손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구 다루는 걸 두려워하고 손에 익지 않아 합판을 자르더라도 손으로 톱질을 한다. 그러면 요즘 현장에서는 거의 쫓겨나기 십상이다.

▲ 못 박는 총, 레일건
ⓒ 장승현
이처럼 요즘 목수의 길은 공구를 잘 다루는 게 제일 관건이다. 눈썰미 좋은 사람은 3개월이면 공구 다루는 걸 다 배운다. 공구 다루는 일과 치수 개념, 일하는 머리만 따르면 거의 목수가 되는 것이다.

목수의 길도 시대가 변한 만큼 변한다. 물론 기술도 변하고. 이젠 옛날처럼 솜씨 좋은 목수들보다 비싼 장비를 누가 더 많이 가지고 있나, 그게 목수의 질을 가늠하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 장목수는 시골로 정착해 목조주택 회사 젊은목수들(www.moksune.co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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