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신문에서, 어느 성교육 강사가 성교육 시간에 학생들로부터 선생님은 ‘자위’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것이 화근이 되어 ‘학부모들의 빗발치는 항의’를 받았다는 글을 접했다.
성교육 강사의 존재의의가 무엇인가. 바로 학생들의 그러한 궁금증에 솔직하게 답해주며 함께 고민하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게 바로 성교육강사가 할일이 아닌가 말이다. 만약 그 선생님이 자신은 하지 않는다고 딱 잡아뗐다면 학생들은 그 선생님의 강의 전체에 별 신뢰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학교 성교육의 부실이 학생들로 하여금 그릇된 성 사이트들을 더 뒤지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분명 뭔가 궁금한 것이 더 있는데 어른들은 가르쳐주지 않는단 말야.’
어른들의 입장도 물론 이해가 간다. 나 또한 아이를 둔 어른이니 성에 대해 쉽고도 효과적으로 얘기해 줘야한다는 강박을 느끼면 머릿속 생각만 무수해지고 막막한 기분이 든다. 지금은 어리니 아이가 가끔씩 질문하면 여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데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는 중학생이 되었을 때도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자신이 없어진다.
이런 부모들의 심정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쉿! 나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어요>(웅진 닷컴)는 부끄러운 마음 없이 성교육을 할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해주는 좋은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은 성교육 지침서임과 동시에 삶의 궁극 의미에 관한 철학적인 물음도 던져주는 등 쉬운 설명 속에 깊이가 있다.
여러분에게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여러분은 앞으로 아주 긴긴 날들을 살아가게 될 텐데, 그 날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우리가 산다는 것은 아버지나 어머니, 남자나 여자, 친구나 애인들 사이에서 서로 마음을 주고받으며 지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마음이 통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몸으로도 전달되어 몸도 통하게 되는 것이 우리 인간의 ‘삶과 성’이지요. 여러분! ‘몸’은 내 존재의 기본이에요. ‘내 몸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것이 앞으로의 인생과 연관된 중요한 일이에요. -머리말에서
이 책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뉘어 진다. 처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삶의 한 과정을 15단계로 나누어 눈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해주는 부분이다. 두 번째는 초등생들이 궁금해 할 구체적인 ‘내 몸의 변화’에 대해 그림과 함께 역시 쉽고 간결하게 설명해준다. 그리고 마지막은 초등생들이 주로 하는 성에 관한 질문에 솔직하고도 명쾌한 답을 제공한 상담사례로 엮었다.
먼저 삶의 15단계를 보면, 지은이는 인간의 일생을 행복이 저절로 피어나는 듯한 그림과 함께 담담하게 설명하고 있다. 태어나고, 자라고, 배우고, 부풀어 오르고(2차 성징), 고민하고, 사랑하고, 함께 살다 아이를 낳고, 싸우고, 헤어지고, 늙어가는 15단계의 과정을 읽다보면 그 삶의 과정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나도 모르게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배우다’ 단계를 보면,
여러분이 지금 초등학생이라면, 배우기 위해 살고 있는 어린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일하는 어른이나,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어머니도, 모두 배우면서 자기 일을 해 나가고 있는 거랍니다. 학교, 교실, 학원에서만이 아니라, 텔레비전에서도, 책을 통해서도, 놀면서도, 친구에게서도… 여러분은 많은 것을 여러 사람에게서 배우고 있죠. ‘배우다’라는 말은 ‘본받다’와 통하는 말. 먼저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 도움이 되는 것을 자꾸 자꾸 본받아, 꿋꿋하게 살아갈 힘을 키워 둬요. -16쪽
‘사랑하다’편을 보면,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은 ‘사랑’. 노래나 소설에도 반드시 나오는 게 사람들의 ‘사랑’.먼 옛날의 철학자 플라톤이나 예수 그리스도의 시대부터 인간이 찾으려고 한 것도 ‘사랑’… 이다음에 여러분이, 이 사람이라면 함께 살고 싶다고 생각되는 사람과 만날 때, 그것을 ‘연애’라고 부르고, 뉴스에서, 배고픔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어린이들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떻게든 도와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면 ‘인류애’. 그래요, ‘사랑’에는 굉장한 힘이 있죠. -29쪽
자위는 자기 몸을 사랑하는 행위
두 번째 부분은 성교육의 본론으로 구체적으로 ‘내 몸의 변화’를 겪는 초등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남녀의 각기 다른 특징과 변화에 대해 조목조목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그러면서 ‘제 1의 탄생’은 어머니가 나를 낳은 거라면 ‘제 2의 탄생’은 내가 ‘나 자신’을 낳는 거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부모가 자식을 낳아서 정성껏 키웠듯이 제2의 탄생 때는 내가 ‘내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것을 조언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자 여자의 자위에 대한 긍정적인 답은 자위를 나쁜 것으로만 몰아세웠던 부모세대를 반성하게 해준다. 자위는 말 그대로 스스로를 사랑하는 행위이므로 초등생도 스스로를 사랑할 권리가 있는데, 그것을 ‘할까 말까는 남자든 여자든 스스로 결정’할 것을 주문하였다.
그리고 남자아이의 경우, 특히나 우리나라의 경우 ‘포경수술’이 걱정일진대 이 책은 그 해답 또한 명쾌히 해준다. 즉, ‘진성포경’일 경우만 포경수술을 하고 나머지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다. 그런데 남자의 경우 대부분이 정상이고 진성포경은 비율적으로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렇거늘, 언젠가 유명한 비뇨기과 의사가 TV에 나와서 남자아이의 포경수술은 ‘선택사항’이라고 하였는데 명색이 비뇨기과 의사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갑갑하였다. ‘포경수술은 진성포경일 때만 하고 나머지는 안 해도 됩니다’가 정답인 것을.
아무튼, 이 책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꼭 한번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마지막의 성 상담 사례부분은 다양한 질문들을 포괄하고 있어 그때그때 질문이 나올 때 마다 아주 요긴하게 찾아 써 먹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