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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이섬으로 들어가는 배안에서
ⓒ 정덕현
찬바람이 살살 불어오고 낙엽이 지기 시작하면 왠지 마음도 스산해진다. 이럴 때 아련히 떠오르는 곳이 있으니 바로 <겨울연가>의 그곳, 남이섬이다. 나무들이 가지를 뻗어만든 아름다운 길과, 강물들, 곳곳에 아기자기한 멋을 주는 소품들, 자전거, 낭만… 이런 것들로 가득한 남이섬은 연인과 가족들의 공화국이 된다.

나미나라공화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서울에서 차로 달려 1시간 반 거리. 가평 그 아름다운 북한강변을 낀 환상의 드라이브코스가 시작된다. 강 위로는 보트가 달리고 강변으로는 그림 같은 펜션들이 늘어서 있다. 이곳이 정녕 우리나라인가, 하는 생각이 들 즈음, 어느덧 나미나라(남이섬의 애칭)에 도착한다. 나미나라여권발급(표파는 곳에서 표를 사고)을 받고, 입국심사대(배타는 곳 입구)를 거치면 나미나라로 가는 배가 기다린다.

배를 타면 마치 해외여행을 떠나는 자의 그것처럼 벌써부터 가슴은 쿵쾅대고 다리는 종종댄다. 연인들과 가족들 단위로 배에 탄 사람들의 얼굴은 기대 반 설렘 반으로 환하게 웃음꽃을 피운다. 잠시 후 배는 북한강 물살을 가르며 나미나라에 외지인들을 내려놓는다. 입구 한 켠에는 옷을 벗고 강물에 발을 적시며 저편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석상이 손님들을 반긴다.

▲ 남이섬 은행나무길에서 햇볕에 일렁이는 은행나무들(왼쪽). 아이들이 뛰놀기에 넉넉한 남이섬의 잔디밭들.
ⓒ 정덕현
하트 모양 겨울연가의 흔적들

나미나라 입구에서 얻은 지도에는 곳곳에 하트 모양이 그려져 있다. 지도설명에 의하면 그 하트 모양은 겨울연가의 촬영지란다. 드라마 한 편이 이다지도 섬 하나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본래 남이섬은 섬이 아니었다. 청평댐이 세워지면서 주위가 물에 잠겨 섬이 된 것이다. 남이 장군의 묘가 있어 그 이름이 남이섬이 되었다. 입구를 들어서면 바로 우측 뒤쪽으로 보이는 것이 남이 장군의 묘로 그간 적적했을 심사가 많은 사람들의 방문으로 조금은 풀어졌을 것 같다.

이곳은 최근에 와서 주목을 받는 것 같지만 사실 과거부터 문화의 중심이기도 했다. 7,80년대에는 강변가요제가 열렸고 80년대에는 <겨울나그네>의 촬영지로도 유명했다. 그러다 행락객들에 의해 파괴되던 섬을 생태공원화하고, 드라마 <겨울연가>로 유명해지면서 다시 사랑 받고 있는 섬이다.

▲ 나무는 하늘까지 가지를 뻗는다
ⓒ 정덕현
숲이 아름다운 섬

남이섬이 아름다운 건 자연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울창한 숲들과 다양한 수종들, 그리고 거기에 더부살이하는 동물들이 있어 남이섬은 살아있다. 먼저 길을 들어서면 잣 향기 가득한 잣나무길을 가게 된다. 그 곳은 청솔모들의 낙원이다. 길을 걷는 중간 중간에 무언가 툭 하고 떨어져 내린다면 그것은 청설모가 떨어뜨린 잣이다. 길가에 몇몇 사람들은 그 잣 덩어리를 발로 밟아 잣을 꺼내 먹기에 바쁘다. 나뭇가지 위의 청설모들은 그들이 남기고 간 잣을 빼먹는다. 사람과 익숙해서인지 경계심이 없는 그들과 함께 남이섬의 산보는 특별한 것이 된다.

잣나무길을 빠져나오면 메타세콰이어길과 은행나무길로 갈라진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그 나무터널들은 어떤 지붕 같은 포근함을 전해준다. 청설모들이 느꼈을 편안함을 똑같이 느끼면서 메타세콰이어길을 들어선다. 이곳은 <겨울연가>에서 연인들이 자율학습을 빼먹고 그림자 밟기 놀이를 하던 곳이다. 이국적인 나무들과 그 사이를 넘나드는 가을햇살이 아련한 어떤 아름다운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 남이섬의 유일한 교통수단 자전거
ⓒ 정덕현
숲 속의 강변을 낀 집들

연인이라면 당연 은행나무길에서 은행나무의 사랑을 떠올려볼 일이다. 그 길을 걷다보면 연인의 길이 나오는데 거기에는 강변 옆으로 낮은 지붕의 아름다운 집들이 늘어서 있다. 연인들끼리 가족끼리 놀러온 이들은 집 테라스에 앉아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뒤편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다. 석양이 내리는 저녁이라면 없던 사랑도 절로 솟아날 운치가 있는 곳이다.

그 곳 근처에는 타조농장과 야외음악당이 있다. 날씨가 쌀쌀해져 타조농장은 청설모들의 차지가 되었고 야외 음악당도 그 과거 기억의 흔적들만 허공에 떠돈다. 잔디밭 위에 놓여진 평상에 앉아 그 기억 속의 음악소리를 찾아 듣는다. 바람결에 묻어오는 숲의 향기 속에 그 음률이 들리는 듯 하다.

▲ 연인들이 타기 좋은 쌍쌍자전거
ⓒ 정덕현
하늘자전거의 묘미

남이섬이 무엇보다 좋은 것은 자동차에서 해방된 곳이라는 점. 이곳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자전거는 무공해라는 점은 물론이고 아련한 추억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남이섬의 또 다른 재미가 된다. <겨울연가>의 연인들이 타던 쌍쌍자전거에서부터 나홀로 자전거, 요즘은 전기자전거, 서서타는 트라이웨어, 누워타는 트라이커까지 이곳이 탈 것이 지천이다.

그 중 가장 특별한 것은 아무래도 자전거로 하는 하늘 하이킹! 지상 3미터 높이에서 공중을 유유히 떠다니는 듯한 하늘 자전거는 남이섬을 위에서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자녀와 함께, 연인과 함께 서로 도와가며 페달을 밟아나가는 재미는 사는 재미와 거의 같을 것이다.

이밖에도 이 곳에는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유일한 협궤도열차인 유니세프 나눔 열차가 있다. 오래되어 낡고 덜컹거리는 맛이 제법 재미있는 열차이다. 수익금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
후원금으로 기부된다고 하니 재미도 보고 좋은 일도 해보자.

남이섬의 먹거리, 쉴거리
추억을 먹고 섬 속, 숲에서 자다

▲ 호박을 싣고 가는 자전거가 정스럽다

▶ 먹거리 - 추억을 먹는다

남이섬은 먹거리에서도 추억이 묻어난다. 길 중간중간에 테마형 식당 혹은 카페가 들어서 있는데 각각의 음식점들은 그 특징이 있다. 그 중에서도 사각 철 도시락에 밥, 김치와 달걀프라이를 얹어 뚜껑을 덮은 뒤 난로 위에서 데워 흔들어먹는 ‘옛날 벤또’는 남이섬의 명물이 되었다.

벤또를 파는 ‘연가’는 또한, 겨울연가 촬영에 앞서 처음으로 인터뷰를 했던 곳으로, 배용준과 최지우가 남이섬에서 처음 사인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남이섬을 배경으로 한 각종 드라마 촬영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밤나무 식당은 움막김치를 얼큰하게 끓이고 끓인 김치국밥, 독일식으로 주문제조 된 숯불구이 소시지 등이 나오는데 숲 속에서 먹는 정찬의 느낌을 준다. 중앙잣나무 길목에 있는 고목식당은 동동주에 파전이 그리운 사람이라면 찾을만한 곳이다. 야외자리에서 마시는 동동주의 맛이 일품이고 음식점 뒤쪽으로 펼쳐진 잔디밭에서 아이들이 뛰놀 수 있어 더욱 좋다.

▶ 쉴거리 - 섬 속, 숲 속의 호텔

남동쪽 강변에 놓여있는 남이섬 호텔은 1979년에 지어져 남이섬에서 가장 유서깊은 숙소이다. 1980년대 배우 신성일 엄앵란 커플이 자주 들렸다고 하며 겨울연가 촬영 시 배용준, 최지우가 묵어가기도 했고 남이섬을 찿는 유명인사들이 가장 편안하게 이용하는 숙소이다. 강변에서 가까워 아침산책에 편리하다. 남서쪽 강변에 있는 별장촌은 콘도식으로 되어있어 가족들이 찾기에 좋다.

80년대 <겨울나그네>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또한 게스트 하우스는 수영장이 있는 건물로 강을 바라보며 바비큐파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밖에도 작가들의 창작공간인 문학인촌, 몽골식 천막집으로 특색있는 게르별장 등 다양한 숙소가 마련되어 있다.

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 서울에서 46번 국도를 타고 가다 대성리를 지나 청평, 가평으로 들어오면 SK경춘주유소 사거리에서 우회전한다. 그리고 북한강변을 따라 약 2킬로 정도 달리다보면 남이섬 주차장을 만난다. 여기에 차를 주차시키고 배를 타고 들어간다. 블로그(thek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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