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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머리카락은 다시 자라나겠지만 빼앗긴 우리 아이들의 교육권은 지금 찾지 않으면 다시 찾기 힘들다. 장애 아이를 둔 아버지로서 할 수 있는 것은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자들에게 항거하고 투쟁하고 이렇게 머리를 깎는 것 밖에 없다."

▲ 28일, 장애아 아버지들이 서울시교육청의 관심을 촉구하며 삭발식을 가졌다. 최석윤씨와 박인용씨<왼쪽부터>
ⓒ 위드뉴스
장애 아동을 기르고 있는 아버지들이 장애인의 교육권 보장을 촉구하며 2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삭발 결의대회을 가졌다. 이날 삭발식에서 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발달장애 자녀 박하은양의 아버지 박인용 씨는 이같이 말했다.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아래 서울교육권연대, 공동대표 김경애) 소속 학부모들은 지난 14일 장애학생의 교육권 확보를 촉구하며 서울시교육청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돌입했지만 교육청과의 공식적인 면담은 단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서울교육권연대는 장애인의 교육문제가 교육청뿐만 아니라 서울시에도 책임이 있다며 지난 27일 장애인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제안서를 서울시청에 전달했으며 28일 장애인교육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관심을 촉구하며 장애아 아버지들이 삭발을 하기에 이르렀다.

'장애 아이들의 교육 위해 농성장 찾는 장애아 아버지들'

이날 삭발식에서 서울교육권연대 박인용 집행위원장은 "장애아동을 둔 아버지로서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 아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빼앗긴 아이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찾을 때까지 농성장을 떠나지 않겠다"고 밝혔다.

▲ 이날 결의대회에는 많은 장애아동 부모들이 참석해 관심을 나타냈다.
ⓒ 위드뉴스
이어 박 집행위원장은 "집안일도 해야 하고 아이도 돌봐야 하지만 집안일과 아이는 일하고 있는 아내에게 다 맡기고 우리 아이의 미래를 위해 이렇게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이 있기에 싸움을 멈출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박 집행위원장과 함께 삭발을 한 장애인참교육부모회 최석윤 부회장은 "교육청과 교육감이 지금처럼 계속 아무런 답변이 없다면 교육감은 퇴진의 대상이 될 것이고 교육청은 타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최 부회장은 "교육청과 교육감은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과 달리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장애인 교육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삭발식에는 처음으로 농성장을 찾은 장애아 아버지도 있었다. 세 살 난 다운증후군 자녀를 둔 아버지 김수일(서울 중랑구)씨는 "자주 참여는 못하지만 교육청에서 진행되고 있는 농성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동안 아내를 통해 농성 소식은 자주 들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농성장에 와봤다"며 "일 때문에 바쁘기도 하지만 우리 자식뿐 아니라 모든 장애 아동이 교육 받을 수 있도록 힘이 닿는 곳 까지 최대한 참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는 "장애 아이를 기르고 있지만 장애인 교육 문제에 대해서 잘 몰랐던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 아이도 학교에 입학할 때 쯤 되면 지금보다 어려운 일이 더 많이 발생할 것인데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앞으로도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이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 제공하지 못하고 있어'

또 이날 결의대회에 참여한 장애아동 어머니 김복순씨(서울 강남구, 청각장애)는 "통합교육을 받기위해 근처 학교를 찾아갔지만 사립이기 때문에 받을 수 없다고 했다"면서 "먼 거리에 있는 학교를 찾았더니 그 곳은 특수교육보조원이 너무 부족했다"고 밝혔다.

▲ 이날 머리카락을 담은 상자를 교육감에 전달하려 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전달하지 못하고 머리카락을 불로 태웠다.
ⓒ 위드뉴스
이어 김씨는 "나도 장애인이기 때문에 통합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그런데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통합교육 환경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며 "우리 아이도 교육받고 훈련시켜 사회인으로 살 수 있도록 기르고 싶지만 사회는 그런 환경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희망사회당 신석준 대표는 "세상에서 많은 싸움이 일어나고 있지만 자녀 때문에 부모님들이 싸우는 현장이 가장 절절하다"며 "부모는 자식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살아있는 동안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싸운다"고 말했다.

이어 신 대표는 "서울시교육청은 장애아 부모들과 한 2년 전 약속을 '모르겠다'하고 있지만 부모들은 절대 잊을 수 없다"며 "서울시교육청과 교육감은 부모들의 이런 마음을 모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서울·경기 지역의 장애아동 부모와 연대 단체들이 참석했으며 장애아 아버지들의 삭발식이 진행되는 동안 많은 어머니들이 눈물을 보였다.

한편, 서울교육권연대는 이날 결의대회 후 항의의 뜻으로 머리카락을 담은 상자를 서울시교육감에게 전달하려 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전달하지 못해 머리카락을 불로 태웠으며 '추석이 지난 이후 보다 강력한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김지숙 기자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기자로 이 기사는 위드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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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의 기자입니다. 사회복지사로서 장애인의 차별적 문제를 언론을 통해 변화시키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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