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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영성모임‘깨어나는 여신들’은 매주 모여 책 세미나를 진행하고 영성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사진은 신촌의 한 카페에 모인 회원들의 모습.
여성주의 영성모임‘깨어나는 여신들’은 매주 모여 책 세미나를 진행하고 영성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사진은 신촌의 한 카페에 모인 회원들의 모습. ⓒ 우먼타임스
[채혜원 기자] “경전에서는 무조건 신의 말씀에 복종하라고 하죠. 그런데 ‘신과 나눈 이야기’를 읽어보면 자아실현이 우리 영혼의 목적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먼저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며 사랑하라고 말이죠. 종교에서 ‘나’는 없는 데 반해 이 책에서는 나라는 존재는 우리 스스로 창조한 존재라고 말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에요.”

지난 9월 26일 서울 신촌의 작은 카페. 3명의 여성들이 모여 닐 도날드 월쉬의 ‘신과 나눈 이야기’라는 책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었다. 세미나가 끝나자 이들은 둘러 앉아 손을 잡고 조용히 명상을 시작했다. 이 시간에는 혼자 기도를 하기도 하고, 그날 나누었던 이야기를 되뇌어보기도 한다.

이들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종교생활을 하면서 답답함을 느낀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깨어나는 여신들’(www.unninet.co.kr/wak upgoddess)이라는 여성주의 영성 모임이다. 모임에 참가하고 있는 여성 중에는 기독교 신자, 천주교 신자도 있으며 종교가 없는 사람도 있다. 특정 종교를 표방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불편함을 느끼는 일은 없다. 약 15명의 20대·30대 여성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나이, 학력 등과 상관없이 서로 별칭을 쓰면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눈다.

이들은 지난 7월 여성주의 커뮤니티 언니네가 주최한 제3회 페미니즘 캠프에서 처음 만났다. 캠프에서 다양한 주제로 열렸던 이야기방 중 ‘종교방’은 그동안 종교생활을 하면서 느낀 불편함을 털어놓는 장이었다. 이때 만난 몇몇 여성들 사이에서 새로운 모임을 꾸려보자고 이야기가 모아졌고 그 성과로 ‘깨어나는 여신들’ 모임이 출발하게 된 것이다.

모임은 지난 8월 12일 첫 만남을 가진 후 조용한 카페 혹은 회원 집에서 주말에 모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김정란 시인의 ‘다시 시작하는 나비’, 아잔차 스님 법문집인 ‘고요한 숲 속의 연못’ 등 각자 찾아온 영성에 관한 글을 공유하는 것으로 모임을 시작하고, 책 세미나도 진행한다.

이들은 학술적인 세미나로만 진행되는 줄 알았던 모임에 참가할수록 내면이 충만해지는 에너지를 얻어간다고 입을 모은다. 모임을 이끌고 있는 ‘오아시스’는 “항상 신은 남성으로만 그려져 왔고 경전은 여성을 억압하지만, 우리 모임은 여성들의 대화를 통해 우리 안의 신에 대한 믿음을 공유하고 지켜가는 자리”라고 말했다.

여성 신학자 현경 미국 유니온신학대 교수는 자서전을 통해 “우리 안에 그 누구에 의해서도 부서지지 않은 빛나는 아름다움이 있고 이를 꺼낼 수 있다면 그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깨어나는 여신들’ 모임에 참가하고 있는 여성들은 각자의 아름다움을 공유하면서 우리 안의 진정한 여신을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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