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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이 병풍처럼 둘러선 터
뒷산이 병풍처럼 둘러선 터 ⓒ 장승현
집은 자연과 어우러져야 한다.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제 자리에 앉아야 집으로서 기능을 다 할 수 있다. 자연이 숨 쉬는 시골에다 집을 지어야지, 도심 한가운데나 시멘트 바닥이 널려있는 숨 막히는 곳에다 집을 지으면 집을 아무리 잘 짓더라도 집으로서 기능이 사라진다.

시골에다 집을 짓는 사람들을 보면 참 신기할 때가 많다. 전혀 집터가 아닐 것 같은 데다 집을 지어놓고 보면 그곳이 명당자리가 될 때가 많다. 아니, 시골은 자연과 함께하는 곳이라 명당자리 아닌 데가 거의 없다.

저수지가 내려다 보이는 곳
저수지가 내려다 보이는 곳 ⓒ 장승현
처음 땅을 사고 그 땅을 개간하고 집터로 앉히다 보면 황무지 같은 곳들이 많다. 뭔지 어색한 집터라도 사람의 손이 가고, 사람이 터를 만들다 보면 그 땅은 이미 사람의 터로 정들어 보인다. 거기에다 집을 덩그러니 지어놓으면 그 집터는 또한 사람이 살만한 집터가 되는 것이다.

겹산이 보이는 곳
겹산이 보이는 곳 ⓒ 장승현
집을 지을 때는 터를 잡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 집을 지을 때 먼저 맞닥뜨리는 고민거리 중 하나가 터를 잡는 일이다. 터를 잡을 때는 우선 방향을 생각하고 지형상 위치도 봐야한다.

이런 것들이 예전에는 풍수지리라고 했는데, 풍수지리는 미신적인 게 아니라 가장 과학적인 내용이다. 그러나 풍수지리라고 하면서 사람의 팔자, 운수까지 보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참 알 수 없는 일들이다. 방향이나, 지형상의 현장도 없이 무조건 생일과 생시를 따져 방향만을 따지는 사람들도 있다. 이 방향이 죽을 상이라는 둥, 오래 못 살 사주라는 둥.

뒤와 좌우가 산으로 둘러쌓인 곳
뒤와 좌우가 산으로 둘러쌓인 곳 ⓒ 장승현
요즘은 도시에서 살면 방향을 전혀 따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건물로 빼곡히 가득 찬 도심에서 방향을 따진다면 집을 제대로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햇볕으로 난방을 거의 다 하던 옛날과 다르게, 요즘에는 난방시설이 잘 갖춰져 겨울에 그늘이 지더라도 따스하게 얼마든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마 전, 시골에다 전원주택을 짓던 후배가 방향을 고민하다가 끝내는 방향을 확 틀어 북향으로 지은 적도 있었다.

영주시가 내려다 보이는 해발 500미터
영주시가 내려다 보이는 해발 500미터 ⓒ 장승현
계곡이었는데 방향으로는 남향을 바라본다면 바로 절벽 앞산을 보고 지어야 하고, 동향을 보고 짓자니 앞집 뒤편을 빤히 보고 지어야 했다. 답답한 도심을 떠나 시골에다 집을 짓는데 그곳에까지 와서 옆집과 맞닥뜨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북향으로 하면, 그 앞으로 실개천이 흐르고 앞산이 개울 건너에 있는 정원처럼 거실에서 바라다 보이고 경관이 그래도 괜찮은 편이었다.

그래서 집터는 현장에서 바라볼 때, 아니 집터가 있는 곳에서 느낄 때 가장 인간한테 살기 좋은 방향이거나 위치면 된다. 햇빛, 경관, 교통, 생활의 편리성, 전체적인 조화 등 여러 가지를 따져 가장 좋은 자리면 되는 것이다.

자연 정원이 펼쳐진 산 속
자연 정원이 펼쳐진 산 속 ⓒ 장승현
괜히 풍수지리나 뭘 따진다고 전체적인 걸 고려하지 않고 한쪽으로만 치우쳐 자리 잡게 되면 우스운 집터가 된다. 예를 들어 남향을 고집하다 절벽 앞산을 바라본다거나, 앞집의 뒤편을 바라본다거나, 아름답지 않은 경관을 바라본다거나, 전혀 엉뚱한 곳에 집을 짓는다면 이 또한 사는 데 아주 불편한 요소가 될 것이다.

계곡 속 정원
계곡 속 정원 ⓒ 장승현
터는 가꾸기 나름이다. 사람의 손길이 가고 아름다운 정원처럼 가꾸고 나무도 심으면 집터는 사람이 살만한 터가 되는 것이다. 예전 집들을 살펴보면 오랜 세월 동안 집터를 가꾸어 놓은 흔적을 볼 수 있다. 수많은 사람이 다녀서 만들어진 오솔길, 잔돌을 수십 년 동안 쌓아놓은 뜰, 경계를 지키려고 쌓아놓은 담장. 이처럼 집터란 사람이 살면서 만드는 것이다.

손수 가꾸어 만든 연못
손수 가꾸어 만든 연못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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