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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현
시나브로 겨울이 오고 있다. 조석으로 시원한 이 가을은 본래 짧더라. 그래서 가을은 오면서 지나간다. 그리고 이내 추위가 다가선다. 그런데 이 추위를 기다리는 어촌이 있다. 그곳은 바로 구룡포다.

태풍 '산산'이 다녀가자 금방 찬 기운이 밀려왔다. 귀한 몸이 돼버린 동해 바다의 가을 오징어가 며칠새 위판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어민들의 즐거움이, 쌓인 오징어만큼이나 부풀어 간다.

▲ 오징어를 건조하기 위해 손질하고 있다.
ⓒ 정태현
더위를 피해 몰려들던 경북 포항의 구룡포해수욕장도 철지난 바닷가의 모습을 하고 있다. 피서객들은 뵈지 않고 찬바람만 휭하니 돌고 있다. 주민들은 지금 겨울 과메기를 준비하며 시설 점검을 하고 있다. 임시로 설치했던 해수욕장의 천막들은 모두 철거하고 가을 오징어와 과메기 작업을 위해 건조대를 새로 꾸미고 있는 것이다.

가을의 가장자리인 10월이 되면서 구룡포 해안 전역은 과메기 생산을 위한 시설점검과 보수 공사가 한창이다. 추석이 지나 11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과메기는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구룡포의 가을은 겨울 과메기 준비로 시작한다. 그리고 구룡포의 찬바람은 과메기 비린내로 따뜻해질 것이다.

▲ 바닷가 인근에서는 새로 생기는 과메기덕장은 물론 기존의 과메기덕장을 새로 고치는 모습도 눈에 띈다.
ⓒ 정태현
▲ 구룡포해수욕장, 피서객의 온기가 빠진 지는 오래다. 이젠 오징어, 과메기, 물가자미 등 어물들이 바닷바람을 맞으며 걸리기 시작한다.
ⓒ 정태현
과메기가 뭐냐고? 아직도 과메기를 모르는 한국인은 별로 없을 듯하다. 어지간한 시장 건어물상 앞을 지나도 꽁치를 말린 과메기가 주렁주렁 걸려 있으니 말이다. 이 과메기가 어느새 우리 국민들의 입맛을 점령해 버렸다. 각종 매스컴이 앞다투어 수년째 방송하고 있으니 과메기 얘기만 시작해도 벌써 군침을 삼키는 마니아들이 많을 것이다.

꽁치를 칼로 베어 양분한 뒤 그늘진 바닷가의 매서운 칼바람을 맞도록하여 얼지않게 숙성 건조시키는데, 요것의 맛이 기가 차다.

그러다 보니 과메기는 겨울에만 먹는 겨울별미가 됐다. 요즘은 냉장보관 방법이 뛰어나 여름날에도 먹을 수는 있지만 찬바람에 먹는 과메기와는 비교가 안된다. 과메기, 뭐 그리 대단하지도 않은 것이, 또 별스럽지도 않은 것이 어찌 군침이 돌게 할까?

지난해 구룡포 과메기 매출은 430여억 원. 단일 품목인 수산물 건조를 통해 2~3달간 벌어들인 매출로는 매우 큰 금액이다. 또 과메기로 인한 관련 부가가치는 4천억 원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다.

▲ 과메기의 원조인 통과메기. 꽁치를 통째로 15여일 말린 것이지만 지금은 보기 힘들다. 이제는 먹기 좋게 칼로 베져 말린 과메기로 대체되고 있다.
ⓒ 정태현
소주 한 잔 한다는 사람들 중에서 이 과메기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으리라. 소주와의 찰떡궁합 안주가 과메기뿐이겠느냐마는, 그 희한하고 기막힌 맛은 따를 것이 없다. 과메기를 알면 소주 한 잔 생각나고, 소주 한 잔 하려는 주당들은 당연 겨울 과메기를 생각한다.

과메기는 지역적으로 구룡포산을 제일로 친다. 동해 바다를 안고 북서풍이 몰아치는 골짜기산을 짊어진 구룡포는 하늘이 마련해 준 천혜의 과메기 고장이다. 그래서 구룡포의 가을은 바쁘다.

▲ 주민들은 과메기덕장을 손보느라 바쁜 가을을 보낸다. 겨울 한철 장사로 1년을 먹고 산다.
ⓒ 정태현
그러나 올해 과메기의 가격이 심상치 않다. 과메기의 원재료인 꽁치가 지난해에는 1상자당 1만 원 정도이던 것이 올해는 40~50% 정도 오른 1만4·5천원에 거래된다는 소식이다. 어쩌면 과메기 가격도 조금 오를 듯하다.

비싸지도 않은 것이, 별 방법도 아닌 것이, 꽁치가 과메기로 둔갑하면 이상하게도 그 맛에 매료된다. 그래서 구룡포 사람들에겐 구룡포의 겨울 바람이 귀하디 귀한 신의 선물로 여겨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본격적인 과메기철이 되는 11월이면 다시 여러분께 비리지만 구수한 과메기 뉴스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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