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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혁이는 엄마가 야단칠 때마다 엄마를 피해 생쥐가 되고 싶었다는군요.
남혁이는 엄마가 야단칠 때마다 엄마를 피해 생쥐가 되고 싶었다는군요. ⓒ 박미경
“엄마, 저 구멍 속으로 나도 들어갈 수 있어?”
“아니, 남혁이는 커서 못 들어가. 그런데 왜?”

“그럼 생쥐는 작으니까 들어갈 수 있어?”
“응, 생쥐는 들어갈 수도 있지, 그런데 왜?”

“나는 엄마가 혼낼 때마다 생쥐가 되고 싶어!”
“뭐???”“엄마가 나 혼내면 생쥐가 되고 싶다구. 엄마랑 아빠가 형아랑 누나를 큰소리로 혼내도 생쥐가 되고 싶어”

지난 토요일 집에서 쓰는 인터넷을 광케이블로 바꿔 주겠다며 KT직원이 집을 방문했습니다. 그 직원은 기존의 파란 전화선을 구멍을 통해 빼내고 새 선을 연결했습니다.

그 작업을 지켜보던 5살박이 남혁이가 저에게 던진 말입니다. 아이는 그 말을 하며 제 설움에 겨워 눈물까지 글썽였습니다. 참내 어이가 없어서. 남혁이는 세 남매 중 막둥이라 솔직히 형이나 누나에 비해 혼이 나거나 맞는(?)일은 거의 없습니다.

막내여서 그런지 항상 어리게 보여서 무슨 잘못을 해도 “그러지 말아라”하고 말로 타이르는 정도고 또 형이나 누나가 남혁이의 잘못을 거의 뒤집어쓰는 편이라 막내 남혁이가 혼이 나는 경우는 드뭅니다.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이 갈수록 어렵게 느껴지네요. 생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더 노력해야 겠죠?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이 갈수록 어렵게 느껴지네요. 생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더 노력해야 겠죠? ⓒ 박미경

처음 첫아이 혜준이를 키울 때는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 솔직히 잘못을 하거나 하면 심하게 야단을 치고 매도 제법 들었습니다. 잘못을 하면 맞을 땐 맞을 수도 있다는 그런 생각을 했던거지요.

하지만 아이가 자라고 자기가 한 행동에 대해 제법 조리있게 타당성을 주장하며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무작정 야단을 치거나 매를 들 수 없더라구요. 제 입장에서 보면 분명 잘못한 행동이지만 아이가 자기의 입장에서 그럴 수 밖에 없었던 나름의 이유를 대면 쉽게 야단을 칠 수 없었던 까닭이지요.

그래서 둘째 강혁이는 어쩌다가 매를 맞는 정도였고 셋째 남혁이는 거의 매를 때린 기억조차 없습니다, 정말로요. 혹 매를 들더라도 위협(?)을 하는 정도지 때리지는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으레 겪는 일이기에 조금 지나고 아이가 자라면 그러지 않을 거라는 위로 두 아이를 키우면서 얻은 경험과 믿음이 매를 들 수 없게 만들었는지도 모르지요.

솔직히 지금도 아이들이 지나치게 짓궂은 장난 등을 하거나 말로 해서 안 될 때는 빗자루나 30cm자를 찾습니다. 매를 때리기 위해서죠. 하지만 왜 그랬는지를 묻는 제 물음에 답하는 아이들의 나름대로의 변명과 언변은 매를 때리지 못하게 막습니다.

아이들의 말을 듣다보면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들기에, 아이의 입장이 이해가 가기에 더이상 야단을 칠 수 없는 그런 상황에 처합니다.

그럴때는 “그랬었구나, 하지만 그래도 그래서는 안되지,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라, 자꾸 그러면 정말 너무너무 화가나서 엄마가 너를 때릴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 서로 그러지 말자”어쩌구 저쩌구하며 한참을 실랑이를 벌이곤 합니다.

개구장이 강혁이와 남혁이 입니다. 엄청난 장난꾸러기들이죠.
개구장이 강혁이와 남혁이 입니다. 엄청난 장난꾸러기들이죠. ⓒ 박미경
솔직히 어쩔때는 제가 아이의 언변에 져서 “엄마가 잘못 생각했구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미안해, 하지만 그래도 그래서는 안되는 거란다” 어쩌구 하다가 본전(?)도 못 추릴때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그래도 내가 엄마인데 아이한테 져서 야단도 못 치다니 이럴 수는 없지’하는 마음에 아이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부득부득 엄마입장을 설명하며 화를 내기도 하죠. 아이에게 질 수 없다는 오기가 일어난다고나 할까요? 그게 옳지 않다는걸 알면서도요.

세상에 그랬는데 아이가 느닷없이 그런 말을 하다니요. 하지만 아이의 말은 다시한번 저를 돌아보게 했습니다.

나는 아이에게 좋은 엄마일까, 부모 노릇은 잘하고 있는 걸까, 아이를 때리지는 않지만 그 대신 아이가 맞는 것보다 더 무섭게 생각할 정도로 아이를 윽박지르고 있는 건 아닐까 등등...

결론은 그랬을 수도 있겠구나 였습니다. 아이는 아이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그걸 제가 모르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요. 아이에게 나름대로 말로 잘 타이르며 때리지 않는 엄마라는 생각은 저만의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매 대신 아이에게 던진 말들이 아이에게는 매보다 더 아픈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혔는지도 모르구요. 그때마다 아이는 생쥐가 되어 어디론가 숨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 한켠이 아려왔습니다.

아이가 얼마나 무섭고 떨렸으면 생쥐가 되어 엄마가 찾을 수 없는 그런 캄캄한 구멍 속으로 숨고 싶었을까요. 갈수록 아이들을 키우는 일이 힘겹고 어렵게 느껴집니다.

아이가 생쥐가 되어 엄마에게서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예전에 읽었던 아이 잘 키우기, 아이들 야단치는 요령 등등의 육아서적을 다시한번 뒤적여야 할 듯합니다. 다시는 남혁이가 생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말입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혹시 여러분의 아이들이 생쥐가 되고 싶게 행동하고 있지는 않나요? 여러분의 아이들도 혹시 생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덧붙이는 글 | SBS 유포터 뉴스와 국정브리핑에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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