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체, 새한도. 추사 김정희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중국의 왕희지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필가로서의 김정희는 이미 상식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역사상 최고의 명필가로 추앙받는 추사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많은 듯하면서도 기억 속에 가물거린다.
추사 김정희는 알려진 것 이상으로 예술적, 학술적인 최고 경지를 이룬 분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앞으로 알아내야 할 것이 더 많기에 막상 작품을 대한다 해도 머리 속에 오래 남지 못한 탓이 크다.
추사 김정희 서거 150주년을 맞아 그를 기념하는 전시들이 가을을 맞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먼저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홍남)은 3일부터 11월 19일까지 상설전시실 역사관에서 <秋史 김정희 : 學藝 일치의 경지> 특별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세한도’, ‘불이선란도’와 같은 기존 전시에서 소개되었던 불후의 명작들과 더불어 그동안 전시에 나오지 않았던 주옥같은 명품 90여 점이 출품되어 김정희의 서예와 회화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이번 특별전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기획한 최초 김정희 기획특별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추사가 남긴 명작 중의 명작만을 골랐다. ‘세한도’ 발문 전체가 완전 공개되며 최고의 묵란화 ‘불이선란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또한 그동안 도록을 통해서만 알려졌던 예서 ‘잔서완석루’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중앙박물관은 그동안 ‘추사체’라는 독특한 서체와 함께 유명한 서예가로 인식되어 왔던 김정희의 서예뿐만 아니라 금석학, 경학, 불교, 시문학, 그림 등 다양한 분야에서 깊이 있는 연구와 업적을 남긴 19세기 동아시아 대표 지식인으로서의 명색을 알린다는 취지를 강조한다.
이러한 김정희의 학문적, 예술적 업적을 부각시켜 그가 이룬 학예일치의 경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의미에서 특별전 이름을 <秋史 김정희 : 學藝 일치의 경지>로 명명하게 되었다.
박물관측은 관람객의 전시 감상과 이해를 돕기 위해 매일 3차례(11시, 2시, 4시) 전시설명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10월 4일, 14일, 21일, 11월 1일 네 차례에 걸쳐 특별강연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전시 기간 중 수년간에 걸쳐 개발한 추사체 폰트를 이용해 관람객들이 원하는 글자를 추사체로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코너도 운영된다.
한편 과천문화원은 과천시민회관에서 지난 29일부터 추사 김정희 연구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일본인 학자 후지즈카 치카시가 수집한 추사 관련 자료 26점을 전시하고 있다. 10여 차례나 추사 관련 전시를 개최해온 간송미술관도 가을 정기전시 주제를 김정희로 정했다. 또한 삼성미술관 리움에서도 추사의 작품 5점을 따로 특별실에서 전시한다. 이렇듯 가을을 맞아 추사 김정희 열풍이 불고 있어 이번 추석은 추사절이 된 듯하다.
덧붙이는 글 | 국립중앙박물관 특별강연회 자세한 일정은 국립중앙박물관(02-2077-9326)에 문의.